전화번호 목록을 한참 뒤적이다가 끝내 외로워질 때는 길을 잃은 것만 같았다.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버텨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차라리 일찍 잠들기를 택했다. 수면제를 입에 털어넣고 약기운이 돌 때까지 불 꺼진 방 침대 위에서 몸을 웅크렸다. 말똥말똥한 정신이 나른하게 풀리기를, 팽팽히 당겨진 정신줄이 퓨즈가 끊기듯 끊어져버리길 기다리며.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공간, 혼자뿐인 세상. 홀로 침잠해가는 마음이 괴로워 그 짧은 순간마저 못 견디겠을 때는 차라리 글을 썼다. 누군가가 읽어주기를 바라다가도 혼자만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랐다. 누군가 공감해주기를 바라다가도 그 누구도 알지 못하길 바랐다. 이율배반적인 스스로가 우스우면서도 서러워 메마른 눈물을 삼켜냈다. 살아가고 싶었다. 이런 모습이 아니라. 남들과 같이 평범하게. 안정감 있게. 우울 따위에 휩쓸리지 않고. 그 하나를 못해 알약에 취할 때까지 어둠 속에서 홀로 텍스트를 쏟아내는 게 나라서. 살아가고 싶은 나는 정말이지 지독하게 죽고싶었다. 끔찍히도 죽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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