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메일함을 열어주셔서 감사해요!
오늘은 아주 사적인 커리어 이야기를 조심스레 나눠보려고 해요.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다면 같이 소통하시지 않으실래요?
미야씨는 도쿄에 사는 한일부부입니다
처음 공개하는 이 샤이(shy)한 남자는 제 일본인 남편 노무씨입니다.
여행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가까워져서 한국-일본간의 장거리 연애 끝에 결혼하여 지금은 도쿄에서 살고 있어요.
극 J인 남편은 꼼꼼하고 잘 챙기는 타입이고 P형인 저는 즉흥적이고 잘 까먹는 터라 가사와 경제적인 부분들은 남편에게 모두 의지하고 있어요.
둘 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데 남편은 모 일본 대기업의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고, 미야씨는 외항사에서 마케터를 하고 있어요.
복리후생이 충실한 남편 회사 덕분에, 매달 크게 나가는 월세 걱정 없이 사택에 살면서, 감사하게도 월급의 일부를 저축할 수 있는 생활을 하고 있어요.
어쩌면 안정적으로 보이는 30대 직장인 부부지만, 실은 요즘 이 샐러리맨 생활과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먼저 남편👨🏻💼의 직장이야기를 해볼게요.
(오늘 이야기는 우리끼리의 비밀로 해주세요🤫)
대기업 인재의 꼬여 버린 커리어
시대 흐름과 동떨어지게 들리시겠지만, 제 남편은 모 일본 대기업에서 본류(本流)로 채용된 케이스로 승진이나 기회면에서 유리한 입장이였어요.
응? 본류? 🙄
무슨 말인가 싶으시죠? 저도 몰랐는데 Main stream 부류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요.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나 파트너 회사를 인수합병을 많이 하잖아요?
인수합병되서 본사 소속이 되어도 실상은 신입 채용(新卒)으로 들어온 혈통과 구별하는 사내 문화가 있대요. 내부 승진이나 해외 주재원 기회는 이 본류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주어지고 회사내 인재로 키워진다고 하죠. (올드해 올드해😅)
제 남편은 소위 본류 출신으로서 20대부터 해외 주재원 기회를 받는 등 인재로 키워진 케이스예요.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조직에서 인재로 키워질 수록 남편의 커리어는 꼬여만 갔습니다.
제너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
앞으로 일본 기업의 인재를 키우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방식은 조직을 구석구석까지 잘 알고 관리할 수 있는 관리자로 육성하는 것이예요.
때문에 제 남편은 해외 주재원 발령 이후, 일본 지방에도 발령 받고, A기술 담당하다가 B기술 담당하고 여러 경험을 해볼 수 있게 되었죠.
젊은 나이에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고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자꾸 중간에 업무가 바뀌다 보니 전체를 하나부터 열까지 경험해 볼 수 없었고 얕은 커리어만 쌓여갔어요.
반면에 비슷한 시기에 해외로 발령받았던 3년 위의 A선배의 경우, 제 남편과는 다른 커리어 패스를 걷게 되었습니다.
남편에 비해 기술력이 약했던 A선배는 해외 관련 업무만 계속 배정 받았어요.
일본 국내 사정과 기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해외쪽 사정은 밝게 되었죠.
영어도 전혀 못했던 선배였는데, 지금은 업무에 지장이 없을 만큼 유창해지셨다고 하구요.
이제는 전체적으로 두루두루 잘 안다는, 높으시다는 부장님급 조차도 해외 관련 업무에 있어서는 A선배의 의견을 참고하거나 의지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고 해요.
덕분에 아직 평사원인 제 남편에 비해 A선배는 주임을 넘어 과장급까지 달게 되면서 고속 승진을 하게 되었어요. 남편이 고민하는 부분은 승진도 아니고 월급도 아니예요.
A선배가 해외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될 동안 남편은 조직전문성을 기르느라 자신의 직무전문성, 즉 강점을 키우지 못했다는 점예요.
4년전 쯤이였을까요. 남편의 업무를 결정하시는 본부장님께서 일부러 저희 부부를 식사에 초대하셔서 '예전에 해외 발령 이후, 바로 일본 지방으로 보내서 미안하다. 하지만 국내 사정을 잘 알아야 회사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라고 속내를 말씀하셨던 적이 있어요.
당시 저희 부부는 이 말씀이 もっとも 지당하신 말씀이라 생각했죠. 그런데 시대가 변해서 그런걸까요.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어요. 제 남편이 잘하고 관심있었던 해외 분야를 밀어주셨다면 남편은 조직에 직접적으로 많은 공헌을 했을거라 생각해요.
할 줄 아는 건 많아졌는데 뭘 잘하는지 모르겠는 미야씨
이번엔 미야씨👩💼의 커리어 이야기를 해봐도 될까요?
저는 총 12년간의 직장인 생활 동안 5번의 이직과, 판매직/ 지상직/ 사무직/ 영업직/ 지금의 마케팅직까지 5번의 직무 변경을 해왔어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순간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점이고 회사와 조직내에서 필요로 하는 갖은 일들과 문제들을 처리해왔다고 생각해요.
닥친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할 줄 아는 건 많아졌는데, 정작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다는게 요즘 제 고민입니다.
예전엔 '뭐든 잘한다' 라는 것이 칭찬이였지만 요즘은 그 중에서 뭘 잘하는지 설명해야하는 시대가 되었는데 저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동안은 여행업계, 특히 일본 여행업계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어떻게 일본에 유치할지 생각하는 일이 많았는데, 사업을 따와야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업적인 스킬이 더 중요한 부분이 많았어요.
영업하신 분들은 아시죠. 두루두루 다 잘해야 한다는 거.
뒤집어 이야기하면 하나 깊게 파고 들기가 어려워요. 아무래도 회사 입장에서는 돈 되는 사업을 따오는게 중요하지, 전문성 생각해서 일을 가려 받기에는 어려운게 현실이예요. 그래서 저는 계속 뾰족한 나만의 전문성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그 해결책으로 선택한 것이 마케터로의 직무 전환이예요.
어떻게 뾰족해져야 할까
마케터는 뭉뚱그려서 표현되고 있지만, 실은 엔지니어처럼 분야가 다양해요.
전통적인 분야는 광고마케팅, 이벤트 마케팅, 제휴 마케팅, 브랜드 마케팅 등이 있고, 디지털 분야는 잘 아시는 소셜 마케팅, 이메일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등등 정말 다양한 분야가 있어요.
회사마다 직무별로 구별해서 사람을 뽑기도 하지만, 그럴 여력이 없는 곳은 한 사람이 다 해야할 때도 있구요. 마케팅으로 유명해진 사람들 중에는 날고 기는 사람도 있지만, 반복적인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생각해요.
결국 이쪽 분야도 자신만의 전문성을 길러 뾰족해지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그럭저럭 다 할 줄만 아는 마케터가 되기 쉬운 것 같아요. 회사에서 전문성을 기르기 어렵다면 부업이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서라도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쌓아가야 마케터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케팅으로 이야기가 조금 새긴했지만, 회사 구조상 주어진 일만 열심히 처리하다보면 경력은 쌓이지만 개인의 전문성은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에 커리어 방향성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커리어에 대한 마음 가짐
이야기를 하다보니 커리어 전문성에 대한 고민이 저희만의 고민이 아닌 같은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 같기도 싶어요.
이번에 하나 든 생각은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이지만, 아무리 스페셜리스트라고 해도 전문 분야 외에 것들을 모르고 일할 수 없기때문에 두루두루 널리 일을 익혀온 제너럴리스트라고 해서 불안해 할 것도 없겠다 싶어요.
일단은 자신이 할 줄 아는 것 중에 잘하는 것을 빨리 찾고, 그 비율을 늘려가는 것이 전문성을 늘리는 길이 아닐까 싶어요(무엇을 잘하는지 모른다는게 문제😂)
오늘 저희 부부의 커리어 고민이야기가 공감이 되셨나요?
앞으로도 종종 이런 사적인 이야기, 사는 이야기도 좀 나누고 싶어요.
괜찮으시다면 구독자님의 생각도 좀 들려주세요~
오늘 맛점하시구요! 우리 다음주 일요일에 또 만나요!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