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ASCO에서 흥미로운 유방암 임상시험 하나가 발표됐어요.
ER+/HER2− 진행성 유방암 환자들이 1차 치료로 aromatase inhibitor(AI) + CDK4/6 inhibitor를 받고 있었습니다.
CT상으로는 아직 암이 진행하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런데 혈액에서 문제가 먼저 보였습니다.
ctDNA에서 ESR1 mutation이 새로 나타난 거예요.

임상시험 SERENA-6는 여기서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영상에서 progression이 확인될 때까지 기존 치료를 유지하는 대신,
AI를 새로운 경구 ER 표적치료제인 Camizestrant로 교체했습니다.
CDK4/6 inhibitor는 그대로 유지했고요.
결과는 꽤 컸습니다.
median PFS는 16.8개월 vs 9.2개월,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이 약 55% 낮았어요(HR 0.45).
이 정도면 이야기가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2026년 4월, FDA 자문위원회(ODAC)에서는 정반대처럼 보이는 결과가 나왔어요.

FDA가 던진 질문은,
"영상검사에서 질병 진행이 확인되기 전, Camizestrant로 치료를 전환하는 전략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이득을 입증했는가?"
였습니다.
표결은 Yes 3명, No 6명.
PFS는 분명 좋아졌는데, FDA는 왜 망설였을까요?
자료를 따라가 보니, 이번 논쟁은 Camizestrant라는 약 하나보다 더 큰 데 있었습니다.
혈액에서 내성과 연관된 ESR1 변이가 검출됐다는 이유만으로, CT에서 질병 진행이 확인되기 전에 치료를 바꿔도 되는가?
🌱 교과서에서 SERD 이해하기
ER-positive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estrogen receptor(ER,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통해 성장 신호를 받습니다.
그래서 endocrine therapy(내분비요법)는 이 축을 끊어요.
예를 들어 aromatase inhibitor(AI, 아로마타제 억제제)는 estrogen 생성을 낮추고,
tamoxifen 같은 selective estrogen receptor modulator(SERM,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는 ER에 결합해 estrogen의 작용을 억제합니다
그런데 치료를 오래 받다 보면 암세포도 바뀝니다.
그 대표적인 변화가 ESR1 mutation(ESR1 변이)이에요.
ESR1은 estrogen receptor α를 만드는 유전자입니다.
일부 ESR1 mutation은 estrogen이 충분하지 않아도 receptor가 활성화된 상태를 유지하게 만들어요.
estrogen을 줄이는 방식인 AI에 대한 대표적인 후천적 내성 기전입니다.
즉, estrogen 생성을 억제하는 AI만으로는 ER 신호를 충분히 차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며,
여기서 치료 전략은 estrogen을 더 줄이는 것에서 ER 자체를 직접 겨냥하는 것으로 이동합니다.
대표적인 약물이 SERD(selective estrogen receptor degrader,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입니다.

🧬 Camizestrant는 무엇을 다르게 하나요?
Camizestrant는 하루 한 번 먹는 차세대 경구 SERD이자 complete ER antagonist입니다.

ERα에 결합해 수용체의 전사 활성을 억제하는 동시에 ERα의 분해를 유도합니다.
wild-type(정상형) ER뿐 아니라 ESR1 변이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ER에 대해서도 활성을 억제하도록 개발됐습니다.
여기서 AI와의 차이가 보입니다.
AI는 estrogen을 낮춰서 → ER이 받을 ligand 자체를 줄입니다.
Camizestrant는 ER에 직접 결합해 → 신호를 억제하고 → receptor를 분해합니다.
즉 ESR1 mutation 때문에 estrogen이 없어도 켜질 수 있는 ER이 생겼다면,
호르몬을 줄이는 쪽보다 receptor 자체를 직접 겨냥하는 전략이 더 합리적일 수 있어요.
🧪 SERENA-6는 '약'이 아니라 '시점'을 시험했어요
SERENA-6가 특별했던 이유는 무엇을 쓰느냐보다 언제 쓰느냐를 바꿨기 때문이에요.
보통 암 치료를 바꾸는 큰 계기는 CT나 MRI에서 disease progression이 확인되는 시점입니다.
ESR1 mutation은 CT에서 암의 진행이 보이기 전, 혈액에서 먼저 포착될 수 있었습니다.
SERENA-6는 그 시간차를 이용했습니다.
연구에 들어온 환자들은 최소 6개월 동안 1차 치료로 AI + CDK4/6 inhibitor를 쓰고 있었어요.
흐름은 이렇습니다.

AI + CDK4/6i → 2–3개월마다 ctDNA 검사로 ESR1 감시 → ESR1 mutation 새로 검출 → 하지만 CT에서는 아직 progression 없음 → A, B군 무작위배정
- A군: AI를 Camizestrant로 교체 + 같은 CDK4/6i 유지
- B군: 기존 AI + 같은 CDK4/6i 그대로 유지
1차 치료 중 3,000명 넘는 환자가 ESR1 검사를 받았고,
그중 ESR1 mutation이 확인된 315명이 최종 무작위배정됐습니다.
치료 변경 '버튼' 역할을 한 ctDNA 검사가 SERENA-6의 가장 새로운 부분입니다.
📈 결과: PFS도, PFS2도 좋아졌는데
Camizestrant로 switch한 환자들의 PFS는 16.8개월,
기존 AI를 유지한 환자들은 9.2개월이었습니다(HR 0.45, 95% CI 0.34–0.59).
그리고 처음엔 아직 성숙하지 않았던 PFS2도 개선되어 2026년 6월, 결과가 공개되었습니다.
PFS2는 무작위배정 시점부터, 첫 번째 진행 이후 받은 다음 치료에서 다시 진행하거나 사망할 때까지의 시간입니다.
결과는 25.7개월 vs 19.1개월(HR 0.63, 95% CI 0.46–0.86)로, 사전 지정된 key secondary에서도 병용 스위치가 앞섰습니다.
삶의 질 쪽 신호도 있었어요. QoL 즉 전반적 건강 상태·삶의 질이 나빠지기까지의 시간(중앙값)이 21.0개월 vs 6.4개월로 더 길었습니다(HR 0.54).
그렇다면,
PFS도 좋아졌고 PFS2도 좋아졌는데, FDA는 왜 No였을까요?
⚖️ FDA는 왜 망설였을까요?
FDA가 문제 삼은 부분을 아주 단순하게 그려보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정말 궁금한 두 전략은,
전략 ① — ESR1m 검출 → 지금 바로 camizestrant로 switch (SERENA-6 시험군)
전략 ② — ESR1m 검출 → 기존 치료 유지 → radiographic progression → 그때 camizestrant 사용
이 둘 중 어느 쪽이 환자에게 더 좋은가입니다.
그런데 SERENA-6가 직접 비교한 것은 정확히 ① vs ②가 아니었어요.
대조군에서는 ESR1 mutation이 검출돼도 AI+CDK4/6i를 그대로 유지했고, progression 이후 어떤 치료를 받을지는 담당 의사가 결정했습니다. 대조군이 나중에 camizestrant로 넘어가도록(crossover) 설계되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FDA의 질문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좋은 약을 더 일찍 썼기 때문에 첫 PFS가 길어진 것과, 그 약을 일찍 쓰는 전략 자체가 전체 치료 여정을 개선한 것은 같은 의미인가?
여기서 "그래도 PFS2가 좋아졌잖아?"라는 반론이 가능합니다.
맞아요.
하지만 FDA의 의문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습니다.
PFS2에는 첫 progression 뒤 어떤 약을 썼느냐가 섞이기 때문이에요.
SERENA-6에서는 진행 후 치료가 양 군에서 표준화되지 않았고, 대조군이 이후 camizestrant를 받도록 설계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럼 OS를 기다리면 끝날까요?
OS 역시 중요한 답을 줄 수 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지표는 아닙니다.
OS 데이터는 아직 미성숙하고, 전이성 ER+ 유방암에서는 여러 차례 후속 치료를 받기 때문에 OS 역시 progression 이후 치료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즉 PFS2도, OS도 '약효'와 '치료 순서 효과'를 깔끔히 분리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의식이었습니다.
이 약을 지금 당겨 쓰는 것이, 기다렸다가 같은 좋은 약을 쓰는 것보다 환자의 전체 여정에서 더 나은가?
에 대한 답이 남은 것입니다.
🥼 ctDNA를 '치료 변경 버튼'으로 쓰려면
한편 이번 질문을 가능하게 했던 진짜 이야기는 여기, ctDNA에 있습니다.
ctDNA가 새로운 기술은 아니에요.
종양에서 나온 DNA 조각을 혈장에서 잡아내면, 반복 조직검사 없이도 종양의 mutation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ctDNA는 혈중에서 비교적 빠르게 사라지는 dynamic biomarker예요.
하지만 ctDNA가 혈중에서 빠르게 사라진다는 것과, 검사를 얼마나 자주 해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적절한 검사 주기는 내성 clone의 성장 속도, assay의 민감도, 영상검사 주기, 그리고 무엇보다 그 결과에 따라 치료를 바꿨을 때 실제 환자 결과가 좋아지는지까지 고려해야 정해집니다.
SERENA-6에서는 ctDNA를 2-3개월마다 검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한 임상시험에서 검증된 실행 방식이지,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보편적인 검사 주기가 확립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또 하나 문제가 있습니다.
ctDNA 음성 ≠ 몸에 mutation이 없다.
혈액에 ctDNA가 있어도 항상 잡히는 건 아니에요.
종양 burden이 작거나, 종양이 DNA 조각을 혈액으로 적게 방출해 ctDNA shedding(혈중 방출)이 적으면 혈장 속 mutant DNA의 양 자체가 매우 적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사용할 수 있는 혈장량과 assay의 검출한계(LOD)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mutation이 존재해도 검출되지 않는 false negative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ctDNA를 '관찰'하는 것을 넘어 '치료를 바꾸는 방아쇠'로 쓴다면 질문이 훨씬 복잡해집니다.
- 어떤 assay를, 몇 mL의 혈장으로, 어느 LOD까지 확보해서 쓸까요?
- ESR1이 한 번 검출되면 바로 약을 바꿀까요, 한 번 더 확인할까요?
- 아주 낮은 VAF(변이 비율)도 같은 의미로 볼까요?
- 음성이면 언제 다시 검사할까요?
-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비용은 어떻게 할까요?
결과 하나가 실제 치료 변경으로 이어지는 순간, 검사의 분석 성능과 판정 기준이 곧 임상적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아직 여기까지 오지 않았어요.
실제 기준도 아직 변화하는 중입니다.

SERENA-6는 "progression 전에 ESR1 mutation을 계속 추적하다가, 먼저 포착되면 치료를 바꿀 것인가?"라는 전략이 가능하다는 중요한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임상시험의 성공과 실제 진료에서 사용할 검사·치료 전환 기준이 완성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 같은 데이터, 갈라진 규제 판단
흥미로운 건, 같은 SERENA-6를 두고 현재 규제기관들의 판단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는 4월 30일 ODAC(FDA 종양약물자문회)가 3 대 6으로 의견이 갈렸고, 이후 FDA가 추가 분석을 요청하면서 5월 27일 심사기간(PDUFA)이 연장됐습니다.
새로운 결정일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유럽 EMA는 2026년 7월 20일 Etcamah(camizestrant)에 정식 허가를 부여했어요.
적응증은 1차 endocrine therapy + CDK4/6 inhibitor 치료 중 ESR1 mutation이 발견됐지만 아직 진행은 없는 ER+/HER2- 국소진행·전이 유방암에서 CDK4/6 inhibitor와 병용하는 것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승인됐습니다.

즉, EU를 비롯한 여러 나라는 임상 적용을 받아들였고, 미국은 아직 추가 검토 중입니다.
실제 치료 변경의 충분한 근거로 받아들이는지에서 규제기관마다 판단이 갈리고 있는 셈입니다.
🧭 In MJ sight
이번 자료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camizestrant의 PFS 숫자보다 ctDNA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ctDNA는 이미 mutation을 찾고 다음 약을 고르는 데 쓰입니다.
그런데 SERENA-6는 한 단계 더 나아갔습니다.
환자는 증상이 나빠지지 않았고, CT에서도 progression이 없습니다.
그런데 혈액에서 내성 mutation이 보였다는 이유로 지금 치료를 바꿉니다.
즉 ctDNA가 "종양을 관찰하는 도구"에서 "치료 시점을 결정하는 도구"로 이동한 거예요.
여기서부터 검사의 정확도는 단순한 진단 성능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언제 채혈했는지, 얼마나 낮은 mutation까지 잡는지, 음성을 얼마나 믿을지, 양성이 한 번 나왔을 때 바로 행동할지, 그 행동이 환자의 전체 생존과 삶의 질을 실제로 개선하는지까지.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치료 전략에 포함됩니다.
🔭 What's next?
✅ 확인된 것
- SERENA-6에서 2–3개월 간격의 ctDNA 감시로 ESR1 mutation을 영상 진행 전에 찾아 치료를 전환할 수 있었고, camizestrant switch는 PFS(16.0 vs 9.2개월, HR 0.44)를 유의하게 개선했습니다. PFS2(25.7 vs 19.1개월)도 개선됐어요.
- EU는 이 근거로 2026년 7월 20일 Camizestrant(Etcamah)를 승인했습니다.
🔲 아직 지켜봐야 할 것
- 미국 FDA가 추가 ctDNA·효능 분석을 포함해 SERENA-6를 최종적으로 어떻게 평가할지는 현재 기준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 OS는 아직 미성숙합니다.
- ESR1 mutation이 나타나기 전, 1차 치료 처음부터 Camizestrant + palbociclib을 사용하는 전략도 SERENA-4에서 연구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더 장기적으로는, 결국 가이드라인이 답해야 할 질문들이 열렸습니다.
치료를 '변경'하는 검사라면, 언제 검사하고 어떤 결과에 행동할지까지가 가이드라인의 일부가 됩니다.
- 검사 주기 : ctDNA는 몇 개월마다 검사해야 할까요?
- 결정 기준 : 어느 수준의 ESR1 mutation을 치료 전환 신호로 볼까요? 한 번의 양성이면 충분할까요?
- 음성 해석 : negative / below-LOD / non-informative를 어떻게 구분할까요?
- 시점 자체의 가치 : early switch와 'progression 후 같은 약 사용'을 직접 비교하거나, crossover를 사전에 규정한 strategy trial이 필요합니다.
- 비용·실행 가능성과 접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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