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노트

복원된 조건과 비어 있는 경험, Modality가 남기는 자리

10호 · 잃어버린 감각의 지층

2026.10.28 | 조회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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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뉴스

2,400여 년 전 에트루리아 사람들이 무덤 안에서 무엇을 듣고 보았는지를 AI와 음향 측정으로 다시 그려 낸 연구가 나왔습니다. Scientific American은 2026년 10월 3일, 이탈리아 중부 타르퀴니아의 채색 무덤 두 곳이 죽은 이를 묻는 자리일 뿐 아니라 산 사람의 감각에 작용하도록 지어졌다는 연구를 실었습니다. 글은 연구자 재클린 오르톨레바(Jacqueline Ortoleva)와 마우리치오 포르테(Maurizio Forte)가 The Conversation에 쓴 것을 옮겨 실은 것이고, 논문은 8월 20일 학술지 Journal of Archaeological Method and Theory에 실렸습니다.

두 무덤은 기원전 5세기에 만들어진 「푸른 악마들의 무덤」(Tomba dei Demoni Azzurri)과 「수탉의 무덤」(Tomba del Gallo)입니다. 연구진은 앞의 무덤이 길고 깊은 잔향과 벽의 악마 그림으로 방향 감각을 흐트러뜨리고, 뒤의 무덤은 시선을 차례로 이끄는 쪽으로 짜여 있다고 보았습니다. 오르톨레바는 처음 푸른 악마들의 무덤에 들어섰을 때 그림들이 어느 쪽으로 돌아서든 자신을 마주 보는 것 같았다고 적으면서, 그 경험이 현대의 LED 조명 아래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함께 밝혔습니다. 옛 사람들은 밀랍과 동물 기름으로 만든 초, 향로, 횃불에 기대야 했다는 것입니다.

 

2.공개된 구성

논문의 제목은 「Performing Power and Transitional Space: the Use of Acoustics and Multimodal AI in Etruscan Painted Tombs」입니다. 에트루리아 채색 무덤에서 음향과 멀티모달 AI로 읽는 권력의 연출과 이행의 공간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멀티모달은 소리, 빛, 공간이라는 서로 다른 데이터 층을 하나의 좌표 위에 겹친다는 뜻입니다. M4의 자리에서 보면 이것은 Modality가 아니라 Mode의 자원과, 그것을 재는 계측의 층입니다. 논문은 누구나 읽을 수 있게 공개되어 있습니다.

방법은 네 겹입니다. 첫째는 음향 측정입니다. 연구진은 울림이 없는 곳에서 녹음해 둔 손뼉 소리를 무덤 안에서 스피커로 틀고, 그 소리가 어떻게 사그라드는지를 녹음해 잔향을 계산했습니다. 스피커는 타르퀴니아 상류층의 골격 자료를 근거로 1.3미터 높이에, 녹음기는 귀 높이에 맞추어 1.5미터에 두었습니다. 둘째는 벽화와 건축에서 시선이 끌리는 자리를 계산하는 시각 분석입니다. 밝기 대비, 색의 짙기, 가장자리의 밀도, 표면의 굽은 정도를 함께 셈합니다. 셋째는 문턱, 벽감, 벤치, 그림 면이 어떤 행동을 불러들이는지를 규칙에 따라 점수로 매기는 분석이고, 넷째는 가상의 방문자를 무덤 안에 걸려 보내는 동선 시뮬레이션입니다.

결과는 두 무덤에서 크게 갈렸습니다. 수탉의 무덤에서는 250헤르츠 이상의 잔향이 1초에서 1.5초 사이로 짧았고, 소리는 묘실에 쌓이지 않고 통로를 타고 밖으로 빠졌습니다. 푸른 악마들의 무덤에서는 연회 장면이 그려진 뒷벽에서 125헤르츠 이하의 잔향이 7.52초에 이르렀고, 악마가 그려진 오른쪽 벽은 오히려 잔향이 짧았습니다. 시각 분석에서는 푸른 악마가 묘실 전체에서 시선을 가장 강하게 붙드는 자리로 나타났습니다.

논문은 스스로의 한계도 분명히 적었습니다. 손뼉을 음원으로 쓰면 250헤르츠에서 300헤르츠 이하의 값은 정밀한 측정 음원보다 믿을 만하지 못하다고 밝혔습니다. 무덤을 지은 사람들이 이런 음향 효과를 의도했는지는 열린 질문으로 남겼습니다. 코드와 매개변수, 옥타브별 잔향 전체 표는 보충 자료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3.같은 사태를 네 자리로 다시 세운 표

M4는 경험을 네 자리로 나누어 읽습니다. 감각과 표현의 자원이 모드(Mode)이고, 그 자원이 실현될 때 걸리는 조건과 태도가 모달(Modal)이며, 둘이 결합해 정서와 행동과 정체성까지 아우르며 성립하는 총체적 경험 구조가 모달리티(Modality)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실현되는 환경적·기술적·사회적 기반이 미디엄(Medium)입니다. 미디엄이 모드와 모달이 설 수 있는 범위를 정하고, 그 안에서 모드와 모달이 결합해 모달리티를 낳으며, 그렇게 생긴 모달리티가 다시 미디엄을 고쳐 달라고 요구하는 순환을 이룹니다.

첨부 이미지

이 표에서 무게가 실리는 자리는 Modality입니다. 이 연구는 무덤 안의 소리와 빛과 걸음을 전에 없이 촘촘하게 다시 쌓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만큼, 그 안에서 옛 사람이 무엇을 겪었는지는 쌓은 것들과 다른 층에 있다는 사실이 또렷해집니다.

 

4.Mode · 측정된 잔향과 계산된 시선

이 사례의 Mode는 먼저 소리입니다. 회반죽을 바른 벽과 천장에 부딪혀 오래 머무는 울림, 낮은 주파수가 몸에 닿는 진동, 통로를 타고 안팎을 오가는 목소리가 여기에 속합니다. 푸른 악마들의 무덤에서는 바깥에서 나는 남자의 말소리가 묘실 안에서도 또렷이 들렸다고 연구자는 적었습니다.

다음은 그림입니다. 수탉의 무덤에는 연회 장면과 두 갈래 피리를 부는 사람, 양손에 딱딱이를 쥐고 춤추는 여자와 가면을 쓴 남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푸른 악마들의 무덤에는 뒷벽의 연회, 왼쪽 벽의 행렬, 오른쪽 벽의 악마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그림들을 비추는 흔들리는 촛불의 빛이 있습니다.

이 Mode들이 오늘 우리에게 오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잔향은 측정되었습니다. 시선이 끌리는 자리는 계산되었습니다. 촛불의 빛은 시나리오로 재구성되었습니다. 향과 제주의 냄새는 고고학 자료와 그림을 근거로 언급되었을 뿐, 측정되거나 모델링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Mode의 목록 안에서도 어떤 것은 숫자로, 어떤 것은 가정으로, 어떤 것은 이름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5.Modal · 촛불과 좁은 통로라는 조건

이 사례에서 Modal을 이루는 것은 무엇보다 빛의 조건입니다. 연구진은 묘실 안에서는 산소가 모자라고 연기가 차며 불붙기 쉬운 옷과 물건이 있었으므로, 횃불보다 밀랍 초를 썼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시각 분석도 현대 조명이 아니라 이 촛불 배치 시나리오에 따라 밝기를 다시 매긴 뒤에 이루어졌습니다. 같은 벽화라도 LED 아래에서 보는 것과 촛불 아래에서 보는 것은 실현의 조건이 다릅니다.

이 조건은 효과 자체를 좌우합니다. 논문에 따르면 의례가 묘실 뒤쪽에서 이루어졌다면 여러 개의 초를 켜더라도 오른쪽 벽은 보이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푸른 악마가 시선을 붙드는 가장 강한 자리라는 분석도, 연구진은 오른쪽 벽 가까이에 악마를 볼 만큼의 빛이 있었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아 제시했습니다. 그림은 그대로이지만, 빛이 어디에 있었느냐에 따라 그 그림이 의례 안에서 실현되었는지 아닌지가 갈립니다.

걸음과 시선을 정하는 통로도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수탉의 무덤으로 내려가는 통로는 길이 6.75미터, 폭 1.36미터에 계단이 깊고 가파릅니다. 시각 분석은 이 통로에서 시선을 끄는 요소가 적어, 곁눈질 없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준비의 구간으로 작동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통로 아래의 문턱에서 소리의 흐름과 시선의 흐름이 함께 바뀝니다. 같은 그림과 같은 소리도, 어떤 속도로 어떤 순서로 다가가느냐라는 조건 아래에서 실현됩니다.

 

6.Modality · 복원하지 않기로 한 경험

Modality는 총체적 경험 구조의 자리입니다. 이 사례에서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는 것은 기원전 5세기의 장례에 참여한 사람이 그 무덤 안에서 겪은 경험일 것입니다. 죽은 이를 보내는 슬픔과 두려움, 가문의 위세, 어두운 묘실의 울림이 한데 엮인 경험입니다.

논문은 이 자리를 채우지 않겠다고 스스로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이 작업이 옛 사람의 행동을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며, 옛 주관성을 되찾는다고 주장하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하려는 것은 그 경험이 형성된 감각의 조건을 이전보다 정밀하게 기술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가상의 방문자에게 의례에 대한 지식도, 목표도, 기억도 주지 않은 것도 같은 판단에서 나옵니다. 시뮬레이션이 보여 주는 것은 옛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가 아니라, 공간의 측정 가능한 성질이 주의와 움직임을 어느 쪽으로 기울이는지라고 논문은 썼습니다.

시선 분석에서 학습형 모델을 일부러 쓰지 않은 것도 이 자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연구진은 현대인의 시선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 대신, 밝기와 색과 윤곽만으로 계산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오늘의 보는 습관을 옛 지각에 들여오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측정과 계산을 Mode와 Modal 쪽에 묶어 두고, Modality 쪽으로 넘어가지 않으려는 설계로 읽을 수 있습니다.

논문에는 이 자리 가까이 다가가는 서술도 있습니다. 연구진은 수탉의 무덤을 차분한 각성의 알파파 상태로, 푸른 악마들의 무덤을 입구의 알파파에서 악마 벽 앞의 베타파 급등을 거쳐 뒷벽의 세타파 몰입으로 이어지는 순서로 그렸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뇌파를 잰 결과가 아닙니다. 연구진도 옛 사람의 뇌 활동에 직접 닿을 수는 없다고 밝히고, 특정한 감각의 배치가 오늘의 신경과학에서 어떤 상태와 연결되는지를 근거로 조심스럽게 해석한다고 적었습니다. 이 글은 이 서술을 연구진의 해석으로 소개하는 데서 멈추고, 옛 참여자의 Modality로 판정하지 않습니다.

첨부 이미지

표 2는 이 사례에서 무엇이 어떤 방식으로 남아 있는지를 나눈 것입니다. 잔향은 측정되었고, 시선은 계산되었으며, 조명은 재구성되었고, 뇌파 상태는 추론되었습니다. 냄새는 이름만 남았고, 옛 방문자의 경험은 비어 있습니다. 감각 고고학이 다시 쌓는 지층은 자원과 조건의 지층이고, 경험의 지층은 그 위에 비어 있는 채로 놓여 있습니다.

 

7.Medium · 무덤의 건축과 계측 체계

이 사례의 Medium은 먼저 무덤 그 자체입니다. 두 무덤은 이 지역에서 마코라고 부르는 석회암을 파서 만들었고, 묘실의 벽에는 회반죽을 바른 뒤 그림을 그렸습니다. 회반죽은 잔향을 늘리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수탉의 무덤 묘실은 길이 3.31미터, 폭 2.50미터로 작고, 푸른 악마들의 무덤 묘실은 6.20미터에 6.10미터, 높이 2.7미터이며 통로는 길이 13미터, 폭 2.5미터에 이릅니다. 이 크기와 재료가 어떤 소리가 머물고 어떤 빛이 닿을 수 있는지의 범위를 정했습니다.

시간도 이 기반의 일부입니다. 타르퀴니아의 채색 무덤은 연구자가 들어가기 전에 모두 도굴되었고, 수탉의 무덤도 크게 훼손되어 부장품으로 장례를 재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논문은 적었습니다. 푸른 악마들의 무덤은 한 번만 도굴된 것으로 보이며 1985년에서 1997년 사이에 발굴되었습니다. 그림과 벽과 바닥의 홈은 남았고, 그 안을 채웠던 물건과 사람은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이 연구가 무덤의 형태와 재료에 기대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복원에 쓰인 계측 체계가 오늘의 Medium입니다. 사진측량으로 만든 3차원 모델이 모든 데이터 층을 하나의 좌표로 묶고, 국제 표준에 따른 음향 측정과 시뮬레이션이 그 위에 얹힙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더 많은 무덤을 측정하고, 공간과 색과 소리를 함께 다루는 더 정교한 모델을 쓰겠다고 했습니다. 기반을 넓히려는 방향입니다. 그러나 그 요구가 나오는 곳은 오늘 연구자들의 물음이고, 옛 참여자의 Modality가 아닙니다. 6절에서 그 자리를 비워 둔 만큼, 이 사례의 순환은 닫히지 않은 채로 적어 둡니다.

 

8.아직 말할 수 없는 것

공개되지 않은 것이 셋입니다. 옛 방문자가 이 무덤들 안에서 무엇을 겪었는지는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고, 이 연구도 그것을 복원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향과 제주의 냄새는 측정되지 않았습니다. 무덤을 지은 사람들이 음향 효과를 의도했는지는 열린 질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논지가 약해지는 조건도 적어 둡니다. 다른 무덤들로 측정을 넓혔을 때 두 무덤에서 갈린 감각의 전략이 반복되지 않는다면, 두 사례의 차이는 무덤의 일반적인 성격이 아니라 개별 무덤의 사정일 수 있습니다. 또 정밀한 측정 음원으로 다시 쟀을 때 낮은 주파수의 잔향 값이 크게 달라진다면, 뒷벽의 7.52초에 기댄 해석은 그만큼 약해집니다. 그 값은 손뼉 측정의 신뢰도가 낮다고 논문이 밝힌 대역에 있습니다.

소리와 그림과 촛불이라는 Mode는 측정되고, 좁은 통로와 빛의 배치라는 Modal은 재구성되며, 무덤의 건축이라는 Medium은 남아 있지만, 그 위에서 옛 사람이 겪은 Modality는 복원되지 않은 자리로 비어 있습니다.

 

출처

Scientific American, Jacqueline Ortoleva · Maurizio Forte, 「How AI helped bring an ancient tomb dating to before the Roman Empire back to life」, 2026-10-03.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how-ai-helped-bring-an-ancient-tomb-dating-to-before-the-roman-empire-back-to-life/

Maurizio Forte · Jacqueline K. Ortoleva, 「Performing Power and Transitional Space: the Use of Acoustics and Multimodal AI in Etruscan Painted Tombs」, Journal of Archaeological Method and Theory 34, 13번, 2026-08-20. https://doi.org/10.1007/s10816-026-09820-1

확인 날짜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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