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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제 : 파랑, 분홍
청진기,판사봉,마패,타래실,마이크,장난감 그리고 축구공. 엄마의 오랜 친구이자 내 인생의 첫 친구였던 그녀는 돌잡이 때부터 남달랐다. 분홍 저고리를 입은 이제 막 돌지난 여자 아이가 그 많은 돌상 속 물건들 중에 조그만한 축구공을 잡았다. 돌잔치는 한순간에 싸해졌다. 이모와 삼촌은 당황하셨고 사회자도 말을 더듬으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유난했다. 나는 그런 그녀가 멋있었다. 인형놀이보다는 로봇을, 치마보다는 바지를 좋아했다. 그런 남다른 취향을 가진 그녀는 항상 꾸중을 들었다. ‘여자애가 그러면 못 써’ ‘여자는 치마를 입어야지’ 하루가 멀다하고 혼나는 그녀를 보며 나는 여자는 분홍색 빨간색을 좋아해야하고 남자는 초록색 파란색을 좋아해야 하는거구나라고 무의식중에 자리잡았다.
중학생이 된 그녀는 변함이 없었다. 교복을 맞추러 가는 날, 그녀의 어머니는 아침부터 설전이 났다. 교복바지를 입을거라며 교복집에서 아예 드러누워 일어날 기색이 안 보이더라. ‘내 딸이지만 정말 유난이다’라며 한숨쉬던 이모는 결국 두 손 두 발을 다 드셨다. 참 독특하다고 생각만 했지만 학교를 가니 모든 여자아이들은 치마를, 남자아이들은 바지를 입은 아이들 속 그녀는 유일하게 바지를 입고 등교한 유일한 여학생이었다.
사회에 나와보니 점점 그녀가 이상하게 보였다. 생각해보니 그녀는 단 한번도 남자랑 연애를 한다는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하지 않았다. 아이돌 얘기가 나와도 항상 여자 아이돌 얘기뿐 남자에게 관심조차 없었다. 점점 그녀를 멀리하게 되었다. 성정체성(남자보다 여자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았지만)이 남들과 다르다는건 알았지만 그런 그녀가 이제 독특해보이지 않았다. 더러웠다.
시간이 흘러 술 한 잔만 사달라던 그녀의 연락을 받았다. 그녀랑 술 한잔을 하는 걸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지? 나까지 오해하면 어쩌지? 수만가지 생각이 들며 썩 달갑진 않았지만 정이 있으니 꾸역꾸역 일어나 그녀를 만나러 가는 날, 술도 못하는 친구가 한 잔 두 잔 들이키더니 고백을 하더라. 어렸을 때부터 나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성으로써.
‘더러워’ 나도 모르게 입밖에 나온 첫 마디다. 부끄러워하며 말하던 그녀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더니 금세 잔잔한 미소를 띄며 그럴줄 알았다고 하더라. 왜 하필 나냐는 내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사람이 사람 좋아한다는데 이유가 어디있나. 대신 나는 너에게 이런 나를 이해해달라고 강요하지 않았어. 그냥 이런 나를 알아만 달라구’ 그 말을 들은 나는 벙쪄버렸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던 친구가 나는 뭐가 그렇게 더러워보였을까. 색안경을 끼고 살아오던 나는 그 시야가 점점 검게 물들어 내 앞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그날 나는 내가 제일 사랑하던 친구를 잃었다. 이성적으로 사랑했던 내 친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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