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지아✏April 4w.

기왕이면 꽃가루 때문이라면 좋겠는데.

2024.04.26 | 조회 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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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지아

30대의 나 자신 알아가기 프로젝트✏

칼칼한 목과 주륵주륵 흐르는 콧물로 보낸 한 주 였습니다. 미세먼지가 어찌나 그득한지, 17층인 우리 집에서 아침마다 보던 신천대로가 한동안 뿌옇게 보이지 않을 정도였어요. 띵하게 어지러운 머리까지, 이 컨디션은 아무래도 미세먼지 탓이 맞는 것 같지만 괜히 조금 더 낭만있어 보이는 꽃가루 탓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 꽃가루 조심하세요. 내년 봄에는 얼마나 많은 꽃을 피울 작정인지, 꽃가루가 노랗게 온 세상을 덮고 있으니까요! (가능하면 마스크도 꼭 하고 다니세요)

생일 축하해

4월 24일은 내 생일이다. 일년 중 하루 뿐인 날이 생일만이 아니지만(사실은 매일 매일이 단 하루 뿐이다!), 여전히 묘하게 생일 부근이 되면 마음이 들뜨고 설렌다. 축하 받는 기쁨 때문 만은 아니다. 31년 전(와, 벌써?) 오늘 즈음 우리 엄마는 첫 출산을 앞두고 어떤 기분이었을까.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아빠는 가장이 된다는 중압감을 어떻게 견디고 있었을까. 형제는 적지만 사촌이 많고 사이가 좋아 언제나 시끌벅적한 친가에서 우리 세대의 첫째이자, 7남매 중 막내딸의 첫 아이인 나는 얼마나 많은 이들의 기도와 기대와 관심 속에서 태어났던걸까 하는 생각까지도. 매년 반복되는 상상이지만 내가 ‘나’가 아닌, 아기 여지아의 탄생을 제 3자의 시선으로 떠올리며 늘 4월 마지막 주, 이맘때 쯤을 묘하게 둥둥 떠있는 기분으로 보내게 된다.

내 생일 하루 전 날은 고등학교 동창 진영이의 생일이다. 지금은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매년 나보다 하루 먼저 생일을 맞는 진영이에게 축하 카톡을 보내고, 또 그녀에게 가장 먼저 생일을 축하받으면서 전야제(?)를 시작하는것이 마치 어떤 의식과도 같았다.

“생일 축하해” 우리는 태어남을, 태어난 것을 축하받는 것이 아니라 태어난 날을 축하하고 축하 받는다. 날짜라는 것은 지나가는 시간에 이름 붙인 것,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구별하기 위한 일종의 라벨링이다. 그래서 날짜, 날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보다는 기능적인 장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태어난 날을 축하하는 것은 그런 무의미한 시간의 분절에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네가 태어났던 그 날이, 그 시간이 누군가에게 큰 기쁨과 기념의 순간이었음을 너에게 다시 한 번 기억시키는 것. 네가 태어난 날, 또 시간이 흘러 다시 돌아온 그 날에 네가 여전히 살아있음이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 네가 태어난 순간을 기억할 수 없겠지만, 매 년 맞이하는 생일날의 환희와 축복과 사랑을 떠올리며 소중히 간직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쩌면 ‘생일 축하’에 담겨있지 않을까?

매일매일 지루한 일상을 반복적으로 살아내는 나에게 ‘생일’이라는 이름으로 리본 묶인 어쩐지 핑크빛인 4월 24일이 돌아온 것을 감사한다. 32년간 받아온 많은 축하와 축복과 사랑을 기억하며 또 다시 이어지는 한 해를 살아갈 용기를 얻어본다. 어느 순간 삶이 지치고 재미없어질 때면 또 무언가를 기념하는 순간을 만들고 다가올 어떤 날을 기다리면서 그렇게 그렇게 나의 일년을 조금씩 쪼개어 특별하게 포장하며, 그렇게 살아내야지. 결론은, 생일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을 맞닥뜨렸을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볼품없고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듯한 기분에 빠진다. 일은 물론이고 사람간의 관계나 스스로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 마다 좌절하고 그 좌절감에 깊이 젖어있다가 대부분은 그 문제를 잊어버리는(외면하는) 방식으로 좌절의 구덩이에서 기어나오곤 한다. 바람직한 해결법은 아니라도 나에게는 비교적 잘 맞는 방법이다. 외면은 쉽고 빠르다. 바람직한 해결법이 아닌 이유는, 다시 그 일을 맞닥뜨리면 더 깊은 절망으로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채 대충 덮어뒀으므로.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은 반드시 있다. 아니, 오히려 세상에는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일들이 쌔고 쌨다(막간 사투리타임). 그럴 때는 내가 어쩔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덩어리져있어서 너무 크게 느껴지는 그 문제를 최대한 쪼개보고 정돈한다. 어쩔 수 없는 문제는 일단 내버려두자. 그 다음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내 손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서 하나씩 해결하다보면 어쩔 수 없는 줄 알았던 것들이 의외로 순순히 해결되는 경우도 많다. 스도쿠를 생각하면 좋다. 확실하지 않은 칸에 먼저 숫자를 채워넣으면 쉽게 풀릴 수 있던 다른 칸들까지 엉망으로 꼬이고 만다. 풀기 어려운 칸은 제쳐두고 9칸이 다 차있는 줄부터 먼저 손 대야한다. 한 줄, 한 줄씩 차근차근 정리해나가다보면 어느순간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던 마지막 칸의 숫자를 채우는 쾌감을 맛볼 수 있게 된다!

내가 제어하고 해결할 수 없는 일에서 과감히 시선을 떼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시간도 에너지도 모두 절약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내 생각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되새기며, 풀 수 없는 문제로 나를 혹사 시키지 말기. Let it be, 그리고 Let it go 정신으로.

이번 주는 유독 더 즐거웠어요. 구독자님의 일상에도 즐거움이 가득하셨길 바랍니다. 혹시나 그러지 않았다면 따뜻한 위로의 마음을 전해드려요. 다음주는 5월의 지아가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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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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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적용준

    0
    10 days 전

    생일 축하 드려yo

    ㄴ 답글 (1)
  • 똘이낄희아빠

    0
    10 days 전

    Just do it !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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