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지아✏April 3w.

이번 주는 열심히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2024.04.19 | 조회 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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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지아

30대의 나 자신 알아가기 프로젝트✏

일을 벌이고 나니 첫 발송일이 너무 기다려져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렇게 많았었나 싶어요. 시작은 늘 설렙니다. 이 설렘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어요. 늘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삶을 대해야겠습니다. 4월 3주차 저를 기록합니다. 이번 주는 유독 '생각'을 많이 하며 살았네요. 긴 글이 많습니다. 적당히 넘기셔도 좋습니다.

채우고싶은 마음

글을 쓰고 싶은 날이 있다. 공장처럼 디자인을 찍어내고 싶은 날도 있고,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라서 막 시작하지 않고서는 못 참을것만 같은 날도 있다.

오늘은 마구마구 글을 쓰고 싶은 날이어서, 주제없이 마구마구 키보드를 누른다. 타각타각 속도감있는 키보드소리가 듣기 좋다. 화면을 가득 채운 글자들을 보면 괜히 뿌듯해진다. 나는 무언가를 가득 채우고 싶은 욕구가 있는가보다.

디자인은 비우는 과정이다. 간결하게, 깔끔하게 불필요한 요소들을 최대한 제거해가며 핵심만 옹송그려두는것이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라 말할 수 있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배웠다). 그런 면에서 나는 디자인을 참 못하는 디자이너다. 자꾸만 무언가를 더하고 채우고 끼워넣고..

나에게 결핍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딘가가 깨져서 새어나가고 있거나, 아니면 뚜껑이 덜 닫혀 증발해버렸거나, 혹은 그냥 내가 다 꺼내 먹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어쩌면 애초부터 없었던 것을 이제야 발견했거나. 뭐가 됐든 나는 지금 비어있고 그 상황을 못견뎌한다. 자꾸만 채우고 싶어.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2g폰이 생겼다. 교복 업체들의 경쟁이 심하던 시절인데, 동네에서 스마트 교복점을 운영하시던 친구 어머니께서 프로모션으로 풀렸던 폴더폰을 하나 빼주셨었다. 당시 휴대폰 용량이 매우 작았기 때문에 소중한 문자는 반드시 보관함에 보관했어야 했는데, 보관함 용량도 크지 않아 새로운 문자와, 이미 보관되어있던 문자 사이에서 소중함의 경중을 늘 비교하게 됐다. 별 쓰잘데기없는 문자들을 저장해두면 생일날 받은 친구의 장문의 문자라던가 (띄어쓰기없이 꽉꽉 채운) 팅 콘서트 당첨 문자 등 정말 간직하고 싶은 것들을 남길 수가 없었다.

사람의 용량은 어느정도일까. 내가 담을 수 있는 한계를 가늠할 수 있을까.

오늘처럼 마구마구 무언가를 집어넣고 가득 채우다 어느순간 갑자기 ‘메모리 용량 부족’ 알림이 떠버릴까봐, 또 한 편으로는 모순적으로 영영 채워도 채워지지 않을까봐 두려워진다. 나는 지금 얼마나 채워져있는걸까? 그리고 언제쯤 다 채울 수 있을까. 나의 몸도 용량 안내선이 그어져있는 투명한 용기였더라면 좋았을텐데.

Collaboration

8촌 동생과 교회 동생을 소개시켜줬다. 예전부터 듬직하고 성실하고 심지어 외모까지 멀끔해 흠이라곤 찾기 어려웠던 8촌 동생(도치누나 아님),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생각이 깊고 심지어 귀엽기까지 한 교회 동생이 함께 서있는 모습이 자연스레 상상될 정도로 둘이 풍기는 느낌이 비슷하다. 연락처를 주고받고, 만날 날을 약속하는 둘을 보며 자꾸만 실실 웃는 나… 중매 서는 아줌마들의 즐거움을 공감하게 됐다. 우하하. 둘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부담을 주고싶지도 않지만 어쨌거나 나의 한 쪽 세상과 또 다른 세상을 연결짓는 것은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그러고보면 늘 친구들과 쪼인(세월 냄새가 너무 진득한데 달리 대체할 단어가 없다)해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 때도 친구들과의 모임 중 아는 친구들이 지나가면 냅다 불러 같이 놀았고, 내 자취방은 말할 것도 없는 사랑방이었다. 그냥 아무나 지나가다가 들어와도 되고, 이미 와있는 누군가와 같이 놀아야 하는.

나에게 여러 사람들을 소개해주는 행위는 좋음+좋음=왕 좋음 이다. 어떤 집단에 속해있는 나로서 정의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조각조각 분절되어 있는 다양한 내가 중첩되어 새로운 영역이 만들어진다는것이 대단히 재미있고 만족스럽다.

종종 기약없는 내 결혼’식’을 그려보곤 한다. 진영,단 언니와 연아님과 용준님, 수빈이와 소정이가 함께 있는 모습은 어떨까. 혜암이와 무니무니 나기나기는 다들 키 큰 남자들이니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게 될까? 대학시절 교회 아기들을 그리워하던 나를 아마도 기억할 예슬이에게는 어느덧 고학년 잼민이가 된 예담이를 꼭 보여주고 싶고, 한번 성사될 뻔 했던 서하와 보경이의 만남도 기대된다. 버섯과 다은이는 수연이랑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 미래의 남편 미안, 나는 결혼 그 자체보다는 나를 필두로 나의 어떤 단편들을 잘 아는 친구들의 모임을 위해 결혼식을 꿈꾸는 것 같기도..

글이 더 길어지기 전에 정리해보면, 나는 나를 아는 사람들을 엮고 섞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과정이 마치 내 유니버스의 확장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군집들을 모아 관계성을 만들어나가는 것. 그것을 단순히 사람간의 소개가 아닌 나의 세상을 확장시켜나가는 가능성이라고 느끼고 있다. 다가올 계절에는 또 어떤 새로운 콜라보레이션이 나를 설레게 하려나.

특별할 것도 유익할 것도 없는 저의 일상을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주도 열심히 잘 살아내볼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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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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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똘이낄희아빠

    0
    29 days 전

    기차를 놓칠 만한 흡입력있는 문체!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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