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 영화] 11월호 글 갈무리 02 -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2020.11.16 | 조회 2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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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영화

매주 월수금, 영화에 관한 리뷰와 에세이를 발행합니다.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11월호 네 번째~여섯 번째 글은 '실제의 삶과 회고된 삶의 사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2019)에 관해 상, 중, 하로 나누어 썼다. 아래는 그 일부만 발췌한 기록.

 

(...) 이 영화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우선 생각나는 작품은 자크 드미 감독의 <쉘부르의 우산>(1964)입니다. 프랑스 영화라는 점과 까뜨린느 드뇌브의 주연작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제게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을 볼 때 다가오는 것들 중 하나는 자연히, 영화에서 만나는 배우의 당시 모습과 현재 모습의 차이입니다. 1943년생인 까뜨린느 드뇌브는 20대 초반에 출연한 <쉘부르의 우산> 때의 모습과 70대 중반이 된 해에 출연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2019)에서 전혀 다른 인물처럼 보여요. 각각의 캐릭터를 연기한 한 배우의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지닌 성격과 특징 면에서 그렇게 생각됩니다.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 그리고 여전히 아름답지만 어른의 삶에 관록 있게 무뎌지고 여러 주름들을 겪어낸 사람. (...) (2020.11.09.)

 

(...) ‘행크’(에단 호크)와 ‘뤼미르’의 딸인 ‘샤를로트’(클레망틴 그르니에)와 ‘파비안느’ 사이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파비안느’의 집 정원에는 사람 나이로 치면 할아버지인 거북이 한 마리 있는데, 거북 이름이 바로 ‘파비안느’의 전 남편인 ‘피에르’입니다. ‘파비안느’는 젊었을 때 마치 <오즈의 마법사>(1939)를 연상케 하는 작품에서 마녀 역을 연기한 적이 있어서 ‘샤를로트’는 ‘파비안느’에게도 마녀 이야기를 하는데 ‘파비안느’는 장난식으로 거북의 이름이 할아버지(자신의 전 남편)의 이름을 딴 게 아니라 자기가 마법을 부려서 할아버지를 거북으로 변해버리게 만들었다는 말을 해요. 그런데 종종 거북이 등장할 때면 할아버지, 곧 진짜 ‘피에르’가 어디로 갔는지 등장하지 않고 (집에 갔습니다) ‘피에르’가 태연하게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있을 땐 정원에 거북이 보이지 않는 식으로 (정원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마치 ‘파비안느’가 연기한 마녀 캐릭터의 마법이 진짜인 것처럼 다뤄집니다. 적어도 어린 ‘샤를로트’ 시점에서 그건 정말이겠지요. (...) (2020.11.11.)

 

(...) 그러니까 이것의 요지는, 특정한 사건과 그에 얽히거나 관계되어 있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고 할 때 그 사건은 단일한 사실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 저마다 가지고 있는, 각자의 버전의 ‘받아들여진 진실’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앞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발단에 해당하는 것은 ‘파비안느’의 회고록을 읽은 딸 ‘뤼미르’가 “이 이야기는 진실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대목이었습니다. ‘뤼미르’의 유년에 대해 자신이 기억하던 것과 엄마인 ‘파비안느’가 기억하는 것이 서로 달랐고, 이미 수십 년 전의 과거가 된 그 일에 관해 두 사람은 다른 버전의 진실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 (202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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