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 영화] 10월 글 갈무리 04 - '보이후드'

2020.10.29 | 조회 511 |
0
|

1인분 영화

매주 월수금, 영화에 관한 리뷰와 에세이를 발행합니다.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10월호 열 번째~열두 번째 글은 '삶은 어째서 픽션이 아닌가'라는 제목으로 영화 <보이후드>(2014)에 관해 상, 중, 하로 나누어 썼다. 아래는 그 일부만 발췌한 기록.

 

(...) 픽션과 픽션이 아닌 것의 차이와 그 관계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한 편의 영화를 언급해야 한다면 <보이후드>(2014)야말로 가장 적합한 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가 시간을 다루는 방식에 관해 매 작품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이겠지만,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한번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같은 배우들을 데려와 매년 조금씩 찍어서 12년에 걸쳐 완성한 영화.

<보이후드>의 시나리오는 매년 조금씩, 그것도 촬영을 앞두고 그에 임박해서 쓰였습니다. 내년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태로요. <보이후드>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영화입니다. 일반적인 극영화는 짜인 각본에 따라 만들어지므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것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알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촬영 도중 어떤 배우가 사망해서 특정 캐릭터에 관해 각본을 수정한다든가 하는 일이라도 생기지 않는다면요. (...) (2020.10.23.)

 

(...) <보이후드>의 마법은 여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섯 살 때 엄마가 재혼을 하고 여덟 살 때 이사를 하고 열 살 때 아빠가 카메라를 사주고 열세 살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식으로 이야기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여섯 살의 한가운데로 잠시 스며들었다가 이내 일곱 살의 어느 날로 이동해 있는 것을 관객이 자연스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사의 신이 한 인물의 삶을 배치해 놓은 뒤 그것을 전지적인 시선으로 나열하는 게 아니라 영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거기 살고 있던 이의 삶에 잠시 머물기를 반복하는 것이죠. 매년 조금씩 촬영했으니 배우들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줄도 모른 채 그저 매년 동료 배우들과 같이 시간을 보냈을 겁니다. (...) (2020.10.26.)

 

(...) 사람의 삶이 어차피 우주적 범주로 볼 때 한낱 먼지이자 찰나에 불과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이 나중에 뭔가 있을 거라는 희망 아래 지속되는 게 아닐까 싶은 것입니다. 내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누군가는 남겨지고 누군가는 떠나간다는 것. <보이후드>에는 그런 대목이 많습니다. ‘올리비아’가 두 번의 재혼과 이혼을 반복하면서 ‘메이슨’과 친해졌던 이복 남매들은 물론 가족처럼 다가왔던 의붓 아빠(들)도 지나간 존재들이 됩니다. 영화에서 이들의 삶을 더는 보여주지 않지만 ‘메이슨’의 유년을 거쳐갔던 그들의 삶을 가지고도 누군가는 영화 한 편을 찍을 수도 있겠지요. (...) (2020.10.28.)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1인분 영화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1인분 영화

매주 월수금, 영화에 관한 리뷰와 에세이를 발행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