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채용 과정에서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바로 '비언어적 표현'과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이 두 요소가 어떻게 지원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어떻게 유능한 인재를 놓칠 수 있게 만드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메시지가 담지 못하는 93%의 진실
우리는 면접에서 지원자의 답변 내용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의 연구에 따르면, 의사소통에서 언어적 요소는 단 7%에 불과하고, 나머지 93%는 음성(38%)과 비언어적 요소(55%)가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는 '메라비언의 법칙'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원자도 회사를 평가합니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확증편향의 법칙과 함께 메라바인의 법칙은 면접관이 지원자를 판단하는 중요한 심리학 법칙 중 하나입니다. 면접시 지원자가 보이는 자신감, 눈맞춤 등을 보고 인재를 판단하기 쉽고, 면접관 교육, 구조화 면접등을 통해 경계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 판단의 법칙이 상호적이라는 것입니다.즉, 회사의 비언어적 표현이 지원자에게도 강력한 메시지로 전달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면접관이 주는 비언어적 메세지
응당, 면접 중 우리의 자세, 표정, 눈맞춤, 제스처 등은 모두 지원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우리가 지원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지, 회사가 인재를 존중하는 문화인지, 업무 환경이 긍정적인지 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됩니다. (지원자들에게 들은 다양한 사례가 있습니다. 면접을 7분만에 봤다던가, 불필요하거나, 무례한 질문을 했다던가하는 부분이요)
면접관의 성의없는 태도는 지원자에게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또는 '이 회사는 직원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통상 면접관은 실무 팀장급, 임원급이 대부분입니다. 즉 회사에서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있는, 회사의 얼굴같은 존재입니다. 결과적으로 유능한 인재가 우리 회사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기업에서 이슈가 되었던 면접의 부정적 사례, 강의 때 자주 들려드리는 압박면접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있어서는 안될 사고이자, 무례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상식에서 벗어난 무례함이 아니더라도, 자칫 채용하고자 하는 직원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면접 외에 회사를 판단하는 것.
면접에서의 분위기와 온도 외에, 지원자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피드백 시간'입니다.
면접의 모든 과정은 상호작용입니다. 이 부분 역시 회사 측에서도 지원자를 판단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즉각적인 피드백, 액션과 달리, 미온적인 대처는 지원자의 성향 및 진위를 의심하기에 충분합니다.
협상 전문가 허브 코헨은 "기다리는 사람이 이긴다"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삼성에서 해외 영업을 할 때, 조급함을 드러내지 않는 것, 패를 다 보이지 않는 것으로, 훨씬 유리한 위치를 점령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채용 과정에서는 예상보다 긴 '기다림'의 시간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신중한 결정'이라는 명목 하에 채용 과정을 지나치게 길게 가져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응당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사측에 권리이자, 충분한 명분이지만, 자칫하면 면접을 보거나 지원한 후보자에게 두가지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주는 부정적 영역
먼저, 순연된 채용 과정은 지원자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면접 후 통상 피드백을 주는 시간보다 늦어지게 되면, 지원자 입장에서는 채용의 진위나 의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안내해준 시간을 지키지 못할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설령 긴 시간 끝에 채용이 결정 되더라도, 지원자가 면접 때와 똑같은 마음, 태도로 접근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 회사는 의사결정이 느리다'
'직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적합한 인재가 아니구나'
'다른 내정자가 있구나'
이로 인해 야기되는 가장 큰 문제는 우수한 인재를 놓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통상 이직을 시도하는 지원자가 한 회사에만 지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아울러 경험상 유능한 지원자일수록 더욱 많은 옵션을 보유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가 '신중하게' 기다리는 동안, 다른 회사가 먼저 그 인재를 채용할 수 있습니다.
흔히 채용 과정이 1-2주일 정도로 빠른 회사들이 우수 인재 확보에 더 유리하다고 합니다. 물론 신중한 결정도 중요하지만, 속도 역시 적합한 인재를 유치하는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언어적 표현에 주의를 기울이고, 채용 과정의 각 단계에 명확한 시간 제한을 두며, 채용 과정을 최적화하고, 지원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접객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저는 이것을 잘 보여주는 예시가 동네 소아과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들의 학력과 기술, 병원의 입지 차이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병원은 성공하고 어떤 병원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 차이는 바로 의사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있습니다.
"많이 아팠겠네"
"잘 참았구나. 잘했어"
"괜찮습니다. 큰일 아니에요"
와 같은 간단한 말 한마디가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을 얻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 공감 없이 전문가적 자세만 고수하는 의사 (감기가 심해지면 폐렴으로 죽을 수 있어요)는 결국 '해고'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기업도 동일합니다.
지원자가 느끼는 다른 기업과의 차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병원이던 기업이던 고객과 구성원을 '케어'하는 마음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거기에 따뜻한 공감 한마디를 더한다면,
그 것이 가장 큰 경쟁력과 핵심역량이 되지 않을까요?
지원자에게 어떤 인상을 주고 싶으신가요?
채용은 분명 회사의 필요에 의해서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기억할 것은 채용은 서로 상호적이라는 것입니다. 회사가 지원자를 평가하는 만큼, 지원자도 우리 회사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면접에서는 회사가 지원자를 선택하지만, 입사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후보자의 의사인 것 처럼요. 우리의 비언어적 표현과 채용 과정의 속도는 회사의 문화와 효율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택받는 회사', 적어도 나쁜 인상을 남기지 않는 회사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비언어적 표현에 신경 쓰고, 효율적인 채용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회사가 더 좋은 인재를 단 한명이라도 더 채용할 수 있다면,
그것만 해도 큰 소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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