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새 학기 국어 교과서를 받아볼 때면 꼭 하던 것이 있었다. 이번 학기 배우게 될 문학 작품들은 어떤 것인지 훑어보는 것이었다. 관동별곡 같이 난이도가 있는 고전시가들은 표현법도 어렵고 ‘임금에 대한 충정’이라는 정서도 공감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라만 보아도 한숨이 났더랬다. 반면에 단번에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글들이 있었는데, 바로 현대소설이었다. 교과서에 실린 현대소설들은 당대에 대한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것이 많았는데,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의 생활상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었다.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알 수 없는 감상이나 용어들이 가득 녹아있다는 점이 대단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누구보다 20세기를 궁금해 했던 필자에게 현대소설은 그 자체로 과거를 엿보는 창이었다. 당연하게도 이들 작품에는 근대건축에 대한 기록도 녹아있으며 몇몇 개 작품은 성인이 되어서도 뇌리에 남아 도시 연구에 크고 작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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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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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성과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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