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벽을 무너뜨리려면 벽이 있어야 한다

2024.04.19 | 조회 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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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

매주 작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안녕 뭐해? 나는 지금 그냥 있어 별로 궁금하진 않겠지만, 사실 나도 그렇게 대단히 할 이야기는 없지만 그냥 떠들고 싶어서 말을 걸어 내가 요즘 시집을 읽는데 그렇게 어렵더라 소설만 읽을 땐 나도 이 소설처럼 글을 쓰고 싶다 생각했는데 시집을 읽으니까 소설이 오히려 쉬워 보이는 거 있지 예전에 한참 시를 열심히 썼었는데 그냥 세상을 다 아는 척 하는 것 같고  나 어려운 말 쓸 줄 알아요 하는 것 같아서 관뒀었는데, 다시 시를 써볼까 하는 요즘이야 나는 늘 카멜레온이나 달팽이 똥 마냥 읽는 글에 따라서 내 글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 같다고 느껴 그래서 오히려 남의 글을 덜 읽게 되기도 하는데 모르지 이것도 핑계일수도 하여튼 내가 요즘 읽은 시가 이렇게 숨차듯 글씨로 벽을 만들어 놓은 글이라 나도 한번 이렇게 써보려구 해 그거 알아? 나는 글과 말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이 꽤나 달라 내 발음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말로 썼을 때 알아듣기 어려운 놈들이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 중에 하나가 시야 거봐 벌써 시야 이렇게 말하면 뭔가 애매해 다른 놈들은 에세이야 소설이야 사랑이야 연필이야 오줌이야 다 뭔가 그러는데 시야 이거는 뭐 꼭 누가 한번 쯤은 되물을 것 같잖아 그래서 저는 시 좋아해요 보다 시를 좋아해요라 하고 더 못 알아들을 것 같은 사람한텐 시 읽는 걸 좋아해요 라고 한다? 진짜 별거 아니고 되지도 않아보이는 거에 신경쓰면서 살지 근데 그러니까 너한테 이렇게 주절주절 말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해 나는 그래 아무튼 나는 요즘 또 사랑이 아닌 주제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참 어렵구나 생각해 왜그런가 생각해봤거든 근데 일단 사랑이 아닌 일은 남들이 딴지 걸 요소가 너무 많더라고 사랑은 남들이 뭐라해도 내 사랑이 이렇다는데 어쩔거에요 라고 하면 되는데 인생은 자칫하면 그냥 어려만 보일 때가 많은 것 같아 사랑은 원래 유치하고 어리고 바보같아서 그냥 다들 그려려니 하거든 근데 인생은 더 많이 살아본 사람이고 더 힘들게 살아본 사람이고 덜 힘들게 살았지만 자기가 정말 힘들게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이 사람이고 저 사람이고 다 나한테 훈수를 둘 것만 같더라고 내가 삶은 용기 있게 살아야 한다 하면 누군가 닥치고 분수를 아는 것부터 배우라고 할 것만 같아서 말이야 아직 내가 사랑 이야기처럼 그런 훈수에 숨어있을 구석을 찾지 못한 거일 수도 있다는 거겠지 아직 내가 덜 살았다고 생각하고 넘길게 난 요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 그런데 있잖아 뭔가 답답하다 아직 내가 더 이야기 할 것들이 있는 기분이야 더 날것의 더 더럽고 더 추악하고 혹은 더 적나라하고 눈쌀찌푸리는 이야기들말이야 그런데 못하겠어 무섭달까 왜 어디어디 문학상 이런데 올라와있는 소설 읽어본 적있어? 그런데보면 아동학대니 원조교제니 성소수자니 정말 예민하고 섬세해야 하는 주제들이 많아 어쩌면 그래야 하기 때문에 자주 소재로 쓰이는 걸 수도 있고 그런데 나는 아직 그런 글을 못쓰겠어 마치 누군가 나를 그런 사람으로, 그니까 내 경험같은 것일 거라고 매도할 것 같은 무서움인거지 무서움? 맞아 무서움인거야 나는 지금 무서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거야 시에 대한 두려움 말하거나 글쓸때는 쓰지않게 되는 단어들 내 이야기라 생각하면 어쩌지 싶은 소재들 가르치는 것처럼 보일까봐 주저하는 말투들 그냥 내가 글을 쓰면서 자유롭지 못하는 모든 순간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 지금도 머리속에 나오는 말들을 자꾸 가공해서 글로 쓴다 다음부턴 절대 지워지지 않는 볼펜으로 써야겠어 썼다지웠다 할 수 없게 말이야 암튼 나도 말하듯이 글 한번 써보고 싶었어 이걸 읽는 너에 대한 배려없이 진짜 내가 할말만 주구장창쓰는그런 글 읽기도 불편하고 교훈이랄것도없지만 그냥 떠들때는 그런 생각안하잖아 난왜 떠들듯이 글 쓸 순 없지 싶어서 그냥 이제 글을 마치려하는데 너는 누굴까 이 글을 읽을 너는 누굴까 머리속에 몇 명 떠오르는데 그중 하나일지 또 모르던 누구일지 여기까지 읽긴 할런지 아님 넘어가다 지금 여기에서 나랑 눈마주칠지.


추신 1

우리는 쌓는 일이 무너뜨리는 일 보다 익숙한 것 같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쌓아가는 것들에 대한 가치와 미덕을 배우지만, 무너뜨리는 일은 크게 가치 있게 배운 것 같지 않아요. 저는 오늘 제 말과 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싶었지만,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늘 하던 대로 단어를 쌓아 올립니다. 쌓아서 무너뜨리는 셈입니다.

추신 2

오늘은 그림이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 글이 그림처럼 보이길 바랍니다. 띄어쓰기가 되지 않은 부분도 많아요. 그래서 이번 글은 핸드폰으로 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글이 벽처럼 느껴지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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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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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아

    0
    13 days 전

    너무 좋아서 구독하고 갑니다. 요즘 제가 하는 생각이랑 비슷해서 그런가 뭔가 내가 어딘가에 써 놓았던 글을 만난것 같기도 하고요. 인생에 대해 얘기하면 인생을 더 잘 아는(안다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나타나 호통칠 것 같아 '내 생각'임을 엄청나게 강조해요. 정치며 사회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요. 아무튼 후루룩 잘 읽히는 글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평안한 저녁 보내세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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