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하다. 당장 내 이름을 써 넣지 않으면 금방 사라질 휴가 신청서 같은 삶이다. 내 주변에 모든 사람들에게, 그 제각각인 이마빡에 내 이름을 적어 놓어야 할 것 같다. 내가 없는 사이, 아니 나랑 있는 사이 모종의 이유로 나를 싫어하게 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아님 반대로 나를 또다시 좋아하는? 설레발은 금지다. 가만히 있어도 이렇게 뛰는 심장에 박차를 더할 순 없다. 이게 다 나를 이렇게 만드는 그 자식 때문이다.
불안하다. 늘 예상과 다른 당신이 또 어디까지 예상 못하게 굴지 예상할 수가 없다. 언젠가는 이 불안함이 즐거웠는데 이제는 막막하기만 하다. 나는 지금 3일 굶은 사람이 짜장면을 받아 든 것처럼, 자가격리가 끝난 사람이 문을 열고 숨을 들이키는 것처럼 당신의 업데이트 된 삶을 확인한다. 당신이 무슨 말을 던지면, 나는 뭐 대단한 살코기라도 붙어있는 뼈다귀를 본 개처럼, 며칠을 그 말을 물어 맛본다. 그리고 또 무언가 언젠가 날아오지 않을까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속상하다. 또, 어제 그 사람한테 작은 말 실수를 한것을 기억한다. 그 사람에게 내가 상처준 건 아닐까. 아니 사실, 상처받은 것 보다 상처받아서 나를 미워하게 되는 것을 걱정하는 건가. 그 사람에겐 적당히 모른 척 하며 새로운 주제로 말을 건넨다. 어쩌다 돌아온 그 사람의 정상적인 대답에 숨을 돌린다. 나는 도대체 무엇에 죄책감을 느끼나. 상처줌인가 상처를 줬다는 두려움인가. 구분하는 것이 의미없는 일인가.
사랑이거나 미안함이라기엔 박자가 너무 빠르다. 사랑이 정상 속도로 뛰는 심장이라면, 이건 부정맥이다. 갑자기 빠르게도, 한번 건너 천천히도 뛰는 심장. 이게 다 그 자식 때문이다. 그 자식은 새하얀 종이에 먹물을 끼얹듯, 사랑과 미안함을 일순간에 찌질함으로 덮어버린다. 그놈의 이름은 '안달'이다. 좀체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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