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의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의 첫 장에서 가져온, 영화 <마지막 사랑(The sheltering sky)>의 마지막 대사다. 영화의 원작이 되는 소설가 paul bowles가 직접 마지막 장면에서 나레이션하며 영화는 끝난다. 병으로 죽음을 마주하게 된 류이치 사카모토는 이 글을 시작으로, 또 제목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류이치 사카모토와는 다른 궤로, 우리는 달의 기념일을 참 잘 챙긴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따라 달이 유난히 빨갛게 보인다거나, 더 크게 보이는 날이거나 하는 식이다. 그리고 일식이니 월식이니 하는 일들도 그렇다. 지구와 해와 달은 너무나 친하지만 각자의 삶을 찾아 나서 멀어진 동창들처럼, 아주 가끔, 그렇지만 은근히 자주, 서로를 마주한다.
그러다 달이나 해는 하늘에 떠있다고 특별해 보여서, 특별해 보이는 저 것들이 몇 년에 한번, 몇 십년에 한번 어떻게 되기라도 하면 우리는 살면서 몇 없는 순간이라며 귀하게 여기지만, 하늘에 정신 팔린 사이 우리와 같이 땅에 붙어서 지나가는 몇 없을 순간들을 놓치진 않았나 생각한다.
어느 날 급하게 버스에서 내리고 숨 돌리다 맡은 여름 밤 냄새, 숨 막힐 듯 높고 넓었던 어느 가을의 아침, 발가락 사이에 구석구석 숨어 간질 거리는 모래사장의 모래알, 결국은 녹아버린 놀이터의 당근 코 박힌 눈 사람 하나, 좀처럼 머리를 묶지 않던 그 사람이 머리를 묶고 학교에 나온 날, 초록을 싫어하던 내가 반해버린 그 애의 초록색 단화, 그 애와 헤어지던 날 애꿎고 심술 나게 크고 예쁜 눈이 내리던 하늘, 숨이 차 더 이상 뛸 수 없다고 멈추려는 새 등 받혀 밀어주는 그 놈의 얼굴, 문득 글이 쓰고 싶어 펼친 휴대폰 메모장과 내 첫 시의 첫 구절같은.
나는 이런 순간들을 앞으로 얼마나 더 만나고 기억할까. 어쩌면 달과 해가 만나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놈들은 몇 십년, 몇백년에 한번이라도 만날 예정이니까. 그러니까 그날 내가 너에게 했던 말은 개기일식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하다면 더하다. 십년이고 백년이고 지나도 그 말을 할 사람은 나이고 그 말을 들을 사람은 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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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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