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있다. 우리는 성실하게 바다를 탐구한다. 누구는 뭍 근처에 오는 파도들에 긴 판때기 하나 들고 맨몸으로 돌진한다. 누구는 온갖 장비를 다 낀 채로 파랗다 못해 검어진 한 가운데로 들어간다. 누구는 열심히 배를 만들어 바닷속에서 뭐라도 훔쳐보려 그물을 던진다.
하지만 잠수부든, 서퍼든, 해양학자든, 어부든 그 누구든 우리는 결국 뭍으로 밀려 나온다. 얼 빠진 채로 우리는 모래사장 위에 앉아있다. 사실 모래나 우리나, 모래는 우리다. 그냥 조금 작은, 혹은 과거의 우리.
뭍에 돌아와 있는 시간은 저마다 다르다. 잠깐 파도나 타고 온 사람들은 즐겁다며 다시 파도나 타러 일어설 것이고, 바다 깊숙이 잠수했던 사람은 머리가 멍해 조금 더 쉬어야 한다. 배를 만들었던 사람은 어디서 기름을 구해와야 한다. 저마다 시간은 다르지만,
우리는 바다가 고향이라도 되는 냥 다시 겁도 없이 바다에 몸을 던진다.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큰 파도는 백날 분석하고 부딪혀봤자 소용없다, 휩쓸린다. 그치만 장단이라도 맞춰 주듯, 바다는 늘 우리를 뭍으로 내보내기만 한다. 적당히 장난을 받아주는 덩치 큰 아빠나 삼촌처럼, 바다는 우리를 귀여워한다.
어두운 밤 바다의 공기에도 포근함이 느껴지는 날이다. 검고 푸른 바닷물이 왜인지 다정한 날이다. 또 채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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