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너무 많으면 글이 쓰기 어렵다. 앞으로 나아가는 나를 멈추게 하는 것이 사랑인가 싶다가도, 금세 멈춰있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고민한다. 그게 크게 중요한가 싶다가도 나는 두 것이 같은지 다른지 고민하다 펜을 놓아 버린다. 결국 조화나 균형같은 결론은 흐리멍텅하다 여겨 피하려다가도 그것만큼 선명한 답안은 없다는 것을 느낄 때쯤이면 무언가 힘이 탁 풀려버린다.
스스로 가지는 반항적이고 표면적인 일관성은, 축구를 칭찬한 다음 날 농구를 칭찬할 수 없게 만든다. 축구가 사람이라면 다음날 바로 농구를 칭찬한 나를 미워할 것만 같아서. 언제부터 이런 류의 염치나 양심이 내 안에 눌러 앉았는지는 모른다. 공연히 드는 미안한 마음에 마치지 못하고 저장돼 있는 글이 쌓여만 간다. 내 저장공간엔 사랑에 대한 몇십 가지의 이야기가 있지만 누가 들어도 끄덕이는 답안을 찾아야 할 것만 같아서 글을 깎고 다듬기만 하다 지친다.
사람 마음이 자물쇠라면, 나는 어디 들이대도 들어가는 열쇠를 찾으려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모든 자물쇠에 들어가는 열쇠는 그냥 기다란 일직선 막대뿐이다. 자물쇠는 그것만으로 열리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막대에서 뻗어있는 가지나, 막대에 새겨진 음각들. 그것들이 있어야 일직선 막대는 비로소 자물쇠를 여는 열쇠로 불릴 수 있다.
그러니 나는 조금 염치없어지려 한다. 누군가는 반대하거나 맘에 들지 않을 수도 있는 글, 며칠 전에 썼던 이야기와 반대되는 글을 쓰는 것에 너무 힘들어 하지 않으려 한다. 누군가가 싫어하는 글을 쓰는 일이 누군가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것 만큼이나 매력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앞으로는 나아가는 사랑도, 불러 멈춰세우는 사랑도 전부 말하겠다. 쌀쌀한 바람에 봄을 그리워 하다가도, 내리는 눈에 다시 겨울을 이야기하겠다. 염치 불고하고, 양심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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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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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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