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럽게 떠났다 한 달 반 만에 돌아오니, 송구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이 편지를 남길까 망설이다가, 어느새 한 달이 지나버렸다. 그동안 ‘겨르로이’가 멈춰 있던 시간 동안 독자들은 어떤 일상을 보내며, 어떤 사유를 즐겨왔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필자는 지난 두 달간 쉴 틈 없는 활동 속에서 사유의 시간을 잃었다. 그래서 글을 쓰지 못했지만, 그 사이 독립출판 책을 마무리했고 일이 끝나자마자 강릉으로 향했다. 오늘이 강릉에 도착한 지 딱 일주일째 되는 날이다. 이곳에서 그동안 미뤄두었던 생각들을 조용히 풀어내며, 조금씩 본래의 나를 되찾고 있다.
강릉의 시간은 서울보다 느리게 흐른다. 서울에서는 매일이 아쉬웠는데, 이곳의 하루는 그저 흘러가도 아쉽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다만 바라보아도 하루가 충만하다. 그렇게 비워내고 채우는 시간을 지나 이제야 다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글은 ‘겨르로이’의 마지막 인사다. 사색적인 사람이 되고자, 또 그 사유를 나누고자 시작한 뉴스레터였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 사색가들을 만났고, 많은 생각들을 함께 나누었다. 이젠 일요일이 오지 않더라도 스스로 사유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나의 첫 목표는 다 이룬 셈이다. 독자들도 이 뉴스레터를 통해 조금이나마 자신만의 사유를 찾아갔기를 바란다. 투박하게 시작한 만큼 투박하게 마무리하려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길어질 테니까.
앞으로도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이다. 다만, 이제는 메일리 뉴스레터가 아닌 브런치 스토리에서. 이곳에서 이어진 인연들이 그곳에서도 이어지길 바라며, 주소를 남긴다. >>> brunch
그동안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며. 이 편지를 끝으로, 겨르로이의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