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기대하고 실망했던 날들이 많았다.기대는 당연한 듯 서스럼이 없었고,실망은 약올리듯 더 깊이 파고들었다. 무엇을 그토록 바랐던 걸까. 내가 그린 세상 속에서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움직여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 참으로 이기적이고, 한심했다. 세상이 내 마음대로 돌아갈 리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으나, 마음은 끝끝내 그것을 거부했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걸, 그 다름을 존중해야 한다는 걸 몰랐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받고 싶었고, 그 사랑을 너에게 애원했다. 너는 그저 너였을 뿐인데, 나는 내가 만든 사랑의 틀에 너를 맞추려 했다. 어리석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모든 게 얼마나 부질없고 우스운지. 사랑은 애초에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너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랑의 본질은 그게 아니었음을, 참으로 뒤늦게 깨달았다.
마음이 텅 내려앉는다. 이제는 그 빈자리를 메우려는 시도를 멈춘다. 사랑도 결국 배움이었고, 나는 그 배움을 외면한 채 지금에야 겨우 시작한 것이다. 너무 늦었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랑에는 ‘제때’라는 게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괜찮다.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뿐, 그 시간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결국,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삶이 나에게 무엇을 던져주든, 나는 어떻게든 버텨낼 것임을. 한심하고 이기적인 나지만, 그래서 뭐 어떤가. 결국은 다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나는 조금씩 더 나아질 것이다. 시련이란, 어쩌면 시험조차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저 스쳐가는 바람일 뿐, 바람은 지나가면 그 자리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나는 그 바람을 이겨낼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겨낼 필요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지나가면 된다. 처음부터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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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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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jhouse90
오늘도 좋은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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