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숨

나무의 떨림

나무詩.002

2024.05.05 | 조회 53 |
from.
茶敦온형근

월간 한국정원

한국정원문화를 당대의 삶으로 벅차고 가슴 설레이며 살아 숨쉬게 하는 일

나무의 떨림

온형근

 

 

나무의 새 순은 제 잎 모양을 모른다.

그러니 아이의 입술 내민 삐침이며 심드렁

펼쳐 내기 전에는 세필이라 그릴 게 없어

두렵고 신산하여 긋고 말고 할 여지

애초에 불러내지 않았을 봄바람에 흠뻑 젖는다.

 

이파리 가장자리에 결각을 낼지

잎 표면에 곡진한 주름을 깊게 낼지 흔적만 낼지

기하의 규칙일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한 번씩 비틀고도 싶고

아무나 달려들어 긁어댈까 봐 거친 융모를 앞뒤로 두를지까지도

애먼 데 먼산에는 별 말고는 빛나지 않았으니

 

처음 색깔을 청초하게 시작하여 묵직하게 덧칠할지

유화로 반짝이거나  두툼할지를

내 맘대로 못하는 게 어디 있겠냐던 실존은

애초에 잎자루 길이조차 알 수 없었으니

나무의 새순이야말로 천진난만이어서 손 닿는 것마다 잡아당기거나 입 안에 넣는다.

 

작가의 한 마디 나무의 떨림은 새순이 나올 때 알 수 있다. 심술을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입술을 내민다. 새순에는 보이지 않는 유전의 형상이 모두 담겨 있다. 나무의 새순이 떨고 있다는 것은 우주의 생의가 항상 흔들대며 생기를 생성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으름덩굴
으름덩굴

(온형근, 시인::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

『월간::한국정원』은 한국정원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당대의 삶에서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습니다.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짧은 단상과 긴 글을 포함하여 발행합니다.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설계 언어를 창발創發합니다. 진행하면서 더 나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주체적, 자주적, 독자적인 방향을 구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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