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의 기묘한 모험 🐈‍⬛

💫 영화감독이 된 시인

중국 카일리에서 나고 자란 1989년생 비간은 26살에 자신의 시집을 원작으로 한 장편 영화를 제작한다.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는 자신의 삼촌이고, 이 밖에도 자신의 이복동생과 동네 주민까지 등장한다. 너무 허술한 거 아닌가 싶지만, 이 영화는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신임감독상, 낭트3대륙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등 중국을 넘어 서구권에서도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며 천재 감독이 등장했다며 벌써부터 그를 반기는 이들도 생겨났다.

비전공 영화인으로서 첫 장편부터 이례적인 성공을 거둔 그는, 두 번째 작품부터는 무려 탕웨이와 함께 작업하기에 이른다(삼촌은 조금 섭섭해할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영화가 바로 ‘지구 최후의 밤’이다.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 "미칠 듯이 어려운 영화 5선" 중 한 편으로 소개되었던 만큼 난해한 구석이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오늘은 스토리도 어렵지 않고 길이도 15분 남짓으로 짧은, 그리고 무엇보다 귀여운 고양이가 주인공인 그의 단편 영화를 대신 소개한다.

🌻 파쇄태양지심(A Short Story)

아주 오래전에 검은 고양이가 한 마리 살았다. 그는 친구도 집도 없고, 인생의 목적도 없었다. 어느 날 그는 허수아비를 만난다. 고양이는 허수아비에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허수아비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것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는 괴상한 사람 세 명만 언급할 뿐이었다.

1. 고아원에서 일하는 봇(Bot) 🍬

검은 고양이가 만난 첫 번째 괴짜는 고아원에서 일하는 봇이었다. 봇은 가장 귀중한 사탕인 다크 스위트를 만든다.​​​​​​​​​​​​​​​​ 모든 아이는 고아원을 떠날 때 봇에게서 다크 스위트를 받는다. 고양이는 배터리가 다 된 봇을 충전하고 그에게서 사탕을 받는다. 그러나 본래 단맛에 둔한 고양이에게는 그저 신맛만 강할 뿐이다.

2. 기억력이 좋지 않은 여자 🍜

검은 고양이는 고아원을 뒤로하고 두 번째 괴짜인 짧은 기억력을 가진 여자를 방문했다. 그녀는 연인을 잃은 비극을 잊기 위해 매일같이 "기억 상실 국수"를 한 그릇씩 만들어 먹었다. 그녀에게는 가장 소중한 편지가 있었다. 그러나 편지가 쓴 사람이 기관사였던 것만 기억이 날뿐, 기억력이 나빠져 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고양이는 편지를 찾아다 주었지만 그저 말장난으로 가득하다고 느껴질 뿐 원하는 깨달음은 얻지 못했다.

과연 그는 세 번째 괴인을 만나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을까? 15분 남짓한 짧은 영화는 비간 감독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고도 남다. 그저 시시각각 변하는 몽환적인 이미지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행복해진달까. 영화는 현재 MUBI에서 영어 자막으로 감상이 가능하며 만약 중국어가 가능하다면 유튜브에서도 바로 감상할 수 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 헤매는 검은 고양이의 여정이 궁금하다면 꼭 시청해 보시길.

Today's Question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