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윤동규 40주차

모처럼 분량이 많습니다.

2023.12.17 | 조회 4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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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윤동규

한 주간 쌓인 쓰레기들을 공유합니다

Part 1


0.
글을 올리는 곳이 너무 많다. 아니 글을 많이 쓰는 것은 무조건 좋고, 많이 올리는 것도 좋다 이거야. 그런데 글을 올리는 곳이 많은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첫번째론 글이 올라가는 곳에 맞춰 각각 다른 내용이나 형식, 소재나 스타일의 차별화를 줘야 한다는 피곤함이고. 두번째는 그렇게까지 하는거에 비해 돌아오는게 없다는 것이다.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뿌리면 뿌릴수록 피드백이 있다. 팔로워가 는다거나 사람들의 반응, 그로 인해 들어오는 광고 제안이나 조회수에 따른 수익 창출까지. 기대값이 있으니 노력이 헛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실제로 싸늘하게 외면 받는 콘텐츠라도 아 다음 번엔 이렇게 하면 되겠다, 하는 지침이 되어주니까. 그런데 글은 다르다. 이걸로 팔로워를 늘리거나 광고를 받거나 할 생각이 없고 조회수 10 이렇게 찍혀도 그냥 쓴다. 그냥 쓴다, 그래 이게 가장 큰 차이네. 콘텐츠는 그냥 만들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지에 대하여 고민하며 만든다. 하지만 글은 그냥 쓴다. 무슨 차이일까? 

1.
아마도 글은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구석이 있어서가 아닐까. 써야 해서 쓰고, 어딘가 올려야 해서 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쓸 수 밖에 없어서 쓰고, 쓴게 아까워서 어딘가에 올리는 쪽이다. 냉정하게 배설에 가깝다. 도저히 창작 활동이나 콘텐츠, 작품에 속하지 못한다. 제 아무리 황금 빛깔의 결이 곱고 향이 좋은 똥을 쌌다고 그걸 작품이라 할 수 있는가? 그건 마돈나도 무리데스요. 

2.
그러니 양심적으로, 글을 플랫폼에 맞춰 쓰지 않겠습니다. 일단 하루치 쓰레기가 생기면 어디에 버리면 될지 고민해서 분리 배출하는 뿐이에요. 우리가 "오늘은 재활용 쓰레기를 만들어야지"하고 계획하진 않잖아요? "어디보자... 이따가 음식물 쓰레기 봉지랑 일반 쓰레기 5리터, 플라스틱이랑 캔은 다음 주에 만들어야지"하진 않잖아요. 글도 그렇습니다. 쓰고 보니 이건 블로그, 이건 브런치, 이건 인스타그램 스토리, 이건 주간 윤동규 뉴스레터, 이건 쓰레드, 이건 출판으로 나눠 버리면 같아요. 무슨 분리 배출구가 6개나 있네요. 그럼 이건 어디에 버릴까요? 분량이 되니까 스토리에는 올리겠고, 블로그에 올리기엔 부담스럽고. 쓰레드엔 글자 제한이 넘어가니 <주간 윤동규>에서 만나뵙겠습니다. 끝에 줄만 붙이면 되겠네요. 주간 윤동규 마치겠습니다.

 

Part 2


출판을 염두하고 쓰고 있는 에세이를 '주간 윤동규'에만 독점으로 올려볼까 합니다. 실제 출판본에선 내용이 달라지거나, 출판되는 일 자체가 없어서 여기에만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그 가상의 책은 '툴앤툴즈'라는 콘텐츠를 만들며, 물건에 대한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묶은 형식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데에는 도라에몽의 힘이 컸다. 큰 정도가 아니라 라면으로 치면 면도 스프도, 심지어 물도 아닌 불이라 불러도 될 정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한번 끓여볼까- 라는 첫 계기가 되어 준 도라에몽을 처음으로 접한 때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덕계 초등학교 하교길에는 깨비책방이 단 돈 200원에 만화책을 빌려주었고, 당시 버스비는 230원이었기 때문에 걷기만 하면 하루 한 권의 만화책을 빌려도 260이 남았었다. 캐시 워크 저리 가라 이거야. 하교길에 도라에몽 한 권 빌려서 신나게 읽고, 다음 날 학교에 가져가서 친구들과 돌려 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팬이랍시고 하는 행동은 불법 다운로드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그때는 그런게 별 문제라는 생각이 없었으니까. 미안합니다 후지코 F 후지오. 어쨌든 10권 즈음에선 끽해야 4~5명이 돌려 보던 만화책이 30권을 넘어서자 스무명이 줄을 섰고, 서로 먼저 보겠다고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방법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처음으로 그림을 그려봤던 기억이 난다. 인쇄 공장을 하시던 아빠가 가져온 달력 용지를 들고 가, 8색 싸인펜으로 그린 도라에몽은 200원짜리 코팅지를 거쳐 도라에몽 팬클럽 회원증이 되었고. 무려 회원증이 있어야지만 만화책을 빌려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었다(물론 싸움 잘 하는 친구는 회원증이 없어도 슈퍼 패스였다). 아 무언가를 만드는건 재미있구나! 하는 마음을 처음으로 알려준 도라에몽이 있었기에, 이렇게 글도 쓰고 뮤직비디오도 만들고 다큐멘터리도 찍는 지금의 내가 있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는 에세이를 써볼까 하는 마음에 뒤늦게 기억을 더듬어서 재구성해봤고. 사실은 '어, 내레이션 올리고 물건 소개하는 영상 올리면 조회수 잘 나오겠는데?'같은 마음으로 창고를 뒤지다가 발견한 몇 개의 물건들 중 하나일 뿐이다. 이런 마음으로 산문집을 만들어도 될까? 모르겠다, 아마 안 되지 않을까.

 

Part 3


그리고, 아무래도 제가 쓰레드를 미친놈처럼 많이 하는거에 비해 정작 쓰레드 하는 사람 자체가 없어서. 좀 아깝잖아요? 그래서 '주간 윤동규'에 이번 주에 마음에 들었던 쓰레드를 올려보려고 합니다. 사실 제가 쓴 글을 통틀어 쓰레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글 세계의 숏폼이잖아요?

 

 

막상 옮겨놓고 보니, 스스로의 글에 참 관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민망하군요. 주간 윤동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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