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여행+2

정자 아래 따뜻한 사람들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온도를 맞춰간다. 리듬에 맞춰 흔들거리는 올리브 나무의 그림자는 날이 따사로우니 한곳에만 오래있지 말고 섬 곳곳을 돌아다녀봐라고 재촉 하는것만 같았다. 섬 인부들은 딱딱한 건물과 도로를 뒤엎는게 아닌 식물과 나무들을 관리하고 산책하다 듬성듬성 보이는 보랏빛 꽃이 이 섬을 대표하는 들꽃인가보다.

이렇게 햇살이 기분좋고 들뜬날에, 우연히 저장되어있던 글들을 발견하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여행을 떠날땐 항상 챙기던 아이패드속에, 그동안 그 사람에 대한 글을 적어놓은게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던거다. 그 사람은 아마 날 차단하고 죽은사람  취급하며 잘 살아가겠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에 훅하고 내 삶에 발을 비집고 들어오면 그때 내 속은 니코틴 덩어리가 끈적하게 들러붙은 폐마냥 숨을 쉬는것도 까먹고 안보이는 저 지하끝까지 누군가 나를 붙잡아 내려가는 느낌이다.

 그만 내 삶에 튀어나왔으면 좋겠다. 정리를 해도해도 조금씩 흔적을 남기며 정체를 드러내는 너, 좋았던 감정과 기억마저 흙속에 파묻으려 하니 유한한 시간은 얼른 저 굵은 동앗줄을 낡게 부식시키고 자연스럽게 끊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햇살이 따가운 동네에서, 서늘한 기분을 느낄줄은 몰랐다. 수영을 하기위해 챙겨왔던 타올을 챙기고 영 물에 들어갈 기분이 아니기에 터벅터벅 작은 둔덕에 위치한 집으로 돌아간다. 하얗고 작은 정원이 있는 예쁜 전통가옥 발코니에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을 내려다보며 순간순간 욱하고 얼굴을 들이미는 감정들을 억지로 다시 우겨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