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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2 | 조회 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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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치료기

No room

장례식이 끝나니 이제야 마음이 느껴진다. 짙은 채도의 색이 흘러내리더니 도화지를 혼자서 다 채워버렸다. 약간의 남은 여백을 다른 색들이 채우려고 안간힘을 쓰며 작은 공간을 차지해보려 용쓰지만 그저 허우적거리는 꼴일뿐. 원색의 채도를 바꿀수가 없다.

 침대가 아닌 바닥에 누워 하염없이 천장을 바라보는 시기. 상상과 생각의 나래가 꼬리에 꼬리를 물줄 알았는데, 슬픔이나 좌절감에 빠질 여분의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다. 내 방어기제인 수면은 끔찍한 피곤함을 이불마냥 감싸줘 한숨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치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다행이다. 이 시기에 y와의 관계가 이어져있었다면 나의 혼란스러움이 다채로운 색깔의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그 아이에게 부정적인 생각과 상처를 남겼을게 뻔했다. 일상에서의 행복을 y만큼은 온전히 누렸으면 하는 바램으로 나는 조용히, 홀로 회복하는 시기를 가지는게 맞는거같다. 

교통사고, 시력손상, 어머니의 장례식을 차례로 겪었더니 머리가, 내 마음이, 회복할 시간을 가져라고 아우성치는게 느껴진다. 

 

 

 

끝까지 부담감을 안겨준 어머니는 너무나도 이기적인거 아닌가. 이제야 숨이 트이고 책임에서 벗어나는줄 알았는데 미처 준비할 틈도없이 벼랑끝에서 등을 떠밀어버리신다.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닌거 같은데, 현실의 무게감과 책임을 아무렇지 않게 등에 올려주신 어머니가 원망스럽고 밉다. 나는 당신처럼 희생을 하는 삶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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