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처음으로 손님이 들어섰다. 나와 동생은 저 낯선이를 어화둥둥 이뻐하고 여기저기 방을 돌아다니며 발자취를 남기는 저 손님을 구경한다. 첫째가 형부와 여행을 간다며 서연이를 맡기고싶다 했을때 잘 돌볼수 있겠나.. 하는 걱정에 부담이 실로 엄청났지만 일단 저 작은 생명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낯을 엄청나게 가리던애가 삼촌하며 포옹을 하는데 오랜만에 심장을 부여잡는. 아이들은 얼마나 빨리 크던지 분명 내 기억에 누나가 말을 너무 늦게 뗀다고 걱정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식탁에서 쉬지도 않고 대화를 속사포마냥 뱉는걸 보면 시간은 어른들의 편이 아닌가보다.
순식간에 거실은 장난감 천지가 됐고 아이패드엔 알지 못하는 동요와 캐릭터들이 점령했다. 누나가 싸다준 간식과 고품질 과일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으며 나와 동생은 서연이 덕분에 건강식 챙기게됐네 하며 낄낄 거린다.
전세계 어머니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 글을 쓰면서도 서연이는 내 다리를 붙잡고 칭얼대며 분명 재웠음에도 새벽에도 눈을떠 낯선환경을 탐사중이다. 김여사가 서연이를 종종 맡아준걸로 아는데 이제 나와 동생차롄가보다.
아, 그나저나 저 작은 손님의 수다는 정말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새벽에 더 활기찬걸보면 유전자란게 참 무서운건가. 잠자긴 글렀다.
8.17
주재원을 지원하기 위해선 높은 등급의 영어점수가 필요하여 당분간 주말엔 여행이 아니라 공부를 해야한다. 동생도 골골거리며 환자마냥 땅바닥을 쓸고 다니기에 이참에 조용한 주말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를 풀다 막히면 인공지능한테 물어보듯 동생에게 대답을 요구하고, 맘에드는 답변일때면 물개박수로 자존감을 올려줬다.
준비를 착실히해서 꼭 가고싶다.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변하고 싶고 이국의 땅으로 내몰려 갈망에 차 절실하게 살고싶다. 익숙한것을 내려놓고 새롭게 외국에서 도전을 한다는것 자체가 몇년뒤의 내 모습을 상상할때 분명 이점밖에 안남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막상 내 발목을 잡던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며 두려움을 직접 마주했을때 생겨나는 당당함은 자신감을 키웠다. 이번에도 별거 아닐것이다. 모든걸 끊고 한점만 바라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