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말 평범한 날이었거든. 에어컨밑에서 하루종일 노래 들으며 ‘아, 여름이네’ 라는 느긋함을 즐겼는데 순간의 삐끗함이 억누르고 있던 기억들을 삐죽 튀어 나오더라.
괜찮다 괜찮다 나를 속이고 백방으로 잊으려 하지만 너를 너무 보고싶어. 남들은 좋았던 기억이나 사랑을 하던 자신이 그리운거라고 하던데, 아니. 나는 그냥 너가 보고싶어. 아무말 않고 네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적막속에서 아무 노래를 듣는다면 그이상의 행복이 있을까 하는 상상을해. 그럼 정말 널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걸 온몸으로 받아들여.
진주에서 모든걸 다 내려놓고 만난날, 나를 위해 요리를 해주고 집앞 자홍빛 하늘밑을 함께 산책한날. 그러다 주문한 피자를 들고 집앞 현관에서 물건을 정리하다 과거를 회상하던 너. 갑자기 이런저런 기억이 생각나면 칠흙같은 심해로 가라앉아 허우적거리다 나는 고장나버려.
감정을 속이고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왔다 스스로 최면을 걸며 지내지만 사소한 흔적이 너를 내앞으로 데려다주면 아직도 구멍이 송송나있는 반시체 상태인게 실감나. 한번씩 해일이 나를 덮치면 물살에 팽이처럼 휩쓸리며 아무것도 못하고 더 깊이 빠져죽는게 나야.
이렇게라도 안보이는곳에 보낼수없는 편지를 써야겠어. 안그러면 소란스러운 저녁을 버텨낼 자신이 없거든. 날마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지나 해가 뜨기를 빌고 또 빌며 나를 부여잡고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