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얘기로만 듣던 네 책을 오늘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했어. 같이 여행할때 공모전에서도 수상받던 네 글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더라.
사실 가물가물하긴해. 함께 다니던 장소의 지명조차 낯설어 글을 읽으며 기억을 더듬거리는게 어릴때 숨겨놨던 일기장을 다시 꺼내본 기분이야. 우리의 여행기를, 나에 대한 이야기를 세상에 출품했다는게 놀라워. 누군가가 나를 입체적으로 생각하고, 정성스럽게 텍스트로 나의 특징을 하나하나 묘사하여 그림을 그려준 느낌이더라.
나는 이제서야 네 나이가됐어. 너의 나이로 세상을 바라보니, 어떤 결심으로 함께 여행했는지 조금은 알거같아
너는 깜작놀랄 정도로 추진력있던 사람이었고 항상 너의 생각을 작은 카페나 계단에앉아 참새처럼 조잘조잘 거렸는데 그 많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지켜가고 있다는게 너무 놀랍고 멋지더라. 너의 글대로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수도 있겟지. 그럼에도 각자의 삶을, 방향을 정하고 너는 너만의 속도를 유지한채 큰 대양에서 고고히 배를 모는거같으니 나는 기분좋게, 진심으로 뒤에서 응원해줄수 있단다.
책을 이시기에 발견한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마음이 아픈 시기에, 나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줬었고 그 영향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음을 알게 해준게 네 책이니. 너의 이야기로 조금은 아픈곳을 치료받은거같다. 고맙다 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