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논에 물을 붓기위해 무더기 옷을 입고 발을 질질끌고 논두렁으로 향한다.
흙은 수분이 없어 작은 압력에도 바스라지지만 이 의미없고 희망없는 행위에 나는 무엇이라도 느끼고싶어 작은 간절함으로 기계처럼 움직인다.
이별이란건 뭐길래 이렇게 고요함을 주는것인지. 소란스럽고 따뜻한 향이 나던 방에서는, 끊어지기 직전의 숨소리만이 방을 채울 뿐이다.
어릴적 눈을감고 귀를 틀어막으며 무서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 아이에게서 보았다. 온 힘을다해 소리치고 밀치는 모습에 슬픔보다는 무감각. 감정의 흔들림 없이 전원을 꺼버린 내 상태를 느꼇고 싸움의 끝을 해결이 아니라 이별의 모습을 내밀었기 때문에 난 더이상 눈뜨고 볼수가 없었다.
정말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아 보이던가, 정말 내가 네 힘듦을 몰라본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정말 나는 네게 해만 끼치는 존재였던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내 존재가 네게 먹이자 악취이자 구더기같으므로 떠나주는것이, 영원히 사라져주는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진짜 안녕인가보다. 내생에 가장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고 안으면 안아줄수록 내 가시에 찔려 고통받았으므로 더이상 상처받지 않고 예쁜 웃음 그대로 간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