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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5 | 조회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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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치료기

No room

수영을 마치고 취했다는 동생을 데리러갔다. 성인의 2인분 주량을 자랑하는 애가 취한거면 상대 또한 예사 술꾼이 아니기에 어김없이 항상 함께 마시던 H랑 거하게 마셨구나 싶었는데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고, 테이블에 술병을 함께 쌓아가고 있던 사람은 이전에 동생이 나와 이어주려했던 N이었다. 얼마나 마신건지 둘의 볼이 발그스레 붉게 올라온채로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마지막 만남이 어색하게 끝났기에 형식상 안부만 묻고 자리를 파할줄 알았는데 한잔이 두잔이 되고 막잔을 새로운 술병으로 내게 권한다. 이전같았으면 불편한 자리는 불안한 강아지마냥 뻣뻣하고 자연스럽지 않은 말들이 튀어나왔을건데, 이번엔 ‘어쩔수 있나..’ 라는 생각으로 이야기들과 오가는 질문들에 솔직하게 대했다. 몇년간 한사람과 다양한 대화와 상황들이 지점토처럼 쌓여왔었고 그덕에 오늘처럼 변수가 가득한 날에도 대처할수 있는 여유가 내게 그려졌나보다. 그 아이가 알려준건 지혜와 덕목은 솔직함을 지켜내는것이니, 마음에 귀를 기울이면 평화로운 바다로 안내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내 가슴에 남기고 사라졌다. 그렇게 어떤 이야기엔 충실한 솔직함을, 때론 침묵으로 기빨리는 여자들의 대화에서 살아남았다.

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길 동생과 달밤 산책을 한다. 옆에서 어떤 얘기를 끊임없이 한거같은데,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나자신도 모르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하고 웃고 떠들어도 나의 중심부가 텅하니 비어있어 뭘로 채워야하는지 모르겠고 내가 잘 지내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컴퓨터처럼 전원버튼을 키면 눈을 뜨고 빛속에서 기계처럼 살아가고 끄면 어떠한 생각도 없어진다. 몇달전만 해도 미래를 그리며 꿈꾸는게 즐거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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