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쑤레터ep.48] 예전과 달리 더이상 설렘이 온전하지 않을 때

더 튼튼해지고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거에요

2022.04.07 | 조회 5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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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마냥 설레던 생일케이크
어렸을 적 마냥 설레던 생일케이크

가장 좋아하는 어릴 적 사진입니다.
더이상 생일이 반갑지만은 않은 나이가 되어서일지도.

너무 어릴 적이라 당시의 기분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보기만 해도 설렘이 온전히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친구들에게는 마냥 설레는 어떤 것이 있나요?

 


 

같이 들어요

알레프 - Moodswing

다만 알고 싶을 뿐이야
언제부터 하루살이의 감정과 함께 지내 온 건지

오랜 시간을 아주 강하게 쉬는 그대여
고통은 얼마나 아름답게 빛났을까요?

황홀경을 본 다음 날엔 안개가 밀려와
황혼에 몸을 던진 뒤엔 예찬하네

헛기침 뒤에 허무함을 들이마시면
어느새 난 저 하늘로 붕 떠오르죠

환하게 환하게 추락해도 하늘을 향하게
바르게 바르게 구겨진 몸은 펴서 땅으로 향하게


황홀경에 설레는 것도 잠시,
그 뒤에 밀려오는 안개를 보며
하루살이와 같은 감정으로 살아가는 기분,
어른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법 하지 않을까요?

하늘을 향해 추락하고
땅으로 향하는 몸을 바르게 편다는 가사가
너무 인상적인 노래에요.

추락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향하고 있다는 것,
땅을 향하고 있지만 웅크리지 않고 몸을 바르게 세워
곧게 서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노래입니다.

 

 

오늘의 쑤필

 

'새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항상 설레고 기대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새 학기와 새 짝꿍, 새 옷과 새 신발, 새 집과 새 방, 새로운 길과 새로 가보는 장소. 그때 설렘 뒤에 따르는 것은 대부분 기쁨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된 나는 이제 '새 것'을 꿈꾸면서 또 동시에 두려워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새 것들이, 그 몸통에 아주 끈적하고 새카만 진흙을 잔뜩 묻히고 나에게 다가와서는 내 몸 여기저기에까지 덕지덕지 진흙들을 묻히는 기분입니다. 나는 별 수 없이 새 것들이 남겨둔 긴 진흙 꼬리도, 내 몸 여기저기에 묻는 진흙도 계속해서 닦으며 함께 걸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예전과는 달리 '새 것'에 뒤따르는 걱정과 책임감 때문입니다. 새 친구도, 새 집도, 새 회사도, 새 직업도, 새 가족도. 나에게 꼭 필요하거나 내가 꼭 가져야 하는 것일 수록 걱정과 책임감의 진흙은 더욱 고약하고 질퍽하게 들러붙어 나를 피곤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제 나에게 '새 것'을 취한다는 것은 더욱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 되어버린 겁니다. 더욱 더 많은 희생과 노력이 수반되는 일이 되어버린 겁니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점점 '새 것'에 대한 순수한 설렘을 잃어가는 과정인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되니, 자연스레 '새 것'을 취하는 것에 있어서는 대개 내 자신을 억누르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내 마음 속에서 '새 것'을 애써 '욕심'이라는 단어로 치환해버린 것도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갑자기 이유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설렘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 순간부터, 그러니까 '새 것'을 취하지 않게 된 순간부터, 장점으로 작용했던 나의 어떤 요소들이 전부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번쩍 달려들었습니다.

'새 것'은 마치 백신과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들이 잔뜩 진흙을 묻히고 나에게 달려와 부딪힐 때마다, 내 안의 튼튼하고 힘이 센 좋은 점들이 면역체계를 이루어 그들과 맹렬하게 싸워주었던 것입니다. 맹렬한 전투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인시킴과 동시에 더욱 강해진 녀석들은, '새 것'의 고약하고 진득한 진흙을 걷어내고 그 안의 반짝반짝 빛나는 알맹이를 건져내어 자신들의 동료로 세워두는 상상을 해봅니다. 나의 면역체계는 그렇게 더 탄탄하고 촘촘해집니다.

하지만 위협도 전투도 필요 없는 전장에서는 어떠한 울타리나 성벽 또한 필요가 없겠지요. 그러니 '새 것'의 부재는 결국 강점의 퇴화를 불러왔던 것입니다.

겁도 걱정도 없던, 설렘만을 만끽할 줄 알았던 언젠가의 내가 부럽습니다. 설렘에 압도되어 용감하게 나의 강점을 꺼내어 무기삼아 휘둘렀던 내가 부럽습니다.

아마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나는 진흙 속에 반짝이는 알맹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가끔씩 찾아오는 진흙 덩어리의 '새 것들'에게 용감히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안의 모든 것들은 진흙에 잠식되고 결국에는 껍데기만 남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 추신

1. 용감히 맞서 싸우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 중입니다.

2. 댓글은 어떤 내용이든, 짧든 길든 언제나 환영해요.
   긴 답장은 ssoo9108@gmail.com 으로 부탁합니다.
   나는 친구의 생각도 항상 궁금하거든요.



자꾸만 변명을 하고 싶지는 않은데,
이번 주 또한 조금 바빴습니다.

오늘의 편지도 쓰다 보니 자정을 넘겼기에,
아침 발송을 예약해둘게요, 미안해요.

주말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조금 더 힘내서 열심히 새것들과 맞서 싸웁시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2년 4월 6일 수요일 씀

구독자의 친구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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