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친구 구독자!
지난 한 주 잘 보냈나요?
먼저 심심한 사과의 마음을 전합니다.
예고도 없이 지난 2회분 편지를 누락했어요.
개인적인 일정들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론 제가 시간 관리에 실패했어요.
짧게라도 소식 전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그 사이 어느새 4월을 맞이했네요.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아 볼게요.
기다려준 친구가 있다면 고맙고, 미안해요.
같이 들어요
TBNY - 왜서있어
기회는 항상 찾는 자의 것
서두르지 말고
시간에 끌려 지나가는 날들,
눈물이 말라버린 사람들
그 틈을 너와 나 함께함을,
서로가 서로에게 큰 힘을
빼앗긴 꿈 속에 갇힌
세상 속의 시선에 마음 쓸 것은 하나 없어
내 마음 속에 꽃이 폈어
내 친구여 같이 내 손을 잡고 땅끝까지
어깨를 펴고 자신 있게 걷자
내일의 태양을 기다려 끝까지
어릴 적 정말 좋아했던 노래를 찾았어요.
2006년 발매된 힙합 장르의 곡이에요.
당시 머리를 싸맬만큼 큰 고민거리라고 해봤자
대학입시 정도인 어린 나였지만
이 노래로 많은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나요.
십여 년이 지나 우연히 찾게 된 이 노래는
그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지금의 나에게 더 큰 위로를 주고 있더라고요.
오늘의 쑤필
아마 그런 게임 해본 적 있을 겁니다. 선을 그어 둘로 나뉘어진 땅의 양쪽을 각각 O와 X로 정해두고, 주어진 문제에 대해 내가 추측하는 답을 따라 이쪽 저쪽을 오가며 정답을 찾는 그런 게임이요.
우리가 치뤄온 대부분의 시험들은 사지선다 혹은 오지선다 형식이였으니, 이에 비하면 이런 O, X 게임은 정답의 확률이 50%로 꽤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나는 어쩐지 이런 게임을 할 때마다 정답을 고르는 것이 더 어려운 기분입니다.
선택지가 많을 때보다, 선택지가 딱 두 개일 때 내가 고른 것이 정답이 아닐 때. 그럴 땐 오히려 오지선다 문제에서 틀린 답을 고른 것보다 유독 더 분하고 화가 나더라고요.
하필 나는 왜 고작 두 개의 보기 중 틀린 것을 고른 것인지, 50%나 되는 확률에서 왜 바보같이 반대를 고른 것인지. 딱 둘 중 하나만 제대로 골랐으면 되는 일을.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려, 스위치를 반대로 딸깍 누르는 일처럼 손쉽게 나의 지난 선택을 고치고 싶은 아쉬움이 어찌나 나를 꾹꾹 채워 대는지 모릅니다.
요즘의 나는, 자꾸 나만의 O, X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제한 시간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자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스스로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있지만, 정답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 이상 무기한으로 선택을 미뤄둘 수가 있으니까요. 자꾸만 반대의 선택지가 정답인 건 아닐까 걱정하고 있는 나는, 시간 제한이 없는 O, X 게임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갇혀있습니다.
우리는 왜 가지지 못한 것을 자꾸 탐하고 후회하는 걸까요? 왜 자꾸 '반대'가 좋아 보이고, '반대'가 부러울까요?
아마도, '반대'에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내가 택한 것보다 택하지 않은 쪽이 훨씬 나은 선택일 가능성이요. 이런 가능성은 우리의 마음을 정말 힘들게 만들죠. 이미 선택한 것에 대한 의심을 품게 만들고, 몰입하지 못하게 만들고, 그래서 후회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찌됐든 '반대의 가능성'은 매번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반대의 가능성'은 절대 현실의 것이 아님을 계속해서 스스로 상기시켜야 합니다. 애매한 반대의 가능성이 부리는 교묘한 주술에 빠져서는 안됩니다. 그 주술은 자꾸만 내 발목을 잡고 내 고개를 뒤로 돌려 단단히 잡아 둘 테니까요.
'반대의 가능성'은 그림자 같은 것입니다. 햇빛 아래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그림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찌 그림자를 숨길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림자는 그림자일 뿐, 본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허상입니다. 그림자가 본체와 같은 모양을 가졌다고 해서, 심지어 가끔은 본체보다 더 크고 길어보인다고 해서 그림자가 먼저일까요?
본체를 보지 않고 그림자만을 보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그림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쨍쨍한 햇빛 아래 멋진 그림자를 품고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나는 반대의 가능성을 품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어차피 어떤 선택을 해도 반대를 완전히 떨쳐낼 수 없다면, 결국 그 또한 품어야만 하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반대의 가능성을 더 잘 품는 사람일 수록, 나의 선택에 최선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나의 선택을 옳은 선택으로 만들어나가는 편이 나에게는 훨씬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이 있습니다. 정답이 틀림없이 둘 중 하나인 진짜 O, X 게임과는 달리, 우리가 앞으로 풀게 될 인생의 O, X 게임 대부분에 정해진 정답은 없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정답으로 만드느냐는 결국 나에게 달렸다'는 간단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마음 깊게 새겨봅니다.
📝 추신
1. 오늘의 추천곡은 16년 전 곡이라
MV 최대 화질이 240p에요. 세상에.
아가 시절 도끼와 마이크로닷(...)도 출연했네요.
2. 댓글은 어떤 내용이든, 짧든 길든 언제나 환영해요.
긴 답장은 ssoo9108@gmail.com 으로 부탁합니다.
나는 친구의 생각도 항상 궁금하거든요.
오늘의 편지마저도 쓰다보니 월요일을 넘겨버렸네요.
출근길에 읽어볼 수 있도록 아침 발송 예약해둘게요.
지난 월요일 수고 많았어요.
그럼 좋은 하루 보내요!
2022년 4월 5일 화요일
구독자의 친구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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