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녹턴의 음악 처방전 #2
그때의 나를 미워하는 마음이 너무 오래 갔다면
자기 자신한테 제일 가혹한 사람이 있다.
남한테는 "괜찮아, 그럴 수 있어" 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한테는 엄격한 판사처럼 군다.
혹시 그게 나인가.
- 분명 쉬었는데도 하나도 회복되지 않는 느낌
- 아무 일도 안 했는데 자꾸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는 순간
-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속으로는 조용히 무너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끝까지 읽어보자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건 한 가지다.
우리는 힘들 때 세상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심판한다는 것.
그리고 그 마음에,
어떤 말은 잘 닿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음악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먼저 알아차리게 도와준다.
한로로의 「사랑하게 될 거야」
오늘 소개할 노래이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두 가지를 얻어갈 수 있다.
1. 우리는 남보다 나 자신에게 더 잔인하다
한 가지 질문을 해보자.
가장 친한 친구가 이렇게 말한다면,
뭐라고 해줄 것 같은가.
"나 그때 왜 그랬을까.. 너무 창피하고 후회돼"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괜찮아, 그땐 네가 너무 힘들었잖아"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야"
그런데 똑같은 일을 자기 자신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아, 진짜 나 왜 그랬지"
"나는 왜 맨날 이런 식이지?"
"하.. 생각할수록 한심하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다.
왜 친구한테는 "그럴 수 있어" 하면서 , 나한테는 "왜 그랬어" 할까?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자기비난 편향"이라고 부른다.
타인의 실수는 상황 탓으로 보고,
자신의 실수는 성격 탓으로 보는 것이다.
친구가 늦으면 "그럴수도 있지~" 하고,
내가 늦으면 "나는 왜 이렇게 계획성이 없지.."라고 한다.
그러니까 나 자신에게 가혹한 건 성격이 나빠서가 아니다.
우리 뇌가 원래 그렇게 작동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지쳐 있는데도 마음속에서는
또 다른 내가 나를 혼내고 있다는 것이다.
2. 가사를 읽는다는 건, 내 감정을 다시 듣는 일
나는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듣자마자 한번에 꽂히지 않았다.
그냥 목소리 좋네, 멜로디 좋네, 이 정도였다.
근데 들을수록 어느 한 가사에서 멈췄다.
"아~ 뭐가 그리 샘이 났길래, 그토록 휘몰아쳤던가"
20대의 내가 떠올랐다.
이기적으로 굴었던 순간들.
독단적으로 판단했던 것들.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 줬던 기억들.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휘몰아쳤을까.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불안이었다.
불안이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내성적이였고,
고등학생 때는 "왜 살지?" 라는 생각을 달고 살았다.
20대엔 많이 흔들렸고, 29살엔 크게 무너졌다.
그런 내가,
지금은 심리상담대학원(음악심리치료 전공)을 졸업하고
음악심리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그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의 과거를 얘기하고나니 살짝 부끄럽다.
그래도 쓰는 이유가 있다.
그 시절의 나도 나였으니까
3. 가사 한 줄씩, 같이 읽어보자

최근에 쓰레드에 글을 하나 올렸다
버티게 해주는 노래 제목을 달아달라고 했더니 댓글이 쏟아졌다.

사람들이 어떤 노래들로 위로를 받고있는지
궁금하면 한번 들어가보자.
그 중에, 요즘 히트곡인
한로로 - 사랑하게 될거야 를 한 곡 정해서
어떤 가사가 제일 가슴에 박히는지 물어봤다.

그 후, 댓글들을 하나씩 읽다가 잠시 멈췄다.
다들 같은 감정에 꽂혀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이 노래가 누군가를 향한 사랑 노래인 줄 알았다.
근데 가사를 따라가다 보니 알게 됐다.
이 노래의 "너"는 상대방이 아니다.
과거의 나 자신이다.
자, 이제
가사 한줄씩 해석해보자.
보통 이 가사를 보면
"누군가가 나를 힘들게 했구나" 라고 읽는다.
근데 한 번 더 생각해보자.
불안할 때 가장 가혹하게 나를 대한 사람이 누구였는가?
많은 경우,
그게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우리 안에는 끊임없이 나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목소리가 있다.
어릴 때 주변에서 들었던 말들이 내면화되어,
이제는 타인이 아닌 내가 나한테 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모난 돌을 쥐여준 건 세상이었을 수 있다.
근데 그 돌을 여태 놓지 못하고 계속 쥐고 있는 건 나였다.
"아~ 뭐가 그리 샘이 났길래, 그토록 휘몰아쳤던가"
이 가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때는 내가 좀 못됐지" 라는 죄책감을 느낀다.
근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불안한 사람은 종종 공격적으로 보인다.
상처받기 싫어서 먼저 날이 서고,
버려질까 봐 먼저 멀어지고,
무너질까 봐 더 세게 자신을 몰아붙인다.
심리학 용어로 "방어기제"다.
내가 아프지 않으려고 만든 보호막인데,
겉에서 보면 공격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때 휘몰아쳤던 건 못돼서가 아니다.
살아남으려고 했던 것이다.
근데 우리는 그걸 몰랐다.
그래서 오랫동안 그때의 나를 나쁜 사람으로 기억했다.
못된 게 아니었다.
무서웠던 것이다.
"그곳의 나는 얼마만큼 울었는지 이곳의 나는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 가사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곳의 나"와 "이곳의 나"가 다른 사람처럼 쓰여 있다.
맞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그때의 나를 지금의 시선으로 판단한다.
지금은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어야 했다고 혼낸다.
그건 공평하지 않다.
그때의 나는 그때의 나로서 최선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버텨낸 사람은 바로 나다.
그래서 내가 나를 위로할 자격이 가장 많다.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미안하단 말 대신 영원히 빚진 사람으로 남아"
많은 사람들이 이 가사를 타인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읽는다.
근데 자기 자신한테도 빚진 채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 너무 오래 참고 버틴 몸에게
- 쉬지 못하게 몰아붙인 마음에게
-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던 그때의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 끝나버리는 것 같아서 차마 못 하는 것이다.
그 빚진 마음이 오히려 더 깊은 책임감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그때 왜 그랬어"라는 자기비난보다,
"이제는 나를 그렇게까지 몰아붙이지 않겠다"는 태도다.
"오늘의 나에게 남아있는 건 피하지 못해 자라난 무던함뿐야"
많은 청년들이 은근 스스로를 "무던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근데 자세히 들어보면 그 무던함은 성숙이 아니다.
너무 오래 버티면서 생긴 감정의 둔감함이다.
아무것도 느끼기 싫어서 무뎌진 것이고,
기대하면 실망하니까 기대를 줄인 것이다.
원해서 강해진 게 아니다.
피할 수 없어서 버티다 보니 무뎌진 것이다.
그 무던함 안에 수많은 감정들이 눌려있다.
그것도 나다.
그 감각을 다시 깨우는 것, 그게 회복의 시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 공감을 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에 주목해보자.
용서란 원래 조건이 없어야 성립한다.
"이 정도면 괜찮아"가 아니라,
"다 알고 있어도 괜찮아"가 용서다.
철없었던 나,
이기적이었던 나,
상처를 줬던 나,
무너졌던 나.
그 모든 걸 알면서도 "그래도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라고 말해주는 것.
그게 진짜 용서고,
그게 회복의 시작이다.
한로로는 앨범 이름을 "이상비행"이라고 붙였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면
현실에서 벗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처럼,
20대는 그런 시절이었다.
뭐든 가능할 것 같고,
실수도 해보고,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
그 시절 전부가 나였다.
4. 혼자 노래로 치유하는 방법
실제 상담현장에서 사용하는 음악치료 기법을 하나 소개한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나를 이해할 수있을 것이다.
단, 5분이면 가능하다.
첫째,
노래를 들으면서 유독 마음에 걸리는 한 줄을 골라보자.
분석하지 말고, 그냥 멈추게 되는 곳을 찾으면 된다.
둘째,
그 순간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봐보자.
가슴이 답답한지, 심장이 빨리 뛰는지, 한숨이 나오는지,
신체 어느 한 부위가 간지러울 수도 있다.
어떠한 반응도 좋다.
셋째,
그 가사를 내 말로 바꿔 써보자.
예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때의 내가 그리워. 그때의 내가 참.. 좋았어"
넷째,
과거의 나에게 한 문장만 보내보자.
예시)
"잘 버텼어"
"그때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
"이제는 내가 너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게"
이 한 문장이 감정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혹시,
혼자 하다가 눈물이 나거나 멈추게 된다면,
그 감정이 오래 기다려온 것이다.
혼자 끌어안고 있을 필요 없다.
노래 한 곡으로 같이 찾아보는 1:1 음악 심리상담을 운영하고 있다.
무료로 진행되니 부담 없이 문을 두드려봐도 된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내가,
과거의 그때의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생각보다 오래 버텼고, 생각보다 많이 애썼어"
"그때의 불안과 혼란 속에서도 결국 여기까지 왔잖아"
"그때의 너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어"
"고마워..버텨줘서"
이 노래를 반복재생하고 있다면,
지금 당신의 마음도 그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때의 나도 나였으니까
버텨줘서 고마워.
그런데 사실 용서보다 더 어려운 게 있다.
나를 미워하는 마음은 어느 정도 알겠는데,
정작 내가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다는 것.
"그래서 나는 지금 뭘 원하는 걸까?"
다음 편에서는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구독해줘서 고맙습니다
— 새벽녹턴🌙
모두가 잠든 새벽, 비로소 진짜 내가 깨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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