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6, 티를 내주세요

💃🏻🐆,🌎::소설,영하

2022.11.27 | 조회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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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밋

동갑내기 30대의 좌충우돌 각자도생 일주일 취재기

💃🏻🐆 멋장이미식가 Kelly, 🌎 미라클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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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마음공부가야할 것 같은 사람의 소설

소설이 왔다. 지난 11월 22일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소설에는 손돌바람이 부는데 손돌은 사람 이름이다.

고려 23대 고종이 몽고군의 침략을 받아 강화도로 몽진을 가던 때라고도 하고, 조선시대에 이괄의 난을 피해 인조(仁祖)가 한강을 건너던 때라고도 한다. 사공 중에 손돌(孫乭)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피난을 가는 왕을 모시고 뱃길을 서둘렀지만, 왕이 보아하니 손돌이 자꾸 일부러 그런 것처럼 물살이 급한 뱃길을 잡아 노를 젓는 것이었다. 왕은 의심이 갔다. 그래서 신하를 통해서 물살이 세지 않은 안전한 곳으로 뱃길을 잡으라고 하였지만 손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왕은 의심을 이기지 못하고 선상에서 손돌을 참수(斬首)하고 말았다. 손돌은 죽기 전에 억울함을 하소연하였지만 소용이 없음을 알고 바가지를 하나 내놓으며 물에 띄운 바가지가 가는 길을 따라 뱃길을 잡으라고 말하였다. 물살은 점점 급해지고 일행은 하는 수 없이 손돌이 가르쳐 준대로 바가지를 물에 띄웠다. 바가지는 세찬 물살을 따라 흘러갔으며, 왕을 실은 배도 그 뒤를 따랐다. 무사히 뭍에 내린 왕은 그때야 비로소 손돌의 재주와 충심을 알았다.
또 다른 전설에서는 손돌을 죽인 후에 더더욱 세찬 바람이 불고 물살이 급해졌기 때문에 하는 수없이 싣고 가던 말의 목을 잘라 제사를 모셨더니 파도가 잠잠해졌다고도 한다. 뭍에 도착한 왕은 곧 후회를 하였지만 손돌의 목숨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대명리 덕포진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장지(葬地)를 정해 후하게 장사를 지내주었다고 한다. 이때가 10월 20일이었는데, 매년 소설 즈음인 이맘때가 되면 찬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진다고 한다. 그래서 소설 무렵에 부는 바람을 손돌바람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출처: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1012405&cid=50221&categoryId=50233)

손돌바람은 손돌이 어떤 마음일 거라고 생각해서 이름을 붙인 걸까. 손돌은 모든 걸 받아들였다가도 소설이 되면 다시 모든 게 떠오르는 걸까. 손돌 이야기는 마치, 내 안의 엄격한 나 같기도 하고 자그마한 양심 같기도 하고 있는 듯 없는 듯한 긍정적인 기제 같기도 하다. 입동과 달리 소설이 되자 바람이 갑자기 차가워지고 그 전과 똑같이 옷을 입었더니 추위가 직격으로 달려와 몸이 약해지고 건강이 흔들리면 마음이 쉽게 흔들린다. 매서운 내가 나올 틈도 없이 쓰러져 잠들 게 만든다. 나를 강제로 쉬게 만드는 바람. 그렇다면 소설의 손돌바람은 원한도 억울함도 아니고 잠시 정지해서 다시 생각해보라는 의미일 지도 모른다.


🌎_겹쳐가는 시간

새벽에 알바를 한다. 벌써 3개월이 넘었다. 밤에서 낮이 되는 시간에는 공기 중의 안좋은 물질이 흩어지지 않고 그대로 지표 가까이에 고여있을 수 있으니 새벽보다는 밤에 나와서 운동하라는 조언은 옛날에 사귀었던 사람이 해준 말이었다. 그 말이 맞는지 이름 아침에 나와서 걷다보면 날씨를, 계절을 가장 빠르게 실감하게 된다. 춥다, 덥다, 공기가 탁하다, 습하다 등등. 비는 여간해선 잘 오지 않고 한 번 오면 쏟아붓듯이 매섭게 내린다. 미세먼지 농도는 자주 높아지는데 바람이 냉해지면 그 기세가 조금 사그라든다. 알바는 딱 2시간 나가서 하는 단순한 일이고 그마저도 일이 손에 익으니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괜찮다. 문제가 있다면 모두 사람 사이 일이다. 어디나 그렇듯.

낮에 나오면 또 다른 고민이 있다. 집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낮에 바깥에 나올 일은 별로 없다. 집에서 밥을 차려먹기 힘겨워 뭔가를 사러나오는 정도일까? 그러면 밤의 어둠에 가려져 눈에 흐렸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잠깐의 외출이라도 몇 년 전처럼 옷을 두껍게 입지않아도 되는 것이나 단풍이 든 나뭇잎의 빛깔이 어릴 때처럼 선명하지 않다는 것이나. 곧 첫눈이 내릴 계절이라고 하고 곧 서울의 첫 영하기온이 찾아온다고 하지만 계절을 되풀이 할수록 어릴 때-90년대-에 당연하게 기록했던 사계가 그대로가 아님을 느낀다.

'기후 우울'이라는 단어, 이미 내 안에 있다. 자율성이 부족한 나에게는 이미 익숙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나 자신의 힘으로 이길 수 없다는 이미 포기해버린 마음, 그저 주변부터 밝히며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작은 의지. 내가 감각한 모든 조각으로 깊이 젖은 채 익숙하게 자리잡고 있다.

 


✒ 이달의 편집자 

이 음악은 CPR을 행할 때 알맞은 BPM을 가졌다고 하죠.
살아있었다고, 살아있다고 말해주실래요? 다음주도 또 살아내보고서 말이죠. 그럼 그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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