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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2022년 마지막 달이라 행복한 사람
문득 나온 말이었다. 연말이라 좋아요. 금방 2023년이 올테니까. 12월 한달의 버킷리스트가 뭔지, 연말인데 뭘 하는지, 기분은 어떤지 묻는 흔한 질문이었지만 작년과 달리 나는 정말로 기분 좋게 대답했다. 얼른 2022년이 끝나고 2023년이 오기를 바란다. 이번 년도를 열심히 살았냐면 잘 모르겠지만 작년보다는 사회적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12월에 하는 일은 스타벅스 프리퀀시 모으기, 사람 만나기 등 다양하지만 그 중 하나는 내년 사주 보기다. 운 좋게도 매년 좋은 분과 연이 닿아 따스한 조언을 많이 받아왔고 올해는 작년에 잘 봐주신 분께 예약을 해두었다. 2022년도는 놀라울 정도로 일만 몰아닥치는 해라고 했고 구설이 있다고 했는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그랬고, 말로 평상시 노력한 걸 다 까먹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랬다.
나는 2022년에 90퍼센트 이상의 나날이 지치고 예민한 상태였다. 여전히 트러블 슈터로 지내느라 사고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고 실제 일처리는 원칙에 따르되 상대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공감하며 이해하는 깊은 사람을 간절하게 갈망했지만 나는 늘 차가운 사람이었다. 말로 선을 넘은 적도 있었다. 사람이 많아지면서 나는 선을 배우며 침묵할 때와 아닐 때를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머리로 알면 좋을텐데.
2022년이 끝난다고 내가 새로운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주변에서 내 못볼 꼴을 잊어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미 프레이밍 되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2022년에 실수한 걸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수 있다. 2022년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내가 상상한 타인의 평가에서 벗어나 내 기준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자기관리론에 나오는 것처럼, 생각 조차 기피했던 최악의 상상을 상정하고 심호흡해본다.최악을 회피하느라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최악을 만드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매일의 다짐과 함께 2023년으로 건너가고 있다.
🌎_겨울이 오면 뭘 먹나요?
요 몇주간 인터넷만 켜면 붕어빵 얘기를 본다. 붕어빵 노점이 적어지고 가격이 오른 이유를 분석한 영상이 화제에 올르는 걸 트위터에서 본 것 같은데 같은 흐름일까? (출처: Youtube 스브스뉴스 https://youtu.be/nsP1Z7CneP4 ) 이렇게 하나 이슈가 떠오르면 당연히 다들 그에 관련된 자신이 경험을 떠올리겠지. 수능을 1994년부터 시행했는데도 수능 때만 되면 다들 일제히 자기 수능볼 때 무슨 일 있었는지 입을 떼기 시작해서 30년 어치 이야기가 둥둥 떠다니는데. 대상이 음식이 되면 각자의 감각기억에 의지하는 지라 더욱 자의적이고 말초적인 반응이 되리라. 다들 먹고 싶어하게 될거란 뜻이다.
우리 집 현관문을 나서서 3분 정도 걸어가면 평일 낮부터 저녁까지 팥붕어빵 슈크림붕어빵을 2개 1000원에 파는 노점이 있는데 이런 핫한 붕세권에 사는 나는 아직 붕어빵을 사먹은 적이 없다. 이건 가까이 있기에 소중함을 모르는 류의 행동일까. 사실 나는 어릴 때 겨울 간식 중에는 호떡을 더 좋아했다. 요즘은 대기업 식품회사에서 파는 인스턴트 호떡가루 믹스가 워낙 잘 나와서 바깥 노점에서 파는 호떡의 가치가 다소 하락한 느낌이 있다. 풀빵 종류는 더 드물게 파는 국화빵을 더 좋아했었다. …그런데 호떡이나 국화빵은 겨울 아닌 때에도 꽤 팔지 않나? 군고구마 트럭은 사실 10월 말부터 봤다. 그러고보니 요새는 편의점에서도 군고구마를 팔고 있다.
또 겨울 음식하면 동지에 먹는 팥죽이 생각난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단팥죽과 관련해 억울한 일이 있었다. 현대백화점에 가면 밀탑이라는 빙수집이 있다. 아니 있었다…. 잘 갈린 우유얼음에 언제가도 상태가 동일한 단팥에 딱딱하지도 물컹하지도 않고 약간 달콤한 흰 찰떡 조각 몇 개가 올려진 심플한 팥빙수가 시그니처인 빙수 전문점인데 서울 강남에 있는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몇십년 동안 인기있는 점포였고 다른 매장도 현대백화점 지점에만 열었었다고 한다. 그러다 작년 말 사업구조를 바꾸려 했는지 전 매장 철수, 그 소식을 모른 채 몇 달만에 백화점을 찾았던 나는 밀탑을 찾지 못해 10분 가량 헤매다 빈손으로 돌아섰다. 가끔 팥빙수만 사먹다가 모처럼 동지를 맞아 단팥죽을 포장해오려했는데 하필 그 결심을 한 해에…. 좋아하는 가게가 있다면 있을 때 잘해야했는데, 그게 국내 유수의 백화점에서 30년 넘게 버틴 집에도 해당이 될줄은 몰랐다.
음식을 차린다고 하면 크리스마스도 있다. 연말연시의 설렘과 축제의 화려함을 마음에 품고서 케이크 많이들 사니까. 작년에는 몽슈슈의 도지마롤, 그중에서도 후르츠롤을 샀는데 개인적으로는 생크림만 있는 오리지날 도지마롤보다 다채로운 맛이 나서 좋았다. 가족 수가 적고 냉장고에 자리가 없다면 더 추천이다. 크기도 작은 데다 크림이 부담스럽지 않고 가벼워서 하룻저녁에 다 없어진다. 예전에는 또 친한 언니가 칠면조를 먹어보고 싶디고 칠면조 구이가 포함된 크리스마스 플래터를 사서 친구들을 모으길래 그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다. 칠면조… 새로운 경험이라 좋았지만 만약 칠면조 고기와 닭고기 사이에서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면 나는 한국에서는 그냥 닭고기를 먹는 것이 웬만하면 나을 거라 말해주고 싶다.
한편, 지금 집 냉장고는 부모님이 지인을 통해 사온 감말랭이로 가득하다. 예전에 출퇴근하면서 스트레스받을 때 지하철역 드럭스토어에서 파는 설탕 가득 건망고에 빠져살았는데, 그것의 약간 건강하고 약간 탄소발자국 적은 버전 같기도 하다. 많이 있다고 해서 많이 먹지 않으려고 자제하면서 즐기고 있다. (자신있다! 작년에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뭐가 다른지 비교하면서 먹기에 빠져 있는 와중에 친구한테서 좋은 타이벡 감귤 한 상자를 선물 받았을 때도 나는 하루에 3개 이상 먹지 않았다.)
감, 팥, 고구마, 떡… 이른 추석에 미처 실감하지 못했던 가을걷이의 결과물을 천천히 곁에 받아두고 있는 기분이다. 큰 욕심 부리지 않을 테니, 계속 곁에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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