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멋장이미식가 Kelly, 🌎 미라클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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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그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일
이제 맥주를 마시면 뼈가 시린 계절이 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김이 오르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고양이처럼 한 모금 마셔야 하는 시기. 불매 중이지만 호빵이 맛있고 길가에서 노점상을 보면 붕어빵, 호떡을 파는 지 내용물은 뭐가 들어갔는지 살피는 시간. 겉바속촉의 취향에 딱 맞는 간식을 만드는 곳일지 기대하며 계좌이체를 준비하게 만드는 순간. 하지만 이주 전부터 이런 계절과 다른 온도의 새로운 일정을 만들었다.
이주 전부터 샐러드를 먹고 있다. 심지어 점심에 따릉이를 타고 15분여를 달려 가서 픽업해오고 있다. 샐러드 픽업 플랫폼 체험 대상자로 선정된 덕이다. 주에 3~5회를 선택해서 미리 요일과 메뉴를 선택하고 결제를 하면 픽업 당일에 가게에 방문해 다회용기에 픽업해오는 방법으로 새로운 도전이었다. 첫 번째 주에는 속이 좀 편한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따릉이 탈 때 손과 귀가 좀 시렸고 그 이상으로 픽업과 설거지가 귀찮았다. 둘째 주에는 같이 밥을 먹는 동료들과 상사에게 눈치가 좀 보였지만 확실히 속이 편했고 스트레스 때문에 먹었던 간식들이 대부분 줄었다.
덧붙여 조금 달라진 건 사무실에서 음료를 마실 때 빨대를 사용하거나 텀블러를 까먹어서 외부에서 음료를 사올 때는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사용하던 일회용기를 끊게 됐다. 외부에서 음료를 사는 일 자체가 사라졌고 사무실에서는 텀블러만 사용해서 마셔서 설령 얼음이 들어간 음료를 마셔도 빨대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2주차를 종료하고 이틀 뒤, 결국 4주치를 주문했다. 여전히 눈치가 보이고 신경이 쓰이겠지만, 날씨가 추워질수록 자전거를 타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이 되겠지만 일단 해본다. 자그마한 시도가 계속 다른 마음 편한 불편함으로 확장되고 있으니까.
🌎_지구 포터와 어둠의 근린공원
바로 어제 11월 18일 금요일 오후 6시 40분 경, 나는 낯선 산 속에서 두껍게 쌓인 낙엽 위로 발을 딛은 채 땀 흘리고 있었다. 발 아래를 밝히는 유일한 조명은 손에 든 내 스마트폰의 손전등뿐. 가로등 없는 산속, 사람들이 밟고다닌 흔적은 내 뒤에서 끊겨있고 앞은 가파른 비탈뿐이었다.
멀리서 뭔가가 차르르 진동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로부터 한 시간 전, 나는 당근마켓 거래를 위해 처음 가보는 동네로 향했다. 집에서 직선거리는 얼마 안되지만 막상 가려면 도로를 따라 빙글빙글 돌아서 향해야하는 동네였고, 약속장소는 버스를 내려 15분을 오르막을 걸어올라가야 했다. 한 주의 일과를 막 끝낸 금요일 저녁, 나는 약간 긴 산책을 즐길 생각이었다. 카카오맵 대중교통 길찾기로 찾은 경로에 의하면 목적지로는 어떻게 가도 어차피 돌아돌아 가야 했고 걸리는 시간에도 차이는 없었다. 갈때는 남쪽으로 가고, 올때는 북쪽으로 내려와서 그쪽 지하철역 앞 번화가에서 요전부터 사려고 마음먹었던 필기구를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내 계획은 여유로웠다.
살짝 어그러지는 느낌은 거래자를 만나기 전부터 있었다. 천천히 동네 구경을 하며 언덕길을 걸어올라가는 내 옆을 마을버스가 연거푸 지나쳐갔다. 길찾기 앱이 제안한 경로에 아예 떠오르지 않았던, 그래서 나는 존재조차 몰랐던…. 산꼭대기의 주택가에서 약속한 사람과 만나 물건을 받고, 나는 거래장소 바로 옆의 운동기구가 잔뜩 설치된 공원으로 발을 옮겼다. 길찾기 앱에서는 그 공원을 둥글게 돌아 짧은 오솔길로 들어가면 녹지를 가로질러 지대가 낮은 곳으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었지만-그냥 뒷산 타라는 애기다- 공원에 들어서자 마자 눈에 빤히 보였다. 산책로 입구까지 돌아들어갈 필요없이 공원 화단 바깥으로 나가기만 하면 산책로의 옆구리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여기서 두번째 어그러짐을 느꼈다.
지도를 다 확인하고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어떤 상태의 길로 가야하는지를 다 알고 있는 상태임에도 누군가에게 길을 묻고싶은 마음이 벅차올랐다. 저쪽에 보이는 것이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주민이 아니라 사람만한 개구리 조형물이란 걸 알아보고도 가서 길을 묻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예상했던 산길과 조우했다.
이미 썼듯이 모두가 예상한 바였고, 나는 이 상황을 재밌어하고 있었다. 눈 앞의 흉흉한 풍경을 스마트폰으로 찍어놓고 나중에 얘깃거리 삼을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로.
스마트폰의 손전등을 최대 밝기로 켜고 발밑을 확인하며 걸음을 내딛었다. 오솔길은 산의 능선을 따라 가파른 경사를 피하며 이리저리 굽어졌다. 어둠이 너무 짙어서 발밑보다 더 넓은 곳을 보는 건 무리였다. 시작하던 구간에 있던 사람 밟으라고 만들어둔 나무계단은 점점 사라졌다. 누군가 계속 지나다녀 쌓인 나뭇잎이 없이 맨땅의 흙이 휑하니 드러난 흔적도 점점 사라졌다. 낙엽이 두텁게 쌓여 발 딛는 자리가 푹신푹신해져갔다. 길 오른쪽은 삐죽한 나무들이 드문드문 심긴 가파른 비탈이었고 그 너머 어둠 사이로 아래쪽 아파트 단지와 산지를 가른 철책이 보이다 말다 했다.
그리고 나는 길을 잃었다.
뒤를 돌아 밟아온 길을 되짚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겁먹지 않게 했다. 귓구멍에 박아놓은 이어폰에서는 스트리밍 중인 미니앨범이 끊김없이 계속 재생되고 있었고 사방에 혹은 멀리에 보이는 것들로 미루어 짐작하자면 길찾기 앱 화면에 표시되는 내 위치의 gps도 정확히 작동하고 있었다. 아래로 산 바로 아래에 붙은 아파트 단지가 보였는데 불 켜진 집의 넓은 창문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내가 소리라도 치면 충분히 들릴 것 같았다. 직선거리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서 매우 가깝고 전화도 데이터통신도 잘 터지고 뒤돌아 5분을 다시 걸어가면 다시 주택가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런 도시환경 한가운데에서 나는 애초 목표로 삼았던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해 조난했다…
왔던 길로 돌아가는 것은 가장 나중에 고려할 해결책이었다. 산길을 지나는 구간은 이미 절반 넘게 지나왔고 애초의 내 계획은 아직 유효했다. 맞는 방향을 잡아 (비교적)안전한 산책로 코스를 따라가는 게 목표였다. 나는 낙엽이 잔뜩 쌓인 비탈 주변을 삼거리로 만들어 10분 가까이 헤맸다.
멀리서 무언가가 대량으로 부드럽게 부딪히는 소리가 나더니 볼륨이 커지지는 않은 채로 거리감만 가까워져왔다. 이때는 아무리 나라도 조금 오싹했다.
그 소리는…
산비탈에 가득 쌓인 낙엽들이 바람에 구르는 소리였던 것 같다.
사람이 지나다닌 발 밑의 흔적들이 늦가을의 낙엽 더미에 묻히는 바람에 나는 눈치껏 경사도가 비교적 안정적인 곳을 원래의 길이라 여기고 5미터 가량을 잘못 내려왔다. 사실 손전등으로 발 밑 정도나 비출 수 있었기 때문에 거리가 대충 얼마쯤이었는지도 정확히는 가늠이 잘 안된다. 앞으로 무심코 발을 디뎠다가 신발 숨구멍 사이로 아주 살짝 따끔함이 느껴져 얼른 발을 치우고 손전등 불빛으로 낙엽 사이로 웅크린 밤송이 여러개를 발견하기도 했다. 손에 든 장바구니 안에 거래물품인 스테인리스제 음식물 쓰레기통의 본체와 뚜껑이 분리되어 서로 부딪히는 철컹 소리가 났다. 다시 길찾기 앱 화면을 확인했다. 나라는 빨간 점은 지도에 표시된 산책로를 따라 전진해있었다. 조금 더 걷자 여기로 발을 딛으라는 표지인 나무 계단이 다시 점점이 나타났다. 곧 넓은 길이 나왔고, 멀리 가로등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 생각대로 당근한 물건을 받아들고 북쪽길로 계속 내려가 번화가에서 필기구를 사서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다치지도 않았다. 잃어버린 물건도 없었다.
하지만 안전불감증이라는 말은 이런 상황에 써야할 것 같지? ….다신 안이럴게요.
✒ 이달의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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