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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왔다, 크리스마스
왓챠에 크리스마스 추천 플레이리스트가 나타났다. 크리스마스라니, 12월이, 2022년이 끝에 가까워졌다. 2023년을 강하게 기대하고 있지만 23년을 만나려면 22년과 잘 헤어져야 한다. 다들 같은 생각인지 사방에서 사건사고가 터지고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그 덕에 나는 위에서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다시 인지하게 됐는데,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무척 정확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내가 놓여진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물론 번아웃은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번아웃이 오면 일단 상담 가세요. 나 자신의 근본적인 문제는 어려워도 번아웃은 정말 해결되었답니다. 마인드웨이에서 나온 번아웃 상담 책자도 좋았다. 나 혼자서 시간을 지켜 하고 스스로 계속 고민해서 내용을 쓰고 직접 중간 검사를 해야 한다는 부분이 조금 힘들어서 함께 하는 사람이나 온라인 그룹 모임, 혹은 일정 체크 시스템이 있으면 훨씬 더 도움이 될 듯 하지만 이미 연구 중이시겠지요.그래서 결국은 내가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채찍질만 하면 나도 아프고 우리도 아프고 연관된 모든 존재가 고통스러워질 뿐. 이번에 들은 조언은 맞춤형 조언이었다. 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고 나 자신도 그렇다고 했으니 그렇다면 내가 바라는 방향을 위해선 일단 예스를 하고 그 다음에 다시 고민하는 훈련을 하자는 조언. 척수반사식의 반응은 기쁨과 감동에 어울린다. 미움과 분노, 부정이 척수반사식으로 튀어나가면 그건 내가 상대를 갑자기 스파링장으로 멱살 잡아 끌어내리는 상황이 된다.요가가 끝나면 선생님은 나마스떼, 하고 인사를 한다. 나마스떼는 선생님이 수강생에게 하는 인사이자 스스로에게 하는 인사고, 내가 하는 인사는 선생님에게 하는 인사이자 나 자신에게 하는 인사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요, 잘했어요. 고맙습니다. 크리스마스도 그렇다. 크리스마스 정신은 이유 없는 사랑, 조건이 붙지 않는 사랑에 있다. 나의 부정을 척수반사적으로 키우는 대신, 나의 부정을 만났을 때 감사와 사랑을 붙여주자.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조금 더 길게 이어가며 22년과 잘 헤어져야지.
🌎_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기 (2)
저번주, 밤 10시에 편의점엘 갔다. 날은 추웠고, 평일 밤이고, 번화가도 아니고 유동인구가 조금 있을 뿐인 동네 찻길가에 면한 곳이라 손님은 나밖에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냥 목표한 물건만 사고 나갔을텐데 매장 안에 나오고 있는 노래가 너무 익숙해 동요하고 말았다. 이렇게 눈이 오는 크리스마스에 너와 함께 난 추억 만들어 그리고 간직할게 크리스마스를 다음해에도 우린 함께할 거라 믿어~ 잠시 가사를 속으로 읊조리며 리듬을 탄 후 나는 계산해준 젊은 남자 직원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저, 여기 나오는 노래는… 라디오인가요, 아니면 골라서 틀어두신 건가요?” 남자 직원은 수줍은 듯 웃으며 의외의 대답을 했다. “아 제가 틀었어요. 좋아하는 노래예요.” “…저도 좋아해요, 이 노래.” “네, 이거, S.E.S.- ” “2집.” 그렇다. 그 노래는 1998년 발매 에스이에스 2집 앨범 3번 트랙, 타이틀곡인 드림스 컴 트루 다음, Snow, X-Mas. 젊은 남자 점원과 ‘아~ 뭘 좀 아시는 분’하는 시선과 웃음을 주고받고 편의점을 나서며 나는 저 친구 제법 어려보이는데 과연 98년에 생명을 갖고있긴 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연말에 슬픔의 케이팝 파티 방송을 한다면 거기 댓글창에서 만나진 않으려나 하는 생각과 함께.
에스이에스 2집은 내겐 특별하다. 1번 트랙 shy boy부터 마지막트랙 eternal love까지 베이스 사운드 하나하나 머릿속에 박혀있다. 에스이에스 2집이 어마어마한 명반이라서, 내가 에스이에스의 광팬이라서가 아니라 어릴 때 최초로 가진 음악 CD가 그거였기 때문이다. 99년 5월 5일 어린이날, 아빠랑 용산에 가서 대충 산 어린이날 선물. 98년 연말에 나온 앨범인 줄은 그땐 몰랐다. 유튜브를 활발하게 이용하게된 2012년 이후 가끔 보곤하는 드림스컴트루 음악캠프 컴백무대 날짜를 보면 2집 앨범도 11월쯤 발매했을 것 같다. 확신은 못한다. 20세기 가수의 신보 발매는 요즘처럼 음반 발매, 음원 공개, 뮤직비디오 공개, 음악방송 컴백 무대가 같은 날짜와 같은 주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목격해서 아는 사실이다). 앨범만 방송 활동 한 달 전에 나왔을 수도 있고 앨범 발매 전에 이미지 컷만 잡지에 실려서 데뷔했을 수도 있고, 앨범 자켓 가사지에 오기는 팬들이 찾아내고 화제로 삼으라고 일부러 넣는 거라는 소문도 있었고(요즘 같으면 가수 소속사 일 안하냐고 엄청나게 욕 먹을 짓이다). 아무튼 11월 발매 음반이면 크리스마스 노래가 있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내가 그 앨범을 손에 넣은 5월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았지. ~그리고 23년의 세월이 지났다~
흥행한 가수에 의해 발표된 노래는 계속해서 유통되고 또 복고의 이름을 타고 다시 향유된다. 매년 연말도 성탄절도 돌아오고 그 덕에 괜히 신나는 일도 일어나고. 11살의 내가 잡았던 초록색 CD덕에 겪는 즐거운 우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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