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0, 빨간 날과 빨간 날이 만날 때

💃🏻🐆,🌎::sweets,sour

2022.12.25 | 조회 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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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밋

동갑내기 30대의 좌충우돌 각자도생 일주일 취재기

💃🏻🐆 멋장이미식가 Kelly, 🌎 미라클 지구,

🤎 그리고 당신, 구독자


💃🏻🐆_Sweet Christmas for the Windy Times

지금 내가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는 빅토리아 시대(1837~1901)에 시작됐다. 빅토리아 시대 이전까지 크리스마스는 점차 규모가 줄어들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크리스마스가 사라질 거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빅토리아 여왕 치세에 통치권자들은 종교개혁 시대 크리스마스의 정신인 신에 대한 감사, 가난한 아웃에 대한 환대, 타인과 정을 돈독히 하는 자세를 필요로 했다. 그들은 이 정신을 이웃사랑, 자선, 어린아이에 대한 사랑과 자비로 조금 더 초점을 맞추어 활용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트리, 캐럴, 산타클로스와 함께 크리스마스 디너는 그들이 활성화하고자 했던 ‘크리스마스 정신’의 상징물로 작용하였고 이제 한국 사람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되었다.

그 중 내게 가장 흥미로운 건 크리스마스 디너다. 스크루지 영감이 영혼으로 살펴보았던 조카의 디너, 에르큘 포와로 드라마 시리즈의 다양한 영국식 크리스마스 디너,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하는 다양한 로맨스 영화의 디너들. 그 중 한국에 자리잡고 있는 건 디너 코스 중 디저트 정도인데 디저트도 유행을 탄다. 칵테일 후르츠가 들어있는 생크림 케이크에서 뷔슈 드 노엘로, 일본식 쇼트 케이크로, 슈톨렌으로 초점이 움직이며 시장은 늘 반짝거린다. 남의 나라 신문물을 못 먹어보는 건 참을 수 없기 때문에 늘 시도해보고 그래서 이게 대체 뭐지, 하고 검색해봤다가 결국 다 까먹었던 유구한 역사를 고려해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전통 디저트를 자리 잡고 알아봤다.

한국에서 한 번쯤 경험해봤을 디저트로는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독일 디저트가 있고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건 프로방스의 디저트 코스였다. 프랑스는 통나무 모양으로 크림을 얹은 뷔슈 드 노엘(BÛCHE DE NOËL)로 한국에서는 주로 초콜릿 크림을 얹어 팔았다. 인기가 좋을 때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도 만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드물게 보인다. 들여야 하는 품에 비해 통나무 모양이 한국 사람들에게는 크리스마스와 잘 연결되지 않아서 그럴지도. 

영국은 찰스 디킨스,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을 통해 접했던 크리스마스 푸딩. 플럼푸딩, 퍼드라고도 부르는데 푸딩틀에 구워 푸딩 모양이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식의 몽글몽글한 푸딩은 아니었다. 과일, 향신료 등으로 맛을 낸 무거운 빵으로 먹기 3주 전에 만들고 냉장보관 시 1년까지 보관이 가능해 소설에는 이번년도에 푸딩을 만들어 내년에 먹고 작년에 만든 푸딩을 올해 먹는다는 대목도 본 적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푸딩이 너무 궁금해진 건 애거서 크리스티 단편 소설인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드라마 버전 때문이다. 드라마 초반, 크리스마스를 맞아 다함께 먹을 푸딩을 만드는 장면이 잠시 나온다. 거대한 볼에 걸쭉하고 끈적해보이는 재료들을 쏟아넣고 휘휘 섞는데 반죽을 한 손가락씩 훔쳐먹는 사람들을 보며 대체 어떤 맛일지 너무 궁금해졌다. 물론 이 드라마에서 누구도 죽지 않았고 거만하고 멍청한 왕자가 웃겨서 더 호감이 갔을지도.

이탈리아는 파네토네(Panettone). 카페 파스쿠찌에서 가끔 판매했고 이탈리아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 만날 수 있으며 동네빵집 중 크리스마스에 만드는 곳이 드물게 존재한다. 프랑스는 케이크, 영국은 숙성빵이라면 파네토네는 발효빵이다. 들어가는 재료는 비슷하지만 발효한 밀가루 반죽을 사용해 두세 차례 반죽을 부풀려야만 해서 오랜 조리 시간과 숙련 기술이 필요한 달콤한 디저트. 게다가, 화덕피자 인증처럼 파네토네 인증이 있다. 파네토네가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곳은 밀라노인데 1980년대, 파네토네 전통 레시피가 너무 다양해지면서 밀라노에서는 전통 레시피 보존을 위해 2007년부터 전통 파네토네 트레이드 마크 인증제도를 시작했다. 2008년에는 인증 절차 활성화에 이어 매년 11월 파네토네만 가지고 제빵 실력을 겨루는 르 파네토네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탈리아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크리스마스 디저트에 진심인 국가로 독일이 있다. 파네토네의 밀라노처럼 슈톨렌에게는 드레스덴이 있다. 드레스덴 슈톨렌(Dresden Stollen®)과 드레스덴 크리스트슈톨렌(Dresden Christstollen®)은 EU로부터 GGA(Geschützte Geographische Angabe, 원산지 명칭 보호상품)로 지정되었다. 12명으로 구성된 드레스덴 슈톨렌 보전협회(Schutzverband Dresdner Stollen e.V.) 덕분. 협회는 드레스덴 130여개 이제는 그 이상의 제과점에서 생산된 슈톨렌의 품질을 심사하고 인증 씰을 부착한다. 기네스에 오르기도 한 드레스덴 슈톨렌 축제(1994년 시작)의 톤 단위 슈톨렌도 협회가 인증한 레시피에 따라 제작된다. 한국에서 슈톨렌을 사먹을 때는 마지판의 양이나 유무 정도가 큰 차이인데 독일에서는 양귀비 씨, 크박치즈, 버터의 함량, 마지판의 함량, 견과류 종류 등 다양한 특징을 가진 슈톨렌이 생산되고 있다.

정말 듣도 보도 못 했지만 지나칠 정도로 궁금해진 크리스마스 디저트는 프로방스 13가지 성탄절 디저트(treize desserts de Noël)가 있다. 13가지는 올리브오일과 오렌지로 향을 낸 브리오슈(퐁프 아 륄, pompe à l’huile), 건포도, 유럽 모과 젤리, 칼리송(엑상프로방스의 특산품인 작은 보트 모양의 달콤한 과자. 아몬드 가루, 과일 콩피를 섞고 시럽을 넣어 만든 혼합물을 얇은 밀가루 크래커나 전병 시트 위에 얹고 슈거파우더에 달걀흰자를 섞은 아이싱을 덮어준 디저트), 누가, 푸가스(빵 반죽에 올리브유, 허브 등을 첨가하여 구워낸 나뭇잎 모양 빵), 세드라 레몬 콩피, 호두와 헤이즐넛, 겨울 서양배, 브리뇰(Brignoles) 자두, 말린 무화과, 아몬드, 대추야자로 구성되어 있다. 설명만 들어도 배가 불러지는 엄청난 코스로 대체 어떤 술이 페어링 될 지 가슴이 웅장해지는 설명이었다.

물론, 크리스마스 정신이 왜 강조되어야만 했고, 왜 그 디너가 중요한 상징물로 활용되었는가를 생각하면 마냥 황홀하고 행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쓸쓸하고 피로한 크리스마스 속 이런 행복한 만찬과 황홀한 경험을 기대하고 떠올리는 데서 자그마한 풍요를 경험하고 있다. 이 글을 읽음으로써 마주한 당신에게도 그런 경험이 되길 바라며, 달콤하고 향기로운 디저트 한 조각이 흔들리는 순간을 달콤하게 잡아주기를 바라며, Merry Christmas.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 종교학대사전, 크리스마스

[네이버 지식백과] 그랑 라루스 요리백과, 강현정, 김미선 저

[네이버 지식백과] 세계 음식명 백과, 김소영, 이연주 저

 


🌎_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기 (3)

제 버릇 개 못주고(?) 새벽 시간을 이용한 알바를 또 잡았다. 언젠가 아집을 접고 이 일을 깨끗이 그만두게 된다면 통렬한 비판을 쏟아내주겠다. 여태까지 생산직 서비스직 사무직 파트타임 풀타임 계약직 정규직 많은 일을 해왔지만 그 중에 제일 근무환경이 별로인데 최저시급으로 사람을 막 부려먹는다. '비숙련노동이라는 말의 함정'이라는 표현에 딱 들어맞는 일거리다. 당연히(?) 동료는 나말곤 다 기혼 중년여성.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고 낮의 일과에 걸리적거리지 않는 시간대라는 것 외에는 장점이 없는데 또 그만한 메리트가 없고, 하루의 리듬을 생성해주며 낮 동안 하는 데스크워크 일과는 전혀 달라 의욕을 불어넣어줘서 일단 계속 다니고는 있다. 근데 언제 갑에게(동료나 관리자 말고) 화내고 그만둘지는 모르겠다.

주중에 외출할 일이 있어 나갔다가 맥도날드에서 츄러스와 초코선데아이스크림을 사먹었는데 하필 그날 밤에 필레오피쉬와 초코콘이 내년에 단종될 것이란 소식을 보게 되었다. 진작 알았다면 나갔을 때 그걸 사먹었을텐데, 이상한 미련이 머리꼭지에 남아 며칠 후 맥딜리버리씩이나 시켜서 필레오피쉬를 사먹고 말았다. 광고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 괜히 바이럴을 돌리는 게 아니야!

한파가 연일 이어진다. 쏟아지는 눈에 기뻐하는 사람들 보는 것도 한 순간, 전통의 삼한사온이나 동지섣달 삭풍이 아니라는 걸 한파와 이상기후에 사망자가 속출했다는 해외뉴스로 실감한다. 나는 샴푸바 증정 이벤트에 환호하고 축산생산물을 적게 사려하고 모든 새 물건 구매에 앞서 중고매물을 찾아보고 두유팩을 펼쳐서 씻어말려 재활용상점에 가져다주고 있지만, 아무래도 인간은 망했다. 아, 아무나 굽어살피소서.

11월부터 캐롤을 듣고 각종 베이커리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디자인을 둘러보던 것 치고 놀랍게도 당일이 되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네. 솔방울로 미니트리도 만들지 않았고 크리스마스 모빌도 창가에 매달지 않았고 알고지내는 어린이에게 안부인사도 전하지 않았다. 막연하게 예정해왔던 이런 희망들을 떠올리면 사적인 작은 일조차 실수없이 바로바로 해넘기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실망이 쌓이는데,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푹 쉴 수 있다면 그게 홀리데이지. 나는 이번주도 잘했다.

 


✒ 이달의 편집자 🌎

이런 분위기로 아침을 맞을 수 있길
얼레벌레 이어지는 편집자의 선물(?) 이틀 연속 발행, 어떠신가요. 이어지는 한 주는 올해의 마지막 주랍니다. 6일 동안의 개운한 기상과 안온한 숙면을 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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