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멋장이미식가 Kelly, 👌 그럴 수 있다 ㅇㅋ, 🌎 미라클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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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물과 나
가오슝에 갔을 때였다. 생전 처음 묵어본 리조트 수영장에서 나는 신나게 수영했다. 새로 산 비키니는 내 몸의 단점만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스타일이었지만 비 소식에 수영장이 텅 비어 있었던 덕이었다. 비가 쏟아진다는 저녁 시간에 들어가 수영장을 닫을 때까지 계속 수영을 하다가 다음날 아침은 새벽같이 일어나 수영장 구역을 전부 즐겼다. 저녁 시간에 따뜻한 흰색 조명이 물 사이로 부숴지는 순간도 새벽의 날카로운 햇볕이 흩어지고 굴절되는 순간도 문득 문득 기억난다. 늘 그렇다. 물에서 움직이는 순간도 좋지만 가장 자주 떠올리는 장면은 물에 홀로 있을 때다.
서핑을 처음 한 건 2년 전쯤, 양양이었다. 재작년에도 한 번 가려고 했지만 연애의 쓴맛 덕에 무산됐다. 그리고 올해는 고성을 보고 있다. 양양에서 1박 2일을 보내는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파도를 타지 못 했다. 나중에는 일어서는 걸 기대하기 보다 다른 사람들 안 다치게 잘 엎어지자고 생각했다. 수업이 끝나고 혼자 계속 풍덩거리다가 지쳤을 때, 보드에 앉기를 연습했다. 두피도 얼굴도 지글지글 열이 오르는 게 느껴지는데도 바다를 나가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앉았다 팔로 젓기를 반복하며 계속 넘어졌다. 그냥 혼자 반복했다.
사진 강의를 들을 때였다. 강사는 사람마다 자주 찍는 풍경이 다르다고 말했다. 스스로가 주로 찍는 사진이 무엇인지 데이터가 쌓이면 알 수 있다고. 나는 물과 빛과 내가 함께 있을 때와 마주하면 꼭 남기고 싶다. 수영할 때, 서핑할 때, 온천할 때, 카페에 있을 때, 그리고 모두 혼자일 때. 나는 물처럼 흐름에 따라 가고 싶어서 물이 좋은 걸까. 내가 나를 미워하는 건 흐름에 잘 타지 못하는 성미 때문일까. 상담사는 수많은 가설을 세워야만 그 안에서 답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새로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여름에는 고성에 가야 할 모양이다.
👌_휴재합니다.
생계가 당신의 휴재를 강제합니다.
🌎_초복
한 3-4년 전쯤부터 복날에는 가급적 비건 음식을 먹기로 혼자 정했다. 평소에 완전히 비건으로 살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육류 소비가 대량으로 일어나는 하루(x3)씩은 나라도 채식을 해야겠다고. 해서 일부러 비건 식당을 찾거나 평소에 해먹던 것에서 고기 버터 우유 등을 빼고 요리했다. 물론 구내식당 메뉴가 반계탕이거나 같이 사는 가족이 닭도리탕을 하면 먹긴했다. 내가 원래 조금 탁발승의 마음가짐이다. 나를 위해 살생은 하지 않지만 다른 이가 준다면 군말없이…. 해서 이번 초복도 비건음식을 찾아먹었다. 요전부터 관심있었는데 먹어보진 않았던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와 김치왕교자. 동네 대기업 프랜차이즈 마트에서 400g 제품을 두개 사면 1000원 할인 교차선택가능으로 팔고 있어서 좋다구나 하고 샀는데 골라서 맨손에 들고 다른 물건을 천천히 보면서 계산대를 향해 가고 있자니 모르는 연상의 여성이 본인이 물건을 기대놓고 있던 낮은 냉장고를 두드리며 그건 고기가 하나도 안들어가 있고 여기 있는 게 낫다며 친절하게 말을 거는 게 아닌가. 그 대기업 프랜차이즈 마트는 동네의 다른 마트와는 달리 방문하는 사람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드문 다소 차가운 공간이었기에(…) 처음엔 그 부모님 연령대의 사람이 나에게 말하는 건줄 몰랐다. 나는 귓구멍에 무선 이어폰도 끼고 있었고.
네?
이게 더 좋아요. 그건 고기가 하나도 안들어있는 거고.
고기가… 없으니까 이걸 사지요.
아아. 안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흐음. 호불호의 문제긴 하다. 나는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라 선택지 중에서 골라 사먹는 것이니까. …역시 고연령대 어른들의 인식에서는 고기가 많이 들어있을수록 좋고 든든한 음식이며 고기가 하나도 안들어있고 심지어 묻어있지도 않다고 광고하는 음식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것을 매우 싫어하는 사람들만 선택하는 것일까? 적어도 내가 내린 판단의 근거가 된 지도는 그것과는 지형이 좀 다른데.
마트를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 앞에 대랑의 캔맥주가 바닥에 널브러져있는 것을 보았다. 평소 그 위치에 꽤 넒은 가판대가 있고 맥주캔은 가판대 위에 올려져 있었던 게 기억나서 (나는 될 수 있으면 그 편의점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그 옆에서 담배피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까이 가기 싫다) 그 앞에 있던 사람들에게 차가 와서 박았냐고 물었는데… 아니라고 했다. 아마 편의점 손님이나 지나가던 사람이 가판대에 잘못 기댔다가 건물 앞 비탈진 자리로 미끄러져 넘어진 것 같았다. 편의점에는 젊은 아르바이트 직원 한 명만 있었다. 내가 지금 혼자 근무중이시냐, 점장 혹은 사장과 연락이 됐냐고 묻자 전부 그렇다고 답해줬다. 그 직원도 안되어보이고 수십 개의 맥주캔이 널브러져 있는 위치도 딱 다른 차가 지나가다 밟기 좋아보여서 나는 냉동만두가 든 가방을 옆에 잠깐 내려놓고 가판대 위에 맥주캔 올려놓는 걸 도왔다. 나 외에도 7명 넘는 사람들이 지나가다 멈춰서 그 작업을 거들었다. 몇 달 전에 본 뉴스가 생각나기도 하는 장면이었다. 그건 맥주를 배송하던 대형 화물차가 주행중에 화물을 쏟아 술과 산산조각난 유리병이 사거리 도로를 가득 채웠는데 이웃들이 뛰쳐나와 수습을 도왔던 훈훈한 소식이었는데… 여기서도 규모는 작지만 비슷한 일이.
별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흥미로운 사건을 많이 만난 토요일이었다.
✒ 이달의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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