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멋장이미식가 Kelly, 👌 그럴 수 있다 ㅇㅋ, 🌎 미라클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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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하지만 필요와 현실은 다르니까
내게는 주에 하루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 필요하다. 그 날은 문을 잠근 채 해가 하늘 중간에 뜰 때까지 자고 일어나 한참을 더 누워있는다. 침대를 나오는 이유는 주로 강아지 때문이다. 점심이 지나도록 내가 문을 잠그고 있으면 강아지는 문을 긁는다. 포기하지 안하고 끙끙거리며 문을 긁는다. 어쩔 수 없이 문을 열면 무사한 지 확인한 다음 짧게 인사하고 다시 떠난다.
이번이 네 번째 상담이었다. 이야기는 술술 나오지만 그동안 계속 혼자 고민해왔던 문장들이 반복되고 선생님은 나도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니 내가 굳이 이 돈을 들이며 가는 게 맞는 걸까 고민된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파고들게 되는 것도 맞다. 나는 인간과 그룹을 이루어 일하는 걸 좋아하고 그 그룹이 목적을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더 좋은 결과를 얻도록 지원하고 싶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가장 힘들어서 개와 단 둘이 살아가는 게 목표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다르듯이 개도 그렇다. 다만 그 집 사람을 닮은 개가 집에 오는 것 같다. 첫째도 둘째도 고집이 강하고 지기를 싫어하지만 늘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인사를 잊지 않는다. 내 옆에서 자면 좋겠지만 둘 다 늘 손이 닿지 않는 자기 집에서 잔다. 푹 잠에 들 때면 몸이 따끈따끈해져서 고소한 특유의 냄새가 난다. 귀엽고 따뜻한 행복의 냄새.
이렇게 사랑하는 개와 단 둘이 지내기 위해선 경제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세 곱절 이상 늘어난다. 유치원을 보내거나 빠른 퇴근이 필요하다. 산책도 자주 해야 하고 식사와 간식도 먹어야 한다. 여행을 가거나 외출 시에는 별도의 교통비 혹은 도구 구입비가 들어간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병이다. 인간도 의료비로 휘청거리듯 개 병원비도 예삿일이 아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개를 기르라고 개를 입양하라고 강권하지 못한다. 내가 늘 고민하는 부분은 집과 의료비다.
나이가 든다는 걸 가장 크게 체감하는 건 의료비 부분이다. 내 의료비 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개의 의료비가 신경 쓰이는 때. 매사에 이런 잡생각과 고민이 무거워져서 그런지 주에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날이야말로 혼자만의 방이 절실히 필요하다. 누구하고도 마주치지 않는 시간과 공간. 하지만,
👌_가을에 돌아옵니다
가을까지 안녕
마침표는 찍지 않아요
🌎_장마
몇년전부터 유튜브 레드, 아니 유튜브 프리미엄을 정기결제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자연히 유튜브 뮤직 앱도 쓰고 있다. 멜론, 지니 같은 국내 음원 사이트 서비스를 쓸 때와 가장 다른 점은 원래 좋아하던 음악이나 다른 매개를 통해 알게 된 음악을 내가 찾아 듣는 것보다 그런 음악을 찾아 재생하는 순간 그 아래로 주르륵 펼쳐지는 자동 추천 플레이리스트에 귀를 맡기게 됐다는 점이었다. 음반을 사거나 mp3를 다운로드 받던 시절은 물론이고 스트리밍 재생만 주로 할 때도 나는 내가 고른 곡, 고른 앨범만 들었지 그런 기능은 써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여기는 아예 기본적인 방식이, 설정이 그거니까. 그러다보면 차라리 음원을 다운로드받던 시절보다 더 이전, 라디오에만 의지해 새로운 노래를 접하던 초딩 때처럼 전혀 관심 둘 일 없던 곡들을 만나기도 한다. 솔직히 나는 우울증이 심했던 20대 초반에 우울증의 영향으로 점점 외우고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걸 느끼면서 25살이 넘으면 노래 한 곡 가사조차 새로 외우지 못하게 될 줄 알았다. 아기 때 들었던 쎄쎄쎄 노래나 꼬마 자동차 붕붕 같은 걸 겨우 기억하려나 하고 낙담했었다. 하지만 지금 3x살인데 신곡 잘 듣고 내키면 외우기도 잘 왼다. 2022 신곡뿐만 아니라 2002년에 내가 듣고도 별 관심없이 넘겼던 노래들도 어쩌다 듣고 좋아지면 또 왼다. 기억회로 이상 무.
그런가 하면 인생에 그런 노래가 있었다는 것도 잊고 있던 노래와도 자동 재생의 인도로 다시 만났다. 중딩 때만 해도 어린이를 위한 티비 프로그램은 수입해서 로컬라이징 더빙으로 방영해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주였고 경제위기 영향으로 별다른 고급 취미분야가 유행하지도 않았다. 빠르게 발달한 컴퓨터와 인터넷 덕에 네가 봤던 만화영화 노래의 원곡은 사실 이거였어, 인 J팝 노래가 많이 공유됐다. 불법공유. 나도 내 256메가 용량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에 그런 노래 많이 넣고 다녔다. 한국어 번안으로 들어본 적 없는 노래도 이전에 그런 노래를 불렀던 가수의 목소리거나 비슷한 분위기면 들었다.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언제 나온 노래인지도 모르면서. 애초에 돌아다니는 파일 수 자체가 적었다. 친구들이 갖고있는 음악파일을 버디버디나 msn으로 서로 보내주고 그랬는데 거의 얘가 가진 게 쟤가 가진 거였다. 그 노래도 그렇게 컴퓨터에 흘러들었다가 어느 순간 용량이 적어서 지워진 노래였을 텐데, 저번주에 옛날 일본 애니 노래를 유튜브 뮤직으로 듣다가 그 아래 자동재생 목록에 들어와 재생됐다.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다행이었던 것 같다. 비록 선은 없지만 귓구멍에 꽂고 주변에는 소음없이 나 혼자만 듣는 상황이라야 그 노래가 옛날 그 노래인 걸 알아들을 수 있었을 거다.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고 싶어서 지음아이 사이트에 있던 일본어 가사를 컴퓨터에 저장해 이 소리가, 이 단어가 이 뜻이구나 알아갔던 노래. 갑자기 싸늘해진 장마철 날씨에 물기 가득한 대기 속에서 들었던 노래. 20년 전과 비교해 기후가 너무 변해버렸지만 그래도 마침 장마철이고 비가 많이 오던 때라 옛날 분위기 정도는 잡을 수 있었다. 아니, 노래 덕에 그 때의 감각이 되살아나 오히려 그 동안 기후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2022년은 편리하다. 화면을 두어번 누르는 걸로 노래에 대한 대강의 정보를 알 수 있다. 1995년에 발매된 노래였다. 내가 처음 들었을 때도 꽤 예전에 나온 노래였던 거지. 그걸 20년이 지나고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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