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멋장이미식가 Kelly, 🌎 미라클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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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개념과 범주
매화꽃이 피었더라구요. 사무실 주변에 겨우내내 차갑게 얼어 있던 개나리 나무에도 노랗고 조그마한 개나리꽃들이 점점이 피어 있었어요. 꽃을 본 순간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엄마, 아빠, 그리고 최근에 연애까지 가려다 망한 썸. 저는 늘 연애가 하고 싶어요. 연애 이야기가 나오면 주로 개인의 노력론으로 이어지는 회로가 피곤해 말을 삼키지만요. 연애가 왜 이렇게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임출산도 결혼도 아니고 연애라니.
지금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쌓였고 그 안에 저의 철없는 업보는 차고 넘치지요. 그래서 저는 작년과 다른 스탠스를 취하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하지만 그 태도는 또 다른 문제점을 지적받더군요. 사람마다 다른 개념과 범주를 가지고 있다는 걸 배우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제가 늘 혼자라는 것도 실감해요. 말할 곳은 없는데 들어야 하는 건 많은 시간. 제가 연애를 하고 싶은 건 그래서예요. 제가 혼자라서.
서로가 가지고 있는 개념을 맞춰보고 가용 범주를 찾아갈 수 있는 관계를 갖고 싶어요. 반대로 이게 이유인 것 같아요. 연애를 못 하는 이유. 여러분은 왜 연애가 하고 싶으신가요? 이제 썸, 연애, 데이트, 결혼, 섹스, 모든 관계가 모두 구분되어 취사선택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그래서 연애를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고민해볼 법한 시대고요. 어떤 연애가 하고 싶으신가요?
🌎_안 하면 모른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을 하나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사실 지난달부터 왼손 특정 부분이 조금 마비 같은 게 된 채로 살고 있다. 이게 대체 무슨 문장이지. 옆으로 누워 어깨를 불편하게 접고 쇄골 부분이 눌린 채 겨우 몇 시간 자고 또 일찍 깨어난 어느 월요일의 새벽부터 그랬다. 처음에는 지난겨울의 여느 때처럼(이것부터가 슬프긴 하다.) 양손이 붓고 움직임이 뻑뻑했지만, 왼손 엄지부터 중지 부분의 감각이 특히 이상했다. 손바닥이 아닌 손등 쪽으로 통각이 3분의 1쯤 줄어든 것 같았다. 저리다고 하기엔 손이 잘 안 움직여지거나,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 들거나, 차갑지 않았다. 손을 머리 밑에 깔고 자서 일시적으로 저린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건 한낮이 되어서였다. 소매 속으로 팔을 넣을 때마다 손등 쪽 손가락이 닿으면 약간 불쾌하다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대로 이틀 정도 피곤한 일상을 반복하는 사이 증상은 조금 심해졌다. 중지를 넘어 약지, 소지 안쪽과 손바닥쪽까지 비슷한 감각이 번져갔다.
다행히(?) 나는 겨드랑이 진피 아래 땀샘이 있는 지방층을 문자 그대로 '들어내는' 액취증 외과 수술을 받은 후 해당 수술에 통상적으로(!) 동반되는 팔 신경의 이상을 1년 가까이 겪는다든지, 대상포진이 팔로 와서 피부 위에 열을 지어 돋아난 발진을 통해 신경이 몸 속에서 정확히 어떤 경로로 뻗어가는지 목격도 했던 경험이 있었다. 이렇게 돌아보니 평생 마냥 건강만 했던 팔은 아니로군. 아무튼 크게 겁먹지 않고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이상한지 점검할 수 있었다. 몇 주간 심각한 자세로 일하고 쉬고, 자는 것 같지도 않게 잤기 때문에 기어코 목이나 쇄골쯤에서 신경이 눌렸구나 싶었다. 그대로 금요일까지 어깨와 목을 펴는 간단한 체조를 반복했더니 증상은 빠르게 나아져 최초로 이상을 느낀 월요일 새벽에 비해 마비를 느끼는 부위가 점점 줄어들었다. 지금은 약 10일째 지지부진하게 개선을 계속해서, 엄지손가락의 손등 쪽 부분을 중심으로 통각의 8분의 1 정도가 없단 느낌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껏 이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아-무-에-게-도.
같이 살고 있는 부모님? 그동안 겪어온 바에 의하면 (난 그렇게 아파본 적이 없는데) 넌 진짜 별 군데가 다 난리다, (내가 딱히 거기 협조할 마음은 없지만)왜 몸 관리 안 하냐는 반응 정도가 예상된다. 알리지 않는 편이 훨씬 정신건강에 좋다.
친구들? 자주 만나지도 않는데 힘들 때만 투덜대는 것 같아서 저항감이 든다. 사실 더 자주 만나고는 싶은데, 사는 곳이 제각각이다 보니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다 보면 남는 시간이 없으니 그러기가 힘들다. 그리고 또 말해서 걱정을 받는다 해도… 뭐 변하는 게 있나? 나는… 없다.
의사? …그래, 병원에 가지 않은 건 어리석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는 있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공략하자 빠르게 증상이 완화되었지 않나. 가야만 한다는 절실함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반성.
인체에서 가장 촉감이 섬세한 부분이 손과 입술이라고 하던가. 하지만 사람들이 손가락을, 손가락의 안쪽이 아닌 손등 방향 바깥 부분을 얼마나 의식하며 살까? 나는 그렇게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지내왔다. 위에 썼듯 소매 속으로 팔을 통과시키거나 핸드크림을 바를 때 말고는 이런 상태인 손을 끊임없이 움직이면서도 이상을 느끼지 않고 덤덤하게 지나 보냈다. 어영부영 일상이라는 궤도를 그대로 회전시킨 끝에 꽉 채워 3주, 4주가 갔고 어제 간만에 집 앞 골목을 지났더니 세상에, 나무에 동그랗게 매화가 가득 피어있었다. 봄이 가까이 왔을 무렵 가장 먼저 피어나 주는 매화꽃이 이미, 와있었는데. 나는 매일 지나는 큰길가의 벚나무만 올려보며 아직 꽃피려면 멀었다는 생각만 하고 지냈다. 차갑지 않지만 차갑게 느껴지는 한쪽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매화,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민들레와 제비꽃, 곧 있으면 자두, 앵두, 벚꽃. 다 기다리고 있을 텐데.
생각을 또 하는 거다. 내가, 안 하면. 아무도, 모르네.
✒ 이달의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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