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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연말 감사와 새해 인사에 대하여
와버렸다, 지난 1년에 대한 감사와 새해에 잘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받아버렸다. 메시지를 받으면 정성을가득 담아 감사 인사를 드리지만, 답장과 별개로 내가 메시지를 보내는 건에 대해서는 작은 고민이 있다. 매년 12월 30일 정도가 되면 고민에 빠진다. 새해 인사를 하기 가장 적합한 시기는 신정일까, 구정일까?
2023년 새해 인사는 2023년 설에 해야 하는 일로 미뤄두었다. 2022년 12월 31일에는, 몇 년 전에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석모도에 다시 갔다. 석모도에 처음 간 건 주중이었다.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묵으며 온천과 보문사, 숙소만을 오가며 보냈던 한가롭고 여유로운 시간. 별로 먹은 것도 없고 본 것도 없는 셈이었지만 물이 다 빠진 개펄,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다 부숴진 볕을 보며 한가롭게 낮잠을 잤던 달콤한 시간이 생각났다. 2022년은 사주를 보면서 들었던 말처럼 내게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 비생산적인 달콤함이 필요했다.
물론 이번 석모도 방문은 연말, 연초, 주말이 모두 겹쳐 첫 방문보다 훨씬 북적거렸다. 2022년 12월 31일은 석모도에 도착하자마자 짐만 내려놓고 보문사로 출발했다. 높은 언덕을 한 걸음 한 걸음 딛고 올라갔던 고등학교 시절과 대학교 등교가 떠오르는 높은 경사로를 자랑하는 보문사 입구도 몇 년 새 조금 변했다. 관광버스나 중간 주차장의 혼잡함은 변화가 없었지만, 카페가 부쩍 늘었고 이마트24가 커졌고 너무 맛있어서 나가는 길에 꼭 사가야지 했던 곡물 볶음을 팔던 아저씨가 사라졌다. 아저씨가 사라진 게 가장 아쉽다. 이번에 방문했을 때는 꼭 미리 사갈 예정이었는데.
아저씨는 사라졌어도 보문사는 여전해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 부처님들과 모두 다른 오백나한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석굴암, 용왕상, 와불상에 기도를 드리다보면 곳곳에 놓여있는 사람들의 기도와 염원을 화폐로 발견할 수 있다. 예쁘게 동전을 쌓아놓으며 기도한 사람도, 무도해보이지만 무리해서 높디 높은 곳에 지폐를 올려두며 간절히 기도한 사람도 모두 돈을 놓으며 소원을 빌었다. 마애불로 가면 더더욱 많은 창의적인 기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솔방울과 바위 사이에 눌려 있는 지폐와 바위의 일부처럼 붙어있는 동전, 용 수염에 예쁘게 묶여 있는 지폐들과 마애불 올라가는 바위 마다 영원히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자연스럽게 붙어 있는 은색 동전들.
마애불을 올라가는 길에 이미 해가 지기 시작했다. 해가 바다 너머로 내려가며 그라이데이션이 점점 무거워지던 때에도 마애불에서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의 허리는 간절한 만큼 무거워 올라올 줄을 몰랐다. 그 무거움 바로 옆에서 어린 아이들과 올라온 가족들은 아이들이 소원을 담아 바위에 동전을 던지도록 계속 동전을 쥐어 주었다. 바위에 동전이 붙으면 소원이 이루어질 거야. 우리는 마애불을 내려오며 아이가 붙이지 못한 동전을 내려가는 길목 바위에 붙여주었다. 네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올해도 우리 모두 건강하고 내게 지혜 있기를.
색색의 등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어둠 속을 걸어 숙소로 돌아갔다. 제야의 종 소리를 들으며 잠든 다음날 아침, 석모도 미네랄 온천 오픈 시간에 맞추어 출발했지만 오픈런 실패로 대기번호표를 받아야만 했다. 석모도는 습기로 가득해 축축하게 젖은 옷을 입은 듯 싸늘했지만 온천을 포기할 순 없었다. 대기번호 33번. 새해가 대목이었는지 매점도 영업 중이라 커피를 들고 온천 옆 산책로를 걸었다. 커피를 들었을 때 이미 하늘색이 점점 푸르러지기 시작했다. 산등성이로 붉은색, 감색의 구멍이 난 것 같았다. 사진에 불씨가 던져져 구멍을 내며 불타오르듯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해는 천천히, 선명하게 움직였고 온천욕을 하던 사람들은 해를 보자 욕탕에서 뛰쳐나와 떠오르는 해를 배경으로 사진과 비디오를 촬영하고 있었다. 동행이 찍은 사진에서 사람들은 마치, 수묵화나 유채화 속 인물들 같았다. 우리가 새해에 처음 드는 해를 보고 싶어하는 건 올해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과 함께 올해 더욱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천지신명에게 도와달라고 마음을 띄우는 행위 같기도 하다.
해가 뜬 뒤 사람들이 우루루 나온 덕에 동행과 온천에 잠시 몸을 담궜다. 몸을 담근 곳은 노곤노곤하지만 바깥 바람을 맞는 뺨은 파르르 차가워지는 노천온천. 해가 뜨는 쪽으로 갈수록 물 온도가 뜨겁고 중간에 있는 돔은 유일한 고열탕이라 사람들은 고열탕과 다른 탕을 오가며 긴 시간 온천을 즐긴다. 온천도 온천을 하기 전후로 몸을 씻는 물도 소금기가 가득해 세척 용품을 사용하고 싶어도 천연 온천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세척 용품은 사용할 수 없다. 비누 조차 금지.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막상 온천을 마치고 나오면 몸은 촉촉하고 매끈매끈해서 딱히 다른 로션이 필요하지 않은데 머리카락은 고민이 필요하다. 하루종일 빳빳하고 서핑한 다음처럼 소금기가 남아 있기 때문. 다 정리를 마치고 나왔을 때는 오전 10시경이었는데 대기번호가 90번대였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대기번호가 필요 없는 한가로운 주중이었고 이번 방문은 대기번호를 받은 데다 대기까지 해서 들어갔지만 어느 쪽이든 만족스러웠다. 전자는 긴 시간 전세를 낸 상태여서 좋았고 후자는 사람이 많아 사람들이 대화하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매점도 적극 영업 중이어서 좋았다. 노천 온천 특유의 뜨거움과 서늘함이 공존하는 상태를 좋아한다면 서울 유저에게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 일몰도 일출도 볼 수 있는 곳이니 타임랩스 촬영하기 좋은 곳.
새해 인사 대신 잘 쉬었다고 한껏 신이 난 상태로 택시 없는 석모도를 힘들게 빠져나오고 몇 시간 뒤, 사무실. 출근하자마자 새해 인사 메시지 타령을 돌림노래로 들으며 바로 후회했다. 그래, 역시 매사에 안미고는 과해도 부족한 거지. 안녕하세요,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는 넘쳐도 늘 부족한 거지. 올해 설에는 꼭 인사를 남기고 내년에는 할까 말까 할 때는 하는 소셜 워커가 되어야지.
🌎_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기 (4)
2023년이다.토끼띠 해, 계묘년癸卯年. 신문이나 방송 등에서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는 문구를 띄울텐데 나는 그럴 때 약간 의문이 든다. 띠는 음력설에 바뀌는 게 아닌지? 사주 계산할 때는 또 입춘을 기준으로 띠가 바뀐다. 설은 음력인데 입춘은 또 양력 기준이고. 생각해보면 서기가 성탄절 기준으로 새해를 맞거나 단기나 불기를 개천절이나 석가탄신일 기준으로 계산하지도 않으니 양력 1월 1일로 모든 것을 +1하는 것도 그렇겠다 싶은 거다.
십간의 오행을 따져서 백말띠 해, 흑토끼띠 해라고 하는 것도 있는데 그냥 별자리 점이나 mbti맞추기 같은 재미있는 마케팅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크게 신경은 안쓰인다. 내 생각엔 이 모든 게 사람들이 '황금돼지띠'로 약간 들떠있을 수 있었던 기간을 잊지 못해서인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 …개인적인 견해다.
2022년 2월 22일(콩콩절?) 이후로 같은 숫자가 6번 들어가는 날짜는 2101년 11월 11일까지는 오지 않는다는 글을 봤는데 23년은 딱히 그렇게 재밌는 숫자 맞춤은 없을 것 같다.
숫자 2023을 소인수분해하면 7X17X17이다. 재밌게도 2023과 가장 가까이 있는 소수는 2017과 2027이다. 2와 3의 모임으로 보이는 이 수는 사실 전혀 관련없어보이는 7과 인연이 있었다. 10살에 구구단 외울 때도 7단이 제일 까다로웠는데 말이지, 자연수 세계에는 7이 결부되면 좀 이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다음해는 3이나 7처럼 홀수의 기우뚱한 느낌이 없이 안정적인 4의 배수, 윤년인 2024년이니까.
그 외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올해의 이벤트는, 천문현상 관측이다. 사실 바로 요전, 11월에 개기월식에 천왕성 엄폐를 봤기 때문에 올해는 그런 일 없으려나 하고 찾아봤다. 그때는 운이 좋았다. 월식 진행 시간이 저녁무렵이었고 달이 낮고 크게 떠있어서 그냥 창문밖만 바라봐도 월식을 볼 수 있었으니까.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에서 관측할 수 있는 부분월식이 10월 29일 오전 4시 30분 경부터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그때 되면 분명 또 뉴스에서 띄워줄 거다.
정부에서 뒤늦게 대체공휴일을 추가해서 달력회사가 곤란하다고 하던데. 사실 나는 아직도 내 방이나 업무공간에 둘 달력을 어디서 얻지도 내 돈 주고 사지도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_눈물 흘리기
저는 눈물을 흘리고 싶을 때 동물 영화를 봐요. 동물이 주연이기만 하면 국적, 장르와 상관 없이 금방 눈물이 줄줄 흐릅니다. 직장에서 사람과 부대끼며 관계를 맺은 시간도 짧고 연애 경험도 거의 없어서 그럴까요. 타인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타인이 나를 평가하고 판단한다고 느끼면 약해집니다. 그런 시간 속에 놓이면 문득 문득 울고 싶어요. 얼른 혼자가 되고 싶어져요. 내가 여기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하고. 그런 밤이 오면, 동물 영화를 봅니다. 울고 싶어도 눈물은 잘 안 흐르거든요.
이번주에 본 영화는 <퀼>입니다. 퀼은 맹도견입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인 퀼이 맹도견이 되어 보낸 일생으로 요약되는 단순한 이야기지만 영화가 끝나갈 무렵 두 세 장면에 걸쳐 눈물이 줄줄 납니다. 인간과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흔한 이야기인데 말이에요. 마음이 약해져 있을 때는 오히려 친숙한 이야기가 쉽게 스미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펑펑 눈물을 흘리고 나면 다 뜯겨 엉킨 실에 물을 먹인 것처럼 풀풀 날리는 실자락이 가라앉습니다. 해결된 것도 정리된 것도 없지만, 내 생각이 뜯긴 실처럼 날리는 걸 멈춰줍니다. 각자가 다른 이유로 이런 때도 있고 저런 때도 있는 거니까요. 그 안에서 이미 저질러버린 일이 있다면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다음에는 제 마음을 위해 그러지 않도록 하고 왜 그랬는지 생각해보는 수밖에. 그리고 그 관계가 돌이킬 수 없어졌다면, 그것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
이 글에서 저와 함께 있어주신 당신, 당신은 눈물을 흘리고 싶을 때 무엇을 하시나요?
🌎_실패의 보고담
지지난 호쯤에 보고 했던 새 새벽알바 덕에 평일은 3시에 일어나 12시간쯤 일하고 밥은 시간과 소화기관 사정때문에 1.5끼 가량 챙기다 저녁 8시엔 졸고있는 생활을 했다. 졸다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자기 전에 건드리고 있던 모든 것을 그대로 널어둔 채 쭈그리고 눕는데 불편해서인지 11시에 한번 깨고 1시에 한번 깨고 2시에 눈 떴다가 한시간은 더 잘 수 있다고 선잠을 잔다. 이짓을 반복하다 질려서 진짜 딱 3시 반에 일어나 나가겠다는 각오로 단정하게 모든 것을 잠자리 옆에 준비해두고 자봤는데 그래도 11시 1시 2시에 깨더라. 아마 3시 반에 못일어날 거라는 압박감 때문인 것 같다. 이 와중에 알바처는 (말을 줄임). 역시 이러는 시간에 본업이나 더 잘 개발해야 하지 않나하는 교훈을 얻는다. 그래도 이제 밥 먹을 정신은 챙겼다.
이런 와중에 연말에 미쳤었는지 당근마켓에서 부업 구하는 글을 읽고 호기심에 지원했다. 비즈를 꿰는 부업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원하게 망했다. 일 자체는 진짜 어렵지 않았다. 작은 진주알을 일정한 구성으로 우레탄 줄에 꿰어서 반지가 될 부분을 계속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 일인데, 한 자세로 계속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등과 목과 눈에 어떤 피로를 야기하는지 바느질같은 수공예 취미를 놓은지 한참된 나는 잊고있었던 것이다. 일정량을 넘어가면 신체피로 때문에 도저히 속도가 안나는데 위에 설명한 것과 같은 수면문제로 인해 졸음을 참을 수 없는 시간 또한 엄습해 온다. 그래서 나는 연 사흘 정도를 1밀리미터 지름의 미세한 진주 비즈와 그 날리는 펄가루 속에서 맨발로 이불도 덮지않고 기절하듯 잠들어버렸다.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일 준 사람에게 사과하며 부업은 그만두었다.
비즈공예에 흥미는 가졌으나 기초 도구와 재료 마련이 귀찮아 용품구경만 하고 시들어버린 관심에 몇 방울 정도는 물기를 적셔준 것이려나. 아무튼 완성한 분량만큼 보수는 받으니 돈받으면서 기초를 배운 셈 치고 이 쓰라린 실패는 쪽팔림과 함께 던져버리려 한다. 여름쯤에 내가 찰 목걸이나 하나 만들어야지.
✒ 이달의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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