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 무성하게 피어나는

🐴,🍷,💃🏻🐆::휴재, 연애, 연애

2022.01.10 | 조회 3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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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밋

동갑내기 30대의 좌충우돌 각자도생 일주일 취재기

🐴 안다정보스 동호수와집, 💃🏻🐆 멋장이미식가 Kelly, 🍷 게으른개미 비언어 🤎 그리고당신, 구독자


🐴_금주는 쉬어갑니다.

금주 휴일입니다. 소싯적 하동님을 공유하며.


💃🏻🐆_쿨타임이 찼다.

  나는 고민하는 사람과 대화하기를 즐기지만 보다 단순하게 사고하는 사람에게 끌린다. 이런 해결되지 않는 더러운 취향 따위를 새삼 알아차린 건 쿨타임 때문이다. 내 일상을 차고 넘치는 방식으로 백 퍼센트 점유하고 있는 업무가 벽에 부딪히자 느낀다. 쿨타임이 찼다. 직장 사람들과 분리된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졌다. 그리고 직장에서 나를 강제로 분리시킬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하다. 친구도 가족도 아닌 관계, 에너지 소모가 큰 관계, 연애다.

  연애는 그 낌새가 피어나는 순간부터 에너지 소모가 막대하다. 정직이 최선이라는 공약은 관계를 지속하고 싶을수록 최선의 수인지 최악의 수인지 경계가 희미해지고 이전까지 편하게 대화하던 사이는 서로 알아갈수록 신경 쓰이는 부분이 빠르게 증식하며 말 한 마디에도 함의를 깔고 조심하게 된다. 당신이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는 걸 내가 참아야 하는 지 충돌을 통해 절충안을 찾아 나가야 하는 지 알 수 없고 한 호흡 돌린 다음 다퉈야 한다면 언제까지 어떻게 참아야 하는 지 혼란하고 불안하다. 둘 사이에 시간이 쌓이며 그 관계성의 도로를 훌륭히 깔아 나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갈등은 발생한다. 결국 연애 관계는 가족이나 친구와 달리 상대와 잠시 거리를 둠으로써 서로가 변하기를 기다리거나 외면할 수 없고 외면할 경우 외면은 쌓이고 쌓여 포기에 가 닿는다. 이 에너지를 우리 생활에 활용할 수 있다면 훌륭한 친환경 에너지가 될 텐데. 이 에너지 생성이 어린 나이에 주로 몰려있다는 걸 생각하면 선거권도 그쪽으로 가면서 세상이 많이 달라질 수 있을 텐데 아쉬운 일이다.

  게다가 나는 그런 에너지 소모를 바라면서도 막상 그렇게 될 수도 있는 연락을 주고 받기 시작하자 그 아리까리함이 고통스러워 거리를 두고 있다. 우리 모두가 서로 너무나 다르다는 점도 힘이 들어가는 지점이지만 그보다 사람을 혼몽하게 만드는 건 상호 속내를 말하지 않는 순간과 본인이 느끼는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 본인의 행동이 왜 그런지를 진심으로 모르는 순간이다. 물론 내가 이런 데서 고통받는다고 하면 요가 선생님은 또 모든 걸 본인의 의지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라고 하시겠지.

  지난 주에는 택시 타고 귀가한 적이 있는데 그때 뒤에서 이중추돌이 일어나며 택시 한 대가 밀려나 내가 타고 있던 택시 엉덩이를 쳤다. 내가 연애 관계에서 쉽게 겁을 먹는 건 이런 우연히 일어나는 사건과 계기라는 환상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로의 인생에 나쁘지 않은 선택지인지 고민해야 하는 그 초기 단계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 늘 헷갈리고 그 선을 잘 지키고 싶어서 조심하다 보면 쉽게 나를 잃어버린다. 편안하게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관계를 꿈꾸면서도 나를 드러내고 그에 대해 상대가 판단하고 평가하는 게 싫다. 부정적인 결과를 먼저 확신하는 나도 싫고 상대가 나를 충분히 좋아하지 않는 거라는 시그널들을 하나씩 모아가며 달팽이 집 문 폐쇄하듯이 하나씩 배리어를 내려가는 것이 나의 최선인가 고민도 된다.

  아니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나니 굳이 연애를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깨달음을 얻는데, 지금 충분히 에너지 소모를 하고 있잖아이 정도 소모율이면 가끔 연애 생각을 하고 연애에 대해서 친구와 대화하고 개 산책을 시키는 정도로 충분히 일상이 유지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_이런 것에게도 취향이

  연애에도 취향이 있을까.

  경험이랄 것들이 지금보다 덜 쌓였을 때는 이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연애는 기술이고, 사람을 대하는 것도 모두 기술이고, 그러니 나의 이 미숙함은 기술의 부족에서 오는 것이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기술이 있다면 실연은 왜 존재하냐 싶지만, 그런 때가 있었다. 연애소설이나 연애수필이 기술인 것만 같은 순간이. 그러면서도 굳이 그런 책을 찾아 읽지 않는 것은 오기였던가. 고집이었을 지도 모른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발생하는 그 모든 경우의 수가 전부 기술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한 결론이다. 살아보니 그런 게 아니더라. 늙수그레한 문장으로 잘못을 덮어본다. 인간관계라는 것들이 그렇다. 답이 있다기보다는 나의 취향인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니,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반응하고, 저런 경우에는 저렇게 반응한다.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둘이 여행을 떠나는 막역한 사이가 되기도 하고, 막연하게 좋은 사람일 것 같던 사람의 수틀린 한순간으로 영영 마음에서 내치기도한다. 연애고 인간관계고 답은 언제나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분명한 취향이 있다. 그것은 자유와 방임. 그리고 애착.

  개인의 시간이 너무 소중한 사람이라는 건 진작부터 알았지만, 연애를 겪고 나니 나는 정말이지 망나니나 다름없었다.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면 반발심이 일어 더 화를 낸다. 그렇다고 너무 내버려 두면 영영 연애를 안 해도 잘 먹고 잘사는 낯으로 혼자 잘도 돌아다닌다. 그렇다고 상대가 나를 내버려 둔 채 홀로 돌아다니는 건 또 너무 싫다. 어쩌란 말이냐 싶겠지만, 그런 게 있다.

  나에게 연애는 서로를 지지해주는 것이지, 둘 중 어느 쪽이든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해다 바치는 것이 아닌 거다. 부딪혀서 조율하기보다는 서로를 살펴봐 주고 필요한 것을 해주고 나의 시간을 보장해주는 그런 연애. 서로를 방임하지 않고 넓은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 서로를 긍휼히 여기고 애틋해져서 살뜰해지는 관계.

  서로에게 감정이나 사연을 감추지 않고 직접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거짓말만큼이나 침묵은 오해를 부르기에 딱 좋다. 혼자 묵히는 감정만큼 쓸모없는 것도 없다. -물론 나도 혼자 끙끙 머리를 싸맬 때도 있지만 그건 대게 며칠을 못 넘긴다. 지구력 제로란 이런 것.-

  그렇다고 마냥 해탈한 사람처럼 연애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그런 만큼 상대도 그러기를 바라는 것. 그런 것들에서 시작하는 섭섭함과 야속함도 나쁘지 않다. 그런 순간이 왔을 때, 왜 서운한지 먼저 알아봐 준다거나, 내가 서운하다고 말할 수 있는 관계를 원하는 것뿐이다. 싸움이나 다툼도 좋다. 애인 간의 싸움만큼 세상 쓸모없고 천지가 개벽할만한 일도 없다. 작은 말싸움에 흔들리는 하루라니. 정말 현실적으로 로맨틱하지 않은가.

  중요한 것들도 있다. 나의 경우는 책을 읽는 사람. 키가 큰 사람. 치졸하지 않은 사람. 주변에 예민하지 않은 사람. 몸이 차지 않은 사람. 결국, 이 모든 조건도 경험의 여과지를 통과한 것들뿐이다. 좋은 사람을 고르고 나면 좋은 연애는 뒤따라 온다. 결국, 좋은 연애는, 많이.. 해봐야 아는 것일까? -많이 해보질 않아서 그건 잘 모르겠고-

  아. 이야기하자니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연애 얘기. 사람 얘기. 평생을 뱉어도 나는 언제나 미성숙하고 일관적이지 않을 것만 같다. 나의 취향 이야기가 끝난다면 친구 이야기와 연애 이야기를 진득하게 써보고 싶다. 읽고 싶지는 않겠지만.


✒ 이달의 편집자 🍷

연애이야기엔 영화가 빠지지 못하죠. 몰래 듣던 플레이리스트를 나눠봅니다. 아직 영하를 벗어나지 못하는 날씨들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전염병 조심하시고, 조금 덜 혼란한 한 주 되시기를.

 

노리밋에서는 두 명이 일주일에 한 번 한 주를 살며 경험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구독자님, 다음 주에도 같이 놀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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