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다정보스 동호수와집, 💃🏻🐆 멋장이미식가 Kelly, 🍷 게으른개미 비언어 🤎 그리고당신, 구독자
🐴_일시적 휴업
당분간 더 급한 일을 위한 휴업에 들어갑니다.
💃🏻🐆_내가 나의 방문을 두드릴 때
몇 달 전, 요가를 할 때마다 괴로운 생각이 떠올라 힘들었던 시기가 있다. 요가를 가면 그 당시에 미워하던 사람, 싫어하던 사람, 괴로운 일, 내가 잘못했던 일들, 후회하는 말과 행동이 쉼 없이 떠올라 고통스러웠다. 요가를 가지 않아도 괴로운 일들이 요가를 가면 과일의 껍질을 벗긴 것처럼 선명하게 생살을 드러냈다. 농익어 물렁거리는 고통의 과실 속에 잠겨 나는 힘겨운 호흡을 반복했다. 그러다 선생님께 그런 내 감정의 상태를 고백한 후로 서서히 그 생각은 사라졌다. 내 마음이 변하고 그 사람도 어떠한 계기를 맞이하였는지 잠시 변했다.
그 다음은 분노였다. 로나의 샘처럼 짜증이 퐁퐁 솟아나던 날이 있었다. 나의 무능력과 타인을 탓하는 말과 마음 속에서 나는 짜증을 주체하지 못 다. 선생님은 짜증과 친해져 보라고 말했다. 짜증이 났을 때 이유를 찾는 건 그 감정을 없애고 싶어서라고, 그냥 짜증이 났구나, 그대로 받아들이고 친해져 보라고. 힘을 빼고, 모든 걸 의지로 제어하지 말라고. 내가 힘을 빼고 흐름에 몸을 맡겨도 모든 것이 흘러간다고. 오히려 내가 힘을 뺀 자리는 나를 싣고 간다고. 그래서일까, 올해는 별자리에서도 사주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파도에 몸을 맡겨야 한다고 모두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내가 그래서 서핑을 못 하나 봐. 파도를 못 타서. 공감이 서툴러 공감을 하고 싶어하고 힘을 빼고 싶어 너무 힘쓰지 말라고 이야기해준다. 마음이 허름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데 너무 힘을 주느라 천지사방으로 쥐어짜며 팽팽하게 펴고 있어 내 마음은 늘 여유 조각 없이 허름하다. 요즘 요가는 이런 나의 초라한 부분에 계속 하이라이트를 비춘다.
학창 시절 내 서투름과 고집에 매몰되어 잘못했던 일들, 친구를 위한답시고 내 마음이 달려가는 방향으로 저질러버린 일들, 결국 끊어진 관계, 그런 표정을 짓지 말 걸, 그런 말은 하지 말 걸, 내가 이렇게 쓰레기인데, 내가 이렇게 잘못된 사람인데, 내가 이렇게 못나고 못된 사람인데, 내가 이렇게 비겁한 사람인데, 그리고 바로 어제도 오늘도 그러지 말 걸, 그렇게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말 걸. 회사 모니터 밑에는 늘 포스트잇 한 장이 붙어 있다. 내게는 귀만 있다. 내게는 입이 없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자고 쓰여 있다. 하지만 어쩜 이렇게 늘 매일 새롭게 서투르고 새롭게 못난 사람인지, 나는. 희노애락의 풍파가 잔잔해지기까지 나는 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고 그 풍파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내 방문을 두드린다.
어느 날은 안부를 묻듯 조심스럽게. 어느 날은 따지듯이 거세게. 내가 내 방문을 열기까지는 아직 더 많은 고통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_면식범의 잡담
식사를 구성하는 음식은 다양하다. 밥이나 빵. 그리고 면. 나는 단언컨대 면식을 사랑한다. 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면이냐의 차이지, 면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밥이 더 좋다거나, 빵이 더 좋다거나 하는 건 다른 이야기지만.
혼자 스스로 생명을 책임지는 동안 나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있다. 나는 생각보다 라면을 더 좋아한다는 것. 그전에는 건강한 엄마의 음식에 반발하려는 마음으로 라면을 먹는 줄로만 알았다. 자극적이고, 빠르고, 간편하고, 쉬우니까. 그러나 웬걸. 뚜껑을 열어보니 각양각색으로 끓여 먹는 나의 라면들이 한가득인 것이다. 그 무수한 면식 중에서도 라면은 나의 취향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지경이다.
무엇이든 가득 넣는 것을 좋아하는 나답게도, 나의 라면에는 언제나 부재료가 가득하다. 매콤 칼칼한 스프의 라면을 끓일 때는 토마토와 다진 마늘이 항상 들어간다. 토마토를 넣은 라면을 드셔보셨는지. 감칠맛도 감칠맛이지만, 라면 특유의 깔깔한 나트륨 맛이 중화되어 입안을 가득 채운다. 흰 국물의 라면을 끓일 때는 반드시 양파와 청양고추를 넣는다. 센 불에 달달 볶은 중화요리의 맛만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들이는 시간과 품을 생각한다면 어디 나가서 먹는 굴짬뽕보다는 이쪽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재료라면 채소가 전부인 나의 관점에서는 그렇다.
나이 듦의 영향인지 부쩍 튀긴 밀가루를 소화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덕에 라면이 슬쩍 멀어지는가 싶었다.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예상치 못하기 때문에, 그즈음부터는 건면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는 채식면이 대중화되어 반쯤은 거의 페스코인 나를 기쁘게 해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근래 가장 좋아하는 라면은 풀무원의 정면과 나의 스테디 감자면이다. 가끔 사천백짬뽕 같은 신제품을 탐할 때도 있지만. 사랑해요. 모든 라면회사님들.-
비슷한 의미로 집에서 종종 해 먹는 면 요리가 파스타이다. 면 끓이는 시간이 조금 긴 것 말고는 모든 게 완벽하다. 맛도 있고, 식감도 있는 데다가, 포만감도 즉각적이다. 생채소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가끔 샐러드를 먹게 되면 그건 반 이상이 파스타의 신세를 지게 된다. 숏파스타 한 움큼을 익혀서 샐러드 채소와 오리엔탈소스를 곁들이고, 그 위를 파르마산 치즈나 그라나파다노 치즈를 갈아 올리면 채소도 파스타도 한 번에 후루룩이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라구소스를 잔뜩 만들어 페투치네나 리가토니면에 볶아먹기도 한다. -육류 향 가득한 라구소스는 일 년에 한두 번이 딱 좋다.
빠질 수 없는 게 또 있다. 그건 바로 쌀국수. 쌀국수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혼자 태국으로 떠나는 일까지 발생하는 내 인생에 쌀국수가 빠지는 건 말도 안 된다. 요즘엔 똠얌 쌀국수가 이곳저곳에 숨어 있지만, 쌀국수에 미쳐 살았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찾기 어려운 메뉴였다. 어쩌다 한 번 먹어본 그 맛을 잊지 못해 동남아로 떠났다. 거의 길바닥에 앉아 노상에서 먹었던 그 간편하고도 깊은 육수 맛의 쌀국수. 현지 맛을 완전히 배제한 한국식 쌀국수도 좋아하긴 하지만, 그 쿰쿰하고 진득한 국물의 쌀국수는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또 이렇게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를 하다 보니 불현듯 배가 고프다. 아직 해가 중천이니 어떤 걸 저녁으로 말아먹을까 고민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봐야겠다. 면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투비컨티뉴.
✒ 이달의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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