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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두에도 취향이 있답니다
오늘 아침 식사는 만두 네 알이었다. 그것도 풀무원 얇은 피 고기깻잎만두. 조식을 먹지 않으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이라 눈 뜨자마자 비척거리며 만두를 조리했다. 꽁꽁 언 냉동 만두를 얕은 접시에 담고, 바닥에 물을 아주 조금 뿌려선 전자레인지에 3분 넘게 돌리면 촉촉하고 보들보들한 찐만두가 된다. 미심쩍어할 것도 없이 바로, 마지막 남은 스리라차소스를 잔뜩 뿌려 매콤새콤고소한 네 알을 호로록 먹어버렸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다면 이견 없이 만두다. 거의 모든 음식을 좋아하지만, 다른 것들에겐 많은 제약이 붙는다. 얇고 바삭한 김치전. 너무 달지 않은 마카롱. 밀도가 높은 파운드 케익처럼 말이다. 그러나 만두는 다르다. 만두는 어떤 만두든 모조리 좋아한다. 단지 만두에겐 취향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니 나에게 만두를 묻는다면, 만두 좋아해? 가 아니라 어떤 만두 좋아해? 가 되어야 맞다. 전자의 물음을 들으면 나는 만두를 무턱대고 좋아하는 나를 구구절절 변명해야만 하니까.
나에게 만두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중국식 만두. 이 만두들은 피가 두껍고 새우나 삼치, 셀러리 등 고소하고 향긋하고 단백질 가득한 속이 들어간다. 물만두엔 나풀거리는 날개가 길고, 속은 동그랗고 다른 것들에 비해 크기가 작다. 폭신한 왕만두도 있고 차진 딤섬 종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통틀어 나는 중국식 만두라고 부른다. 주로 외식으로 먹는 만두들이 이 종류라서 외식 만두이기도 하다. 딘타이펑의 소박한 딤섬. 쟈오쯔의 담백한 삼치 물만두. 연밀의 모든 만두 등등. 만두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홍콩여행에서도 한다고 하는 딤섬집을 홀로 찾아다닌 적이 있을 정도였다. 더불어, 요즘은 국내에도 그곳만큼 강렬한 만두를 파는 식당이 늘어난 덕에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하는 만둣집 여행을 좋아한다.
두 번째는 냉동만두. 비비고와 얇은 피가 여기에 속한다. 대기업의 검증된 맛을 자랑하며, 물만두용 군만두용 비빔만두용 한입 만두 등등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가장 자주 먹고 예정하는 만두인데, 앞서 말한 것처럼 물을 조금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는 형식으로 가장 많이 차리고 있다. 그러나 여유가 있다면 조금 다른 방법을 좋아한다. 꽁꽁 언 냉동 만두 아래에 촉촉하게 기름을 먹이고, 프라이팬 가장자리에 물을 조금 두른다. 그리곤 뚜껑을 덮고 중불 또는 약불에 –아직 인덕션이 손에 익지 않아 정확한 가늠은 되지 않는다- 익힌다. 그럼 아래는 바삭하고 위는 쫄깃쫄깃 촉촉한 만두가 된다. 그대로도 좋지만, 맥주와 함께하면 더 환상적이다. 약간의 기름기가 입맛을 더해준다.
세 번째는 수제만두다. 만두 전문점에서 만드는 수제만두도 포함되지만, 나에겐 직접 집에서 만드는 만두를 말한다. 주로 친할머니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만두가 여기에 속한다. 노력해서 만들었지만, 속이 너무 커 망해버린 나의 첫 만두도 여기에 속하고, 간을 너무 심심하게 한 나머지 거의 간장에 절여 먹어야 했던 엄마의 만두도 여기에 속한다. 친할머니는 명절 전 언제나 만두를 만드셨는데, 그 덕에 일 년에 두 번은 다른 만두를 먹을 수 있다. 추석 전엔 여름만두 –애호박과 부추와 숙주와 두부와 돼지고기- 설 전엔 고기만두 –돼지고기와 소고기와 김치와 두부와 숙주-. 나의 취향은 단연 여름만두다. 대낮의 바람이 홧홧하게 더워지면 나는 여름만두가 먹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 막 쪄내서 겉이 반투명하게 비치는 만두를 올리고 발사믹 식초를 찍어 먹으면 없던 입맛이 생겨나고 흐르던 땀까지 쏙 들어간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답게 나는 세 가지 만두 전부 사랑한다. 라면에 넣어도 좋고, 물 500에 고추장 반, 된장 1/4 숟갈을 풀어 애호박과 달걀을 풀어 진하게 끓인 만둣국도 좋다. 할 일도 많고 해야 하는 일도 많은 나에게 이만큼 완벽한 음식은 없다. 머지않아 가지만두나, 표고버섯만두, 목이버섯만두 등 만들고 싶은 모든 만두에 성공해서 자신 있게, ‘나는 만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만들기까지 완벽한 사람’으로 소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나의 취향이랄 것도 없이 완벽히 취향인 만두 이야기를 마친다.
💃 거추장스러운 관계 🐕
연애 관계가 거추장스럽다. 그런 사람이 결혼을 한다는 건 무리에 더 가깝다. 언어와 비언어를 통틀어 첫인사 다음 인사로 여전히 연애결혼출산육아 이야기를 듣게 된 미혼 한국인간은 이제 해당 이슈를 무시하는 단계를 넘는 중이다. 언덕을 넘으며, 그럼 대체 왜 나는 연애결혼출산육아를 모두 할 마음이 없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같이 고민한다. 일단 소거법을 써서 출산육아는 할 마음이 없다. 최소 20여년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각오해야 하는 점이 싫다. 내 심신의 고통을 운에 맡겨야 한다는 점도 불유쾌하다. 다음으로는 출산육아가 온전히 나만의 사명으로 부여되며 전 과정에서 책무를 함께 지는 파트너가 없다는 점이 싫다. 배우자가 있어도 출산 당사자가 아니면 그저 도와주는 존재이며 내가 그 도움에 감사해야 하는 유일한 당사자가 될 거라고 가정되는 관계와 미래도 싫다. 그런데 말예요 싫어하는 걸 나열하다보니 이유만 나열하다가 논문 쓸 것 같은 지금 이 순간. 출산육아가 싫은 이유만 가지고 티타임을 가지고 싶은 기분. 우아하게 다리 밑에 돗자리 깔고 와인 한 잔 함께 해요.
연애는 다소, 번거롭다. 최근 여유롭게 유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1에 수렴하기 때문에 더더욱 시작 조차 번거롭다. 박막례와 윤복희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열린문 지망생이지만 여전히 연애 상대가 되면 개폐식 모델처럼 여닫기를 시종 반복한다. 그런 관계 속에서는 종종 생각한다. 아, 이 시간에 영화를 봤더라면, 이 시간에 드라마를 봤더라면, 이 시간에 책을 읽었더라면, 차라리 혼자서 이 동네에서 노는 거라면. 피부나 점막이 닿는 데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려면 관계가 쌓여야 하고 스킨십 방향성을 맞춰가는 과정은 새로운 언덕으로 해당 챕터에서 나는 다시 그룹 해체를 고민한다. 우리 서로의 음악을 위해 해체합시다. 이 의견을 더 노골적인 언어로 개 산책 메이트 중 한 명에게 말했다.
엄마: 그건 네가 사랑을 안 해봐서 그래. 사랑하면 달라져.
케리: (엥)
나는 이번 추석에 엄마에게 왜 졸혼 안 하냐고 여쭤보았고 며칠 전에는 아빠에게 우리 가족은 각자 문제가 있어서 상담이 필요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부모님은 서로 사랑했다. 아빠는 엄마에게 마법을 부렸다. 한 문장으로 엄마의 노동과 배려를 제거해버렸다. 엄마는 많은 사람들의 상상 속 ‘전업맘’으로 칠해져 버렸다. 엄마는 이제 낯선 일을 시도하거나 희노애락을 문장으로 만드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엄마는 그래서 더욱 공격적인 사람이 됐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를 사랑해서 결혼했다. 하지만 사랑은 사람으로 하여금 침묵하고 인내하고 포기하도록 만들 수는 있어도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번거롭고 비효율적인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는 모양이다. 내게 결혼이란 이런 거다. 훨씬 좋은 사례도 많고, 주변에서 계속 생성되고 있지만 나는 부모님과 비슷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렇다면 나는 엄마가 되거나 아빠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운이 없다면 나 같은 딸이나 동생 같은 아들이 생기겠지.
끔찍하고 혼란하다.
혼란해.
🐴 금주는 휴재합니다
작가님 건강상의 이유로 금주는 쉬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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