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분주주간

💃🐕 멋장이미식가 Kelly 🐴 안다정보스 동호수와집 🍷 게으른개미 비언어 🤎 그리고 당신, 구독자

💃불안의 작열🐕 

  사무실에 아미들이 있다. 무언가를 사랑하기 시작하면 늘 그렇듯 아미도 우리에게 BTS를 영업하고 있다. 여러 노래를 들었고, 이제 종종 노래 한 곡이 머리를 맴돈다. “불타오르네, FIRE~ER~ER~ER.” 인생은 끊임없이 불타오른다. 희노애락 그 이상의 감정과 사건과 충돌 등 모든 것이 작열한다. 신점을 보러 가면 신기할 정도로 그 시기, 그 즈음에 가장 고민하고 불안해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길게 이야기한다. 사람이 느끼는 그 시기의 감정, 그 불안을 감지하는 능력이란 무엇일까. 너무나도 강하게 티가 나는 걸까. 개가 냄새를 맡는 것처럼 특정한 향이 감지되는 걸까.

  오늘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대학생 때부터 알던 연상의 사람이었다. 스스로를 잘 믿지 못하는 내게 늘 잘하고 있다고, 본래 강한 사람이라고 단호하게 확언하는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뭘 하면 좋을지 제안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오늘 요즘 어떻냐는 질문에 뭐가 힘들고 가장 스트레스 받고 있는지 술술 이야기가 나왔다. 상대가 하는 대답은 내 생각과 다른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지만 그 대화를 하다 보면 오히려 다시 인식하게 된다. 내가 생각했던 것은 내 추측에 불과하고 현실과 다를 가능성이 있다. 내가 이야기한 사람의 긍정적인 면, 장점을 다시 발견한다. 내가 해야 하는 행동과 있었던 일과 생각 안에서도 특히 내가 불안해하고 있는 부분을 연결해서 찾아 낸다. 작열하는 불꽃 안에서는 장작과 고구마와 노트가 함께 타고 있어도 쉽게 알 수 없다. 내 불안도 그렇다.

  며칠 전 정재승 박사는 강연 중 후회는 고등 지식 활동이라고 말했다. 그 프로를 본 친구는 고등 생물이라 내가 이렇게 후회하고 불안을 느끼는 거라고 말했다. 색색으로 타오르는 불안 속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내가 해온 일과 하는 일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운동. 예전에는 요가를 하면 동작 마다 집중할 수 있었지만 이제 요가를 하면 괴로운 생각이 많이 떠오른다. 후회, 걱정, 불안, 미움, 앞으로 해야 할 일, 하지 못한 일. 그러니 요가를 계속 하더라도 수영이나 러닝. 연애, 결혼, 종교도 좋은 방법이지만 내가 강아지를 보듯 상대를 보지 못한다면 힘든 일이므로.

  사실 만사를 내가 강아지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면 내 인생의 크고 작은 이슈들은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평화로운 방식으로 내게 스며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게 못 하니까 여전히 나는 불안이라는 캠프파이어의 중심에서 타오르고 있다. 강아지가 없었다면 이미 재만 남기고 타버렸을 지도 몰라. 역시 가장 사랑합니다, 강아지.

🐴 금주는 휴재합니다

  작가님의 일신상의 이유로 금주는 쉬어갑니다 :)

🍷 지금은 잠깐 멈춘 취향

  바야흐로 날 좋은 가을이 되었다. 겨울과 여름을 오가던 날씨가 아니라 완연한 가을이다. 바람이 강하지 않고, 하늘이 푸르다. 빨간 단풍과 노란 낙엽과 파란 하늘의 극단적 색감.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쌀쌀하지만 조금만 돌아다녀도 금세 체온이 올라 더워지는 날씨. 어디로 떠나기 아주 좋은 날씨다. 코로나만 아니면 제주도로. 혹은 경주나 전주로.

  여행은 나의 가장 아름다운 목표다. 변질하는 법도 없고 왜곡되는 법도 없다. 여행을 목표로 산다는 건 나를 유동적인 사람으로 만드는데, 일을 목표로 한다면 회사에, 관계를 목표로 한다면 모든 사람의 곁에 매여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더더욱 그렇다. 일 년에 두세 번은 어디론가 가야지. 큰 여행은 격년으로 가고, 작고 소소한 여행을 빼놓지 않고 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어디론가 떠날 준비가 된 셈이다.

  흔히들 MBTI를 얘기할 때 여행 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당신은 여행을 떠날 때 계획을 세우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발길을 돌리나요? 나는 그 질문 사이에서 서성이며 대답한다. 즉흥적으로 떠날 계획을 하는 사람은 어디로 들어가야 하나요? 그것 또한 어떤 식으로의 계획으로 여겨주나요?

  나는 어디론가 떠나고자 결정이 되면, 우선 그 지역에 관한 콘텐츠를 살펴본다. 종종 그 순서는 반대가 되기도 한다. 무언가를 읽거나 영화를 보다 문득, 저기를 가봐야겠다, 싶어지는 순간이 그렇다. 어쨌든 시작점은 콘텐츠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왕가위의 영화를 보곤 홍콩행을 계획한다든지, 헤밍웨이를 읽으며 쿠바를 동경한다든지.

  그 다음은 끊임없는 검색과 탐색의 차례다. 여행지를 정하고, 실제로 일정이 정해지거나 시간이 나기 전까지 끝없이 검색을 해보고, 책을 보고, 여행 책자를 모은다. 검색 키워드는 보통 이렇다. 일정, 예산, 기념품, 특산물, 커피, 맛집, 예약, *월 여행지의 기온. 다른 것들은 기본 지식으로 알아두는 것이지만, 예약만은 다르다. 무언가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덕에 가려는 곳에 예약해야 하는 게 있으면 꼭 빼놓지 않는다. 예를 들면, 태국의 요리 교실처럼.

  그런 식으로 오랜 시간을 들여 자잘한 정보를 모은 다음은 일정을 정한다. 여기에서 계획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모습이 나타난다. 가려는 굵직한 목표를 정하고, 그 주변으로 가볼 법한 후보들을 표시해놓는다. 예약이 필요한 곳들은 예약하겠지만, 대부분은 그냥 근처에서 가기 좋은 가게나 식당, 카페 등이다. 여기까지 하고 나면 모든 준비는 끝난다. 나머지는 가벼운 짐 하나, 무거운 캐리어 하나. 다니면서 그날의 기온이나 나 자신의 컨디션에 맞춰 일정을 조정해도 처음 계획했던 여행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가려던 곳들을 전부 가고, 들어가는 곳들엔 실패가 없다.

  물론 염두에 둔 곳들 이외의 장소를 갈 때도 많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내 의지대로가 아니겠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에는 자율성이 높으니까. 숙소의 주인분이나 책을 읽던 카페 사장님에게 추천받는 장소를 떠나는 일은 모험의 일정 같아 마음이 즐겁다. 현지인만 아는 음식점을 간다든가 생판 모르던 일행을 만나는 것도 여행의 의외성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행지에서의 만남은 길게 가지 않지만.

  여행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곳의 공기. 그날의 기온. 음식들. 그 여행에서 읽은 책 한 권. 그 모든 것들이 여행의 책갈피가 되어 남는다. 아무리 위드코로나라지만 아직 선뜻 길 나서기가 엄두 나진 않으니 나중의 이야기겠지만. 언젠가.

✒ 이달의 편집자 🍷

노리밋에서는 두 명이 일주일에 한 번 한 주를 살며 경험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구독자님, 다음 주에도 같이 놀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