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멋장이미식가 Kelly, 👌 그럴 수 있다 ㅇㅋ, 🌎 미라클 지구,
🤎 그리고당신, 구독자
👌_당신이 하세요
간섭받는 걸 싫어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확인받는 것도 싫다.
아래와 같은 확인은 괜찮다.
“그 음식점 맛있었어?”
“영화 재밌어?”
그러나 아래와 같은 확인은 오른쪽 예로 바꾸어 말해주길 권한다.
“고기를 너무 여러번 뒤집는 거 아냐?” -> “내가 구워도 돼?”
“집에 문 잘 잠그고 나왔니?” -> 본인이 집으로 돌아가 문이 잘 잠겼는지 확인하고 올 것이 아니라면 묻지 않기
“고양이 밥 줄 때, 밥그릇 잘 씻어서 줬니? -> 나는 내 고양이를 사랑하고 이미 한 번 저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을 했으므로 다신 묻지 않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물으면 내게 모욕을 주기 위한 것으로 간주하고 화를 낼 것이다.
“A라는 일은 어쩌구 저쩌구 해서 B가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할까?” ->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내 상사인 경우 나는 속으로 XX을 외치며 다물고 있겠지만, 상사가 아닌 경우라면 닥치고만 있지 않을 테니 원하는 게 있다면 시키지 말고 직접 하자.
정리해서 말하자면 나는 그 일 자체를 하기 싫은 게 아니다.
그냥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하기가 싫다.
제발 어련히 알아서 잘 했을 거라 생각해 달라.
그리고 그 어련히 알아서가 본인이 원하는 방식과 다를 경우엔 직접 해달라.
내 방식을 바꾸길 요청하면 난 보통 들어주지 않고 짜증부터 낼 것이다.
이렇게 상대가 원하는 대로 바꾸는 일은 조금도 싫으니 난 결혼은 글렀다. 상대를 위해서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괜찮다 안 할 거니까.
🌎_SEE YOU NEXT NIGHT
💃🏻🐆_나의 예민함
나는 정말 몰랐다. 내가 예민한 사람일 줄이야. 나는 평생 집에서 둔탱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다혈질이지만 대부분 시간의 흐름대로 넘어가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자라났다. 하지만 한 사람이 나를 예민하다고 평한 뒤부터 하나씩 내가 가진 예민함과 마주치기 시작했다. 나는 매 순간 완두콩이 숨겨진 침대에서 자고 있는 공주였다. 예민한 성미를 깨닫게 된 계기가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결혼정보회사에서 만난 데이트 상대의 평가였다. 스몰 토크 중 서로의 첫인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였다. 사진을 봤을 때부터 예민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만난 뒤에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그 사람은 시종 담담했다. 그 회사가 굉장히 애매한 포지션이었어서 그런지 결국 그 사람하고도 애매해졌다. 나는 그때 지금보다도 더 성급히 모든 관계를 정의내리고 싶어했고 그 사람은 당시에 처해있는 현실 속에서 있는 에너지 없는 에너지를 일부러 끌어올려 나를 만날 정도의 호감이나 호기심은 없었다. 연애도 결혼도 썸도 아닌 애매한 시간 속에서 서로 애먼 노력만 하다가 정리됐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시원하게 잘 끝났다. 그때 따릉이를 타는 재미도 배우고 내가 어떻게 비춰지는 지도 알 수 있었다.
나는 산만한 사람이라 길을 가다보면 많은 게 보인다. 농협 앞에 피어있는 장미는 해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서 꽃잎색이 바랐고 오늘은 낮달이 보이지만 어제는 안 보였다. 어제 만난 레오는 활기찼고 오늘 만난 레오는 점잖다. 봄과 겨울 사이 부는 바람과 봄에 부는 바람은 농도가 다르다. 소개팅을 할 때 보이는 몸짓과 연인의 몸짓은 다르고 생판 남의 순간적인 감정들은 햇볕처럼 문득 문득 드러난다. 그래서 연애할 때도 나는 늘 미모사가 된다. 열려있는 듯 보이다가도 살짝 건드리면 재빠르게 닫아버리는 뾰족한 잎파리.
미모사인 완두콩 공주다 보니 일을 할 때도 그룹 프로젝트를 할 때도 친구 관계에서도 나는 늘 내 안의 푸쉬맨을 격려한다. 지하철 안으로 사람들이 구겨지도록 밀어 넣는 푸쉬맨을 내 마음에 모시고 산다. 20대의 나아가지 못하는 나를 출발하는 열차 안으로 밀어버린다. 일단 하자의 마음이 되도록 내가 나를 던진다. 하지만 연애할 때는 유난스럽게 숨어버린다. 마치, 방어에만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 핸드폰으로 모든 총알을 막아버리는 그런 느낌. 연애에 돌입하기 전에는 그래도 그 관계의 끝을 생각하며 말해, 임마, 말! 해! 라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연애가 시작되면 나는 언어를 잃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너무나도 못난 사람이라 입을 벌리는 순간 보석이 쏟아져 나오는 주인공이 아닌 벌레가 쏟아져 나오는 악한 언니에 가깝다. 나의 예민함은 내 외부로도 향하지만 내 내부로도 향한다. 나의 예민함은 늘 양날의 검이다.
세상의 레이어는 두텁고 나는 얕아서 나의 예민함은 늘 나를 베는 데 초점이 있다. 예민함을 정확히 사용하기 위하여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해도 건강검진을 해도 언제나 힘 빼라는 말만 5조9억번 듣고 있다. 그건 항상 정답이라 40대가 되기 전에 몸에 익히기만을 바라느라 오답노트 또한 5조5억권쯤 된다. 포기하지 않고 반복하는 시간 속에서 지푸라기에서도 잘 수 있는 완두콩 공주가 되기를, 타인과 나누는 스몰토크 속에서 편안해지는 시간이 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오답노트를 쓴다.
✒ 이달의 편집자 💃🏻🐆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