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멋장이미식가 Kelly, 👌 그럴 수 있다 ㅇㅋ, 🌎 미라클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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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공터
생존 수단으로서의 친화력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개와 여우, 보노보에 대한 파트까지 느긋하게 읽어왔다. 그리고 섹션마다 동족 혐오가 찾아오는 동시에 인간은 잘못된 친화력 발휘를 강요 받았던 시간이 반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졌다. 사회적인 기준에 의거하여 정해진 서열에 따라 분위기를 읽고 눈치를 보고 맞춰줘야만 하는 사회성(이라 불리지만 친화력, 붙임성으로 쓰이는 사회적 강요). 회사에서 받는 인간관계 스트레스에 대해서 술술 이야기할 생각이었지만 의식은 가족으로 빠진다.
가족과 사는 건 늘 감사한 일들로 가득하다. 금전적인 절약, 시간 절약, 보안 면에서의 에너지 절약, 그리고 강아지와 함께 할 수 있는 삶. 마주하지 않을 때면 감사한 마음으로 항상 가득하다. 마주하게 되면 왜 이 사람의 상식과 나의 상식은 이리도 다른 지, 왜 같은 말을 해도 서로 전혀 통하지 않는 지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금방 대화를 그만둔다. 상식이 다른 건 당연하지만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이해하지 않으려는 건 나도 마찬가지임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문단이 끝나가면서 바로 알아차렸다. 서열에 근거한 사회성에 대한 분명한 경멸도 분명 이 글을 시작한 이유지만 내게 부족한 친화력에 대한 고통이 결국 근원에 있다는 걸. 개와 여우의 경우 친화력은 눈빛, 감정 등의 교감을 통한 소통으로 대표된다. 보노보의 경우는 조금 더 극적이다. 다른 동물들과 교감하는 걸 선호할 뿐 아니라 낯선 생물과의 만남에도 열려 있다. 같은 종, 다른 종을 가리지 않고 협력하고 서로 돕는 걸 기뻐한다. 가축화된 동물들은 일단 털색이 변한다던데 나는 아직 털색이 채 변하지 못한 여우인 걸까. 나는 시종 등에 털을 바짝 세우고 있는 주황색 여우다. 상대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데 못 하는 걸까, 그 노력을 하는 시늉만 하는 걸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빈 공간이 없는 걸까. 일제강점기 이상에게 없던 공터는 내게도 없다.
👌_SEE YOU NEXT WEEK
🌎_냄새
이전에 향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꽤나 가치를 둔 소비였던 듯 말을 늘어놨지만 사실은 30ml짜리 여름향수 한 병을 10년째 쓰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은 솔직하게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왜 내가 가진 물건들은 다 오래되었는가? 하는 식으로만 말했을뿐. 최근 잔향이 꽤 짙게 오래가는 향수를 하나 새로 들였는데(물론 사용기한까지 다 쓸 자신이 없기에 10ml짜리 여행용 사이즈로) 이걸 좋아라하며 써보니 다시금 알겠더라. 난 향수 쓸 일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사람 만나는 일이 잦은 것도 아니고 매 외출마다 향수를 뿌리지도 않는다. 어쩌다 뿌린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내가 좋자고 뿌리는 거니까 나만 맡을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목덜미에만 한 두번 스프레이한다. 게다가 나는 냄새를 잘 맡는 편이다. 성장기 내내 심한 비염으로 고생하며 코로 숨을 쉬어본 기억이 거의 없는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코 안 막혀있는 남들보다 냄새는 항상 잘 맡은 것 같다. 급식 야채튀김 나오나봐, 이 집은 오늘 저녁 카레인가봐, 요 앞에 목욕탕 있나 보다, 근처에 장미가 피었나봐…. 인터넷에 보면 다들 조 말론 코롱 지속력이 거지라던데 왜 나는 한번 뿌리면 그 날 입은 옷에 며칠이고 진하게 남아있어서 빨래감으로 재빨리 치워버리고 있는 것인지. 오 드 뜨왈렛 정도면 진짜, 진짜 오래 간다. 여행가는 것도 아니고 한나절 외출에 향수병을 가방 안에 통째로 들고 다니면서 덧뿌린다고요? 왜요? 밥 안 먹나요? 그 정도면 음식 먹을 때 입안에서 향이 섞이지 않나요? 설마 사람들이 세탁기 돌릴 때 섬유유연제를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다는 내 느낌의 원인이 이거? 백화점 푸드코트 음식에선 소독제 풍미가 나서 위생을 믿을만하고 다른 향기 제품과 달리 탈취기능이 있는 패브릭 스프레이, 룸 스프레이 류에는 특유의 공허한 끝내음이 있어서 향기만을 즐기기엔 좀 꺼림칙한 느낌이 있고 배달시켜먹는 짜장면 맛의 4할은 일회용 나무젓가락의 맛이라고 다들 생각 안하고 사는 걸까. 어떤가요. 그런가요?
✒ 이달의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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