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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새로운 시작
23년 2월 4일은 입춘이에요. 입춘은 정월의 첫 번째 절기이고 24절기 중 첫 번째입니다. 봄을 알리는 날이기 때문에 신년으로 여기기도 해요. 1월의 신정과 구정을 지나 우리는 새로운 신년을 함께 하고 있는 셈입니다. 입춘을 기점으로 해가 바뀐다고 보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묵은 해의 액을 떠나 보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하여 입춘축(입춘첩, 입춘방 등)을 써서 문이나 기둥에 부착하였어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매해 겨울이 끝날 즈음이면 미세먼지가 요동을 치고 그때쯤 되면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라고 붙은 새하얀 직사각형의 한지를 만나곤 합니다. 추사 김정희가 명필이 될 거라고 예언 받게 된 계기가 7세에 대문에 써 붙인 ‘입춘대길 건양다경’ 때문이라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입춘첩 부착은 오래된 일이라고 해요.
춘첩은 고려시대 김부식이 쓴 내전(<<동문선>>)에 최초로 등장합니다. 궁에선 설날에 문신들이 지어 올린 신년축시 중에 잘된 것을 골라 대궐의 기둥과 난간에 써 붙였고 일만 민가와 상점에서도 이 풍속을 따라 새봄을 송축하였다고 해요. 조선시대에 봄을 축하하는 시를 짓고 서로 선물로 주고받아 입춘이 되면 대문에 부착하면서 추사 김정희의 일화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시를 지을 자신도 없고 시를 자주 읽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온라인 쇼핑을 합니다. 입춘대길(立春大吉)은 ‘입춘을 맞이하여 크게 길하게 한다’는 뜻, 건양다경(건양다경(建陽多慶)은 ‘밝은 기운을 받아들이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기원한다’는 뜻, 국태민안(國泰民安)은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다’는 뜻, 개문백복래(開門白福來)는 ‘문을 여니 만복이 들어온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1,000원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올해 구매해봤자 내년에 붙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는데요. 입춘축은 ‘태양의 황도가 450도에 이르러 입춘점을 지나는 시각에 붙이’는 거라고 해요. 심지어 입춘절은 ‘북두칠정 제 6,7 무곡파군성이 새벽녘에 동동북간방을 가리키는 2월 4~11일 무렵’으로 구분한다고 합니다. 제가 찾은 입춘대길만사형통부를 대신 공유해요. 우리 세 번째 신년을 맞았다는 걸로 올해는 만족해보아요.
우리는 신정에 한 번, 구정에 한 번 새해 다짐을 다잡았지요. 이제 세 번째 새로운 시작입니다. 숫자 3은 두 번째 소수이자 종교적으로는 완전수, 결혼수라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많은 규칙이 세 가지로 완성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기회도 세 번째까지 주어지곤 합니다. 만약 새해에 다짐한 뒤로 아직 시작하지 못 했거나, 잠시 끊겼다면, 마침 오늘이 완벽한 신정입니다. ‘북두칠성 제 6,7 무곡파군성이 새벽녘에 동동북간방을 가리키는’ 그런 아름다운 새로운 날이에요.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입춘축, 한국세시풍속사전
네이버 지식백과, 입춘방, 조전환 저, <<한옥 전통에서 현대로>>, 2008
네이버 지식백과, 입춘축, 한국세시풍속사저
네이버 지식백과, 입춘대길만사형통부, 한국콘텐츠진흥원 저,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
🌎_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어
그나마 매일 1번은 확인하는 SNS가 트위터인데(카카오톡은 그저 연락수단이고 인스타그램은 매일 보긴 힘들다), 1월 4일 슬램덩크의 새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국내 개봉한 후로 트위터 타임라인에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슬램덩크 이야기가 오르내리고 있다. 처음에는 1990년대에 현재진행형으로 슬램덩크를 좋아했던 사람들의 추억담이나 새 영화의 연출력에 대한 감탄이 주를 이뤘다면 개봉 5주차인 지금은 만화 원작을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됐거나 이번에 영화로 인해 새로 보게 된 사람들의 감상, 새 영화의 내용과 관련된 작품의 새로운 독해, 캐릭터에 반한 사람들이 올리는 2차 창작이 홍수를 이룬 모습. 영화 개봉 시기에만 쏠리는 잠깐의 관심이 아니라 더 장기화된 열풍의 조짐이다. 사실 나도 자막으로 한번, 더빙으로 한번 해서 두번 보고 왔다. 90년대부터 2000년대에 걸쳐 대량으로 공급되던 TV 방영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란 팬이라면 우리말 더빙을 놓칠 수 없지. 지금 열풍 속에 있는 사람들처럼 작품 속 세상에 머리끝까지 푹 담글 시간도 기력도 없지만 '옛날에 이미 봐둬서 기억에 흐릿하게나마 남아있기 때문에 남들이 하는 얘기를 이해하기 위해 지금 다시 시간을 들일 필요없는' 작품 얘기란 잠깐잠깐 흘깃 구경하며 재밌어하기 딱 좋은 것이다. 그래서 요즘 트위터 들어가는 게 재밌다. 작년까진 거의 관심있는 분야의 칙칙한 사회 뉴스같은 걸 주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뭔가를 오래 들여다보고 있을 기력이 없을 때, 그것과 관련된 노래를 즐기는 일이 많다. 이동 중에나 다른 일을 하면서 귀로 노래는 듣고 있을 수 있으니까. 슬램덩크라는 주제가 1월 초에 처음 뇌리에 박혔을 때부터 SBS 슬램덩크 주제가 너에게로 가는 길(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너에게 가고 있어~), 그 유명한 BAAD의 君が好きだと叫びたい(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는 물론 오오구로 마키의 あなただけ見つめてる(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어), ZARD의 マイ フレンド(마이 프렌드 My Friend) 같은 노래도 듣고 있다. 사실 여기서 시작해서 90년대 J-POP과 가요를 엄청 듣고 있는데 거기까지는 오늘의 화제는 아니고.
이 중에서 오오구로 마키의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어'에 대해 (어쩌다보니) 많은 생각을 했다. 파워풀하고 신나는 여성 보컬 노래인데 가사도 파워풀하고 사랑의 힘으로 약간 돌아있다는 내용이다. 곡의 유튜브 공식 음원과 내가 대충 번역한 가사를 아래 지원한다.
슬램덩크 TV애니메이션 초반의 엔딩송인데 빨간 머리 빨간 농구 유니폼으로 덩크를 넣는 주인공 강백호 일러스트를 배경에 "가라 꿈 없는 여자!" 라고 외치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진짜 이게 뭔가 싶다. 하지만 속을 살펴보면 사실 같은 결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놀러 다니기 좋아하고 언행이 가볍던 여자가 남자 하나 때문에 인간관계와 생활습관을 다 바꾸고 조신한 하우스와이프를 꿈꾸게 된다는 노래나 키 크고 체력 좋고 운동신경 좋은 불량학생 강백호가 같은 학교 여학생 채소연에게 반해서 오직 소연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 건전하고 성실한 학교 농구부에 들어온다는 만화나 인물들의 성별만 다르지 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는 거다. (물론 그거랑 그거를 양팔저울 이쪽 저쪽에 올려놨을 때 평형을 이룰 수 있다고 진짜로 믿는 이가 있다면 그자의 지혜를 의심하겠지만.) 애니메이션도 노래 발매도 1993년의 일이고. 어떻게 보면 이 노래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충분히 가시화된 시기에 구시대적 여성상으로의 회귀를 바라는 대중의 치사한 속내를 적절히 잘 건드린 대중문화 상품이었을 거다.
노래 마지막 부분의 "가라 꿈 꾸는 꿈 없는 여자(行け 夢見る 夢無し女)" 부분 박자와 음정이 정확히 어떻게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유케 유메미루 유메나시온나? 진짜 이걸 다 발음하고 있는 건가?) 라이브 영상도 찾아봤다. 이럴 때는 가수가 직접 부르는 라이브 영상을 보면 부르는 법을 알겠던 적이 많았기 때문에. 그랬더니, 아이고. 영상 아래에 "세상 여자들은 이 노래 가사같은 태도를 배워야 한다. 요즘은 기센 여자들밖에 없어서 질린다." 라는 일본어 댓글(꽤 최근)이…. 이런 머저리 남자가 왜 없나 했다. 멀쩡한 여자가 '나 자신을 저 사람의 이상형에 가깝게 개조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는 절대 이닌 주제에 맨날 여자들한테 공짜로 어쩌구저쩌구 해달라니 대체 저딴 물건을 어디다 쓸꼬. 언제나 공들여 만들어낸 가상의 것보다 현실에 그냥 존재하는 것들이 더하다.
+참고로 위에 번역한 가사 중에 '대하기 힘들던 spicy your mama' 부분이 잘 이해가 안되어 검색해보니(난 사실 맛 없어서 싫어하던 spicy your mama라는 음료수? 과자?를 지금은 티 타임에 즐겨먹는다는 뜻인가 했다.) 이 노래는 가수 오오구로 마키가 실제 자신의 친구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가사로 만든 것이고, 그 친구는 이렇게 열정을 다해 손에 넣은 남자와 결국 이혼했다는 후일담…까지 알게 되었다. 내가 볼 때 그렇게까지 한가지를 위해 혼신을 다할 수 있다는 건 매우 자기 주장이 강하고 정열적인 사람이라는 증거다. 하나부터 열까지 타인에게 맞춘다고 해도 그건 그 사람이 '이번에는' 그런 컨셉을 잡은 것뿐이고,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강렬한 본성은 불변하는 거지…. 모델이 된 실제 인물이 노래 속의 "당신"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지 않았다해도 전혀 놀랍지 않았다는 말.
✒ 이달의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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