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5, 안녕, 세계

💃🏻🐆 멋장이미식가 Kelly, 🌎 미라클 지구,

🤎 그리고 당신, 구독자

💃🏻🐆_달리는 시간 속 나와 내 동료들

Chat GPT에 대한 기사와 칼럼이 넘쳐날 뿐 아니라 직군, 직무와 무관하게 많은 사람들이 Chat GPT에게 질문을 던지고 Chat GPT는 실제로 잘 정리된 지식을 시간과 장소, 감정의 구애 없이 나누어 주고 있는 나날입니다. Chat GPT의 라이벌인 BING이 빠르게 등장하면서 오히려 둘의 장단점과 차이점이 드러나며 어느 상황에서 어떤 AI에게 물어볼지, 어떤 부분에서 사용자의 주의가 필요한지를 경험자들도 즐겁게 공유하고 있는 매일입니다.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의적인 작업물의 생산을 AI가 훌륭히 해낸다는 인식을 달리와 같은 AI가 와장창 부숴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훌륭한 결과물을 단시간 안에 산출하는 AI, 입력된 동작을 망가지기 전까지 완수하는 로봇 등의 등장이 한 단계씩, 한 영역씩 실제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 있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비중이 역전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로알드 달 소설 원작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보면 찰리의 아버지가 실직한 이유는 공장에 로봇이 들어와서입니다. 실제로 현재 몇몇 가게에서는 로봇 서버, 로봇 바리스타 등이 운영 중이기도 하지요. 올해 초 한 광고 회사에서는 인턴 두 자리를 AI에게 제공하기도 했어요. 각 나라별로 활동 중인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계속 탄생 중이고 AI 버추얼 아이돌 소녀리버스, 나이비스, 플레이브, 메이브 등도 속속 데뷔 중입니다. 내가 속한 범주든 아니든 점점 더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 앞에서 불안을 느끼는 순간도 즐겁고 경이로운 순간도 모두 존재합니다.

지식 2배 증가 곡선(Knowledge Doubling Curve)이라는 연구를 들어보셨을 거예요. 미래학자인 버크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는 인류의 지식 총량이 증가하는 속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지식의 총량이 얼마나 빨리 증가할지에 대해 예측했어요. 인류의 지식 총량은 100년을 주기로 2배씩 증가해왔지만 1900년을 기점으로 25년 주기로 짧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점점 더 빨라지기 마련, 2030년이 되면 지식의 총량은 3일을 주기로 2배씩 증가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관련 전문가들은 12시간까지도 주기가 짧아질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결국 인간은, 더 구체적으로 나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는 무엇인지, 내 존재와 가치, 정체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요?

지난달에 트레바리에 가입했어요. 4개월씩 나누어서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 가능하지만, 주머니가 작아 간도 작은 제게는 비싼 금액을 냈지요. 이번에 첫 모임에 다녀왔어요. 첫 도서인 <마인드셋>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마인드셋>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마인드셋을 두 가지로 구분해 둘의 차이점과 장단점, 성장 마인드셋을 내 것으로 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에요.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으로 나누어지는데, 실제로는 더 넓고 깊고 사람마다 다른 실행 방법을 찾아가게 되는 엄청 좋은 연구지만, 위 이야기와 연결해서만 볼 때 저는, 성장 마인드셋을 이렇게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나의 강점을 가지고 있듯 타인은 그만의 강점을 가지고 있어요.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진 우리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며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려는 사고방식. 생물이 서로에게 보여주는 다정함이 훌륭한 생존 전략이라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연구 결과처럼 함께.

그래서 2023년에 제가 생각하는 저의 가치는, 인간으로서의 가치는 데이터와 지식의 총량으로는 터무니없는 생물이지만, 상호 교류하면서 서로가 예상치 못했던 시행착오를 겪고 시너지를 내는 거예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찰리의 아버지가 로봇 수리 담당자로 다시 공장에 취업했듯이 지금은 저를 보완해주는 기능으로서의 AI와 로봇이, 시간이 더 흐르면서 나와 다른 강점을 가진 존재가 되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동료가 됩니다. 헬로우, 프렌드.

🌎_어느날 빌딩을 들어서며

왜 사소한 일로 노여워질까?

큰 빌딩에 들어가는데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컵을 하나씩 든 한 무리의 젊은 직장인들이 막 자동 회전문에 들어간 내 뒤에 따라 붙었다. 회전문 한 칸의 공간이 넓지만 2인 이상 들어가지 말고 서두르지 말라고 분명히 써붙어있는데 매일 그 빌딩에 드나들 것 같은 사람들이 그걸 모르나 보다. 급히 뛰어든 탓에 회전문이 멈추자 또 당황한 기색은 보인다. 다시 돌아가는 듯하던 회전문이 또 멈추자 그들을 피하기 위해 앞으로 반 발짝 내딛었던 나에게 한 명이 말한다. "그게 닿아서 그런게..." 내 손에 들고 있는 가방이 회전문에 닿아서 멈춘 게 아니냐는 거다. 그렇게 회전문 이용법과 멈추는 이유를 잘 아는데 왜 2인 이상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문은 무시했는지 모르겠다. 말미를 제대로 잇지않는 말투는 개인적으로 질색이다. 존대인지 반말인지, 질문인지 통보인지도 알 수가 없다. 아마 말을 하고있는 본인도 잘 알지 못하니까 저렇게 말하는 것이겠지. 자동 회전문 뒤칸에 서너 명이 뛰어든 자기 일행들 때문에 멈췄다는 생각은 조금도 안하는 것 같았다. 문이 돌아가기를 2초만 기다렸다가 다음 칸에 들어갔으면 될 걸 굳이 먼저 잘 들어가고 있던 앞사람(나)을 5초 이상 지연시켰다는 생각 역시. 결국 한 마디가 내 번잡한 마음을 비집고 튀어나온다. "이것들 왜 내 탓을 하지?" 사실 나는 그 건물에 발을 딛는 일이 5초나 10초 늦어지더라도 전혀 상관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걸 둘러싼 사람의 말, 순전히 그것 때문에 기분이 상한다. 나와 내가 하려던 일과 시간 사이의 일이 아니라, 나와 타인 사이의 일. 오직 그것만이.

집을 나서 인파 속에 부대끼다 생판 남인 사람에게 화를 내는 일은 그 밖에도 많이 있다. 제일 많은 것은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워대서 내가 그 연기를 피해 지나갈 수 없게 하는 자들이고, 불필요하게 가깝게 붙어서서 퍼스널 스페이스를 침범하거나 오랜 팬데믹 체재로 익숙해진 거리두기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마음의 안정을 위협하는 사람들이 있겠다. 이런 행동을 하는 타인으로 인해 기분이 나빴다고 하면 나의 다정한 친구들은 그 사람들이 잘못한 거고 네 기분이 상할만 했다고 해주지만, 직접 그 일을 겪고 감정을 일으킨 나의 관점은 또 조금 다르다. 어쩌면 나는 나 자신의 분노를 정당화하기 위해 합의된 규범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동물 친화적이지 않은 도시환경에서 애완용으로 개량된 고양이들이 가출하거나 유기되어 나름의 생태계를 이루어 고달픈 삶을 산다. 어떤 자들은 이 고양이들을 가엽게 여기고 귀엽게 보는 것은 위선적이고 구역질나는 행동이라고 주장하며 고양이를 과도하게 증오하며 핍박하려 한다. 약자인 동물을 대상으로 왜곡된 폭력성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것으로만 보이지만 실제로 여러 건의 동물 학대 범죄는 일어났다. 이런 사건의 정황을 알아보고 있으면, 가해자들은 사람들 사이에 반려동물로 인기가 높은 고양이뿐만 아니라 유기된 집오리나 집토끼, 야생동물인 철새까지도 일종의 폭력 행사 컨텐츠만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재산권을 주장하는 주인도 없고 인간도 아니니 얼마든지 괴롭히거나 죽이는 것이 가능한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기준이 그렇게 잡힌 상태라면 누가 동물을 좀 죽였다고 형사 처벌하라고 주장하는 여론은 말도 안되는 소란이며 부당한 끼어들기일 것이다. 내가 강제로 마시는 남의 담배연기 마냥 싫기만한 존재일 테고.

내 기준에 옳지 못한 것이 나의 고요를, 나의 사적 간격을, 나의 이익을 침범했을 때는 어떤 응징이라도 당해야만 한다고 여기는 것, 이것이 내 세대의 시대정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타인이 풍긴 악취에 나의 감각이 흐트러질 때, 타인이 휘두른 몸짓에 나의 안정이 흐트러질 때, 타인이 자신의 잘못을 나에게 떠넘겨 나의 정당성이 흐트러질 때 쉽게 노여워하는 이유이자, 그렇게 노여워하는 자신을 이렇게나 용서하지 못하고 가볍게 놓아주지 못하는 이유도 그것이겠지.

✒ 이달의 편집자 🌎

노리밋에서는 두 명이 일주일에 한 번 한 주를 살며 경험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구독자님, 다음 주에도 같이 놀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