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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개화하는타이밍
겨울 니트를 입으면 1인 사우나가 개장되는 시기가 왔어요. 옷이 얇아질수록 꽃이 피고 녹음이 짙어집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더 명확했지만 지금은 많이 유명무실해진 것 중에 봄꽃의 개화 순서가 있어요. 원래 개화 순서는 1월에 동백, 2월 말에 매화, 3월부터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유채꽃과 벚꽃이 차례대로 피어나고 그다음에 튤립과 철쭉으로 세계가 알록달록 물들었죠. 올해는 날이 따스해지자마자 봄꽃은 순서대로가 아니라 서로 앞다퉈 개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꽃이 온도 영향으로 피어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온도와 함께 광주기에 따라 순서대로 개화한다고 해요.
잎사귀에서 낮과 밤의 길이를 인지하면 개화를 유도하는 개화 호르몬이 개화 신호를 퍼뜨립니다. 이때 식물은 각자 다른 광주기 호르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식물들은 밤의 길이를 각각 판단하여 개화 시기를 조절한다고 해요. 이때 밤이 길어야 꽃을 피우는 식물을 단일식물, 밤이 짧아져야 꽃을 피우는 식물을 장일식물이라고 구분합니다.
봄에 피고 지는 시기가 비슷해 늘 헷갈리는 꽃나무로는 벚꽃과 매화가 있어요. 벚꽃과 매화는 같은 장미과 식물로 나무에서 피는 꽃이라는 점까지 동일하지요. 매화는 붉은색, 흰색 등 색이 다양한데 그 중 흰색 매화는 벚꽃과 무척 비슷해 늘 헷갈리죠. 꽃잎의 모양이나 수술의 형태가 다르다지만 우리가 구별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가지와 꽃의 길이입니다. 매화는 가지에 1:1로 딱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거리가 짧지만 벚꽃은 가지와 꽃의 거리가 2cm 정도로 길어서 꽃이 가지와 떨어져 바람에 흔들리곤 합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알쏭달쏭 헷갈린 과학, 벚꽃 vs. 매화)
매화는 봄꽃 개화 순서의 첫째라 그런지 눈과 서리를 뚫고 태어난다고 하여 고결한 마음, 기품, 결백, 인내같이 우아하고 점잖은 상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비 정신 그 자체로 보고 매란국죽, 사군자의 한 종류에 포함하기도 해요. 반면 벚꽃은 서양과 동양에서 다른 이야기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서양에서 벚꽃은 봄, 순결을 상징합니다. 그리스도교에서 버찌는 마리아의 성목으로 꽃은 처녀의 아름다움으로 열매는 천국의 과일로 비유됩니다. 일본에서 벚꽃은 부와 번영을 의미하는데 열매 두 개가 붙어 있으면 행운, 연인의 매혹을 상징한다고 해요. 영국에서는 버찌를 한 알씩 먹으면서 결혼할 수 있을지 여부를 물어보곤 했다고 하니 결혼, 낭만, 연애 같은 달콤함이 봄과 벚꽃 흩날리는 풍경에 담긴 건 전 세계 공통이었나 봐요.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종교학대사전, 벚꽃)
하지만 이 낭만 속에서 저는 먼지 냄새를 풍기고 개털을 날리는 올드 레이디로 카페에 앉아 있어요. 미세먼지로 인해 방 밖에 나왔다 하면 두통과 코막힘, 가래와 칼칼한 목, 시린 눈을 안고 살아야 하는 올드 레이디지만 애견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침착해지는 강아지를 보며 행복함을 느끼는 소소한 행복의 순간을 누적해가며 온도의 변화, 풍경의 변화를 즐기고 있습니다. 세상은 시간이 갈수록 깜깜하지만 밤이 길어야 피어나는 꽃이 되어갈 거예요, 우리는. 그럴수록 즐거운 순간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푹 자요, 우리.
🌎_달력(New!)
지난 목요일이 3월 23일, 세계 강아지의 날이었다. 소식을 전하며 인터넷에 강아지 사진이 범람해 소소하게 즐거웠다.
21일 화요일은 올해의 춘분이었다. 건강을 빌며 나이 수대로 떡을 먹거나 볶은 콩을 먹는 풍습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해보고 싶었으나 수포에 그쳤다. 뭔가를 해볼까 마음을 먹었다가 일과에 지치고 시간에 부대껴 단념했다. (뭔가를 계획했다가 접는 것이, 아니 적극적으로 접었다기보단 그냥 저절로 '포기되고'마는 일들이 스스로에 대한 저평가를 쌓아가게 한다. 뭔가 기대나 계획을 안할 수도 없고…) 떡이나 콩을 먹는 것은 아마 봄의 파종을 준비하면서 묵은 곡식을 점검하고 소비하려는 풍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 되면 허전한 3월 22일은 UN에서 지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는 SBS 라디오를 틀어두는데 역사와 전통의 '물은 생명이다' 캠페인이 시간마다 나와 모를 수가 없었다. 광주·전남에서는 작년부터 계속된 물 부족 현상으로 일상이 곤란한 지경이라고 하는데 걱정이다. 난 타지 사람이고 무슨 힘이 있는 것도 아니니 관심을 기울이고 매일 쓰는 아리수라도 아끼며 마음을 보태는 수밖에….
3월 25일은 스웨덴에서 시작된 와플의 날이라고 한다. 이날은 가톨릭의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로 성모 마리아가 대천사 가브리엘에게서 예수를 잉태하였다고 전달받았다는 수태고지의 기념일이다. 그러나 스웨덴에서 이날을 일컫는 'Vårfrudagen'이라는 말(영어로 하면 'Our Lady Day'-우리 귀부인, 우리의 그 여인, Madonna의 날이다.)이 'våffeldagen', 와플의 날처럼 들려서 시작된 기념일이라고 한다…. 어이없지만 약간 귀여운 것 같기도 하다.
3월 26일은 퍼플 데이(Purple Day), 뇌전증 인식 개선의 날이다. 2008년 뇌전증을 가진 캐나다의 9세 어린이 캐시디 메건이 낸 아이디어로 시작한 캠페인으로 보라색 옷을 입으며 뇌전증에 대한 해로운 오해를 타파하고 환자들이 스스로를 격려하는 기념일이다.
또 1910년 3월 26일은 일본제국의 대신이자 전 조선총독부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를 1909년 10월 26일에 암살한 안중근 의사가 사형당한 순국일이다. 안 의사의 유해는 형 집행 후 뤼순감옥의 묘지에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 발굴되지 못했다.
3월 31일은 일본의 가수, 성우, 배우인 사카모토 마아야의 생일이다. 내가 팬이라서 안다. 이 사람은 어린이 연극배우로 경력을 시작했기 때문에 생년이 정확하게 알려져 있다. 올해 생일에 43세가 된다. 누군가의 팬이라 그 사람의 생일을 떠올리고 기분이 좋아지다니, 새삼 참 재밌다.
4월 1일은 유명한 만우절이다. 교황 그레고리오 13세가 1582년 그레고리력을 제정하고 프랑스에서도 새 역법이 시행되었으나 이전 율리우스력 시절의 설인 4월 1일에 설을 쇠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었다고 한다. 대한민국도 구정 舊正을 놓지 못해 3일 연휴인 설로 되살려낸 역사가 있지 않나. 4월의 물고기라 놀림받았던 율리우스파 프랑스인들이 남 일 같지 않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그레고리력은 잘 쓰이고 있고 4월 1일은 누군가를 놀려먹는 날로 길이 남았구나. 애재라.
4월 4일은 아이돌그룹 오마이걸의 전 멤버 지호의 생일이다. 내가 팬이라서 안다…. 그룹을 나간 후 맞는 첫 생일인데 즐겁게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4월 5일은 식목일이다. 2006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는데 나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된 감이 있다. 어린 시절 내내 휴일이었으니까. 올해 식목일은 춘분 다음의 24절기인 청명이기도 하다. 원래 청명, 한식, 식목일은 같이 다니지. 청명도 한식에 묻혀서 혼자서는 존재감이 없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다.
4월 6일 한식은 동지절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 봄, 농업 일정의 시작이라는 느낌이 있다. 한식은 설, 단오, 추석과 함께 예로부터 크게 쇠는 네 명절의 하나라고 한다. 한寒자, 먹을 식食를 써서 불씨를 일으키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 풍습이 있다.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시기라 본격적인 경작을 앞두고 화재를 주의하기 위한 전통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로 내 콧속은 지금(생략.) 풍습을 민간 신앙적 측면에서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왜 하필 그런 형태로 자리 잡았을까를 과학적인 관점에서 추측하는 것도 즐겁지 않은지.
4월 14일은 비크람력을 사용하는 네팔에서 새해의 첫날이다. 비크람력의 첫 달 1일이 시작하는 날의 그레고리력 상 날짜다. 비크람력은 2023년인 서력보다 약 57년이 앞서 이번에 맞을 해가 2080년이라고 한다. 이걸 왜 알아봤냐면, 작년에 친구가 히말라야 하이킹을 하고 돌아와 네팔에서 길한… 뭐냐, 좋은 뜻을 가진… 작은 깃발을… 이름을 알려줬는데 잊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작은 장식용 가랜드처럼 걸 수 있는 알록달록한 깃발이 끈에 주르륵 달린 것을 (히말라야 립밤과 함께) 기념품으로 가져다줬는데 종교적 상징물인지라 아무 때나 거는 것은 삼가려고 장식할 시기를 궁리하다가 알아보게 되었다. 사소한 기회에 견문을 넓히고 좋았다.
찾아보면 정말 하루하루가 별의별 날이다. 어제는 뜬금없이 우동을 먹고 빵을 사 왔으니 지구(보통명사가 아니라 내 닉네임 고유명사로 받아들여주세요) 우동의 날, 지구 바게트의 날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느 때고 작은 기쁨을 하나쯤 간직할 수 있는 하루가 됐으면 좋겠네.
✒ 이달의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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