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라클 지구, 💃🏻🐆 멋장이미식가 Kelly, 👌 그럴 수 있다 ㅇ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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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휴재
💃🏻🐆_어른의 비기
어른이 되면 천리안을 사용할 수 있다. 어른이 되면 어른 전용 스킬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 롤플레잉 게임으로 치자면 초보 법사. 힘과 Lv.3 정도의 마법으로 버티느라 딜량도 피통도 턱없이 부족한 모두의 잡역부다. 학생일 때는 내게 주어진 단계만 넘어서면 갑자기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윤동주의 <아우의 인상화>를 읽으면서도 그런 어른 되기가 쉬운 건 줄 알았다. 예쁘게 말한다고 홀랑 넘어가는 건 초보라 그렇고 사실 지금도 아직 힘법사다. 남들 버스 태워주는 그런 멋진 법사들 안에도 천리안이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어른 되기는 너무 어려운 일인 게 분명하다.
더 어려운 부분은 천리안을 익힌 다음에는 세부적인 발전 방향성이 다르다는 점이다. 옆집 어르신은 돈 버는 일로는 천리안을 통달했는데 그쪽 스탯에만 몰빵하는 바람에 파티퀘일 때마다 파티 수락 조건이 한정적이다. 아랫집 어르신은 연구 개발 방향으로 천리안 고렙을 찍었는데 계속 입을 다물고 지내셨더니 감사하는 마음과 소통하는 방법을 깎아먹는 바람에 눈물의 1인 마라톤을 해야한다. 앞집 어르신은 알고 보니 천리안 터득 견장이 가짜였다. 윗집 어르신은 열심히 터득해 익혔던 천리안 스킬을 다른 스탯을 찍다가 잃어버렸다고 했다. 세상에, 심지어 잃어버릴 가능성까지 있다니 복근과 다를 게 뭐야.
내가 롤플레잉 게임을 그만둔 것도 스탯 찍기의 괴로움 때문이었다. 프린세스 메이커는 스탯을 조정하면 나오는 결과가 명확했지만 롤플레잉 게임은 전혀 아니었다.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 목적이 명확하게 있어야 하고 내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미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분야에선 어른이잖아. 나는 여전히 동생이 여자친구랑 돈 쓰고 시간 쓴 걸로 카카오톡을 처발라 놓고는 가족들한테는 인사 한 번 제대로 안 하는 거, 부모님 리소스는 죄다 가져다 쓰면서 말 한 마디 곱게 못 하는 그런 사소한 부분에 부들부들 분노하는 어린이다. 머나먼 시야로 하나의 이슈가 터졌을 때 조금 더 먼 시기, 더 다양한 리스크를 계산하지 못 하는 힘법사다. 삼십대에 여전히 힘법사라니 너무 슬프고 분하다. 나도 꼭 어른이 되어야지. 어른이 되어서 천리안으로 미래를 보고 벼르는 짱센 어른 법사가 될 거야.
👌_엄마가 여행을 가자고 했다
엄마가 여행을 가자고 했다.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숙소는 나한테 알아보란다.
적어도 어디에 있는 숙소여야 하는지는 말해줘야 하지 않나.
“어디 가고 싶은데. 바다? 산?”
“바다도 좋고 산도 좋지.”
“???”
엄마는 보통 질문에 답할 때, 질문의 목적은 생각 않고 답을 하는 경우가 잦다.
몇 번을 물어본 끝에 산으로 정했다.
그리고 인원은 셋이란다. 엄마, 이모, 나.
아… 그럼 문제가 더 커진다.
엄마가 아무거나 다 좋은 듯하면서 결국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 하는 사람이라면, 이모는 그냥 까다로운 사람이다.
큰일이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뭐야. 뭐가 하고 싶어.”
“힐링.”
“힐링? 어떤 힐링을 말하는 거야? 좋은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대부분 가만히 보내는 힐링? 아니면….”
어차피 이모가 낀다면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행도 길지 않고 2박 3일 정도니까 그냥 좋은 숙소를 잡고 그 주변에 머물다 오는 것으로 생각하고 나는 검색에 들어갔다.
예산 중 대부분을 숙소와 먹을 것에 몰빵한 형태의 검색이었다.
시가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숙박비용이 비싸지만 통창에 뷰가 멋지고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라 시설도 깔끔했다.
게다가 감성까지 갖췄군.
자신만만하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지만 이모에게 까였다.
“집이 너무 산속에 덩그러니 있어서 무서워.”
그렇단다.
이모가 겁이 좀 많다.
음, 그럼 외곽에 있는 펜션은 무리고 겁 많은 이모를 위해 호텔이면 될 것 같았다.
호텔을 검색해 다시 내밀었다.
“큰 창 너머로 푸르고 멋진 자연이 보여야 하는데….”
이번엔 엄마한테 까였다.
“그럼 둘이 합의를 봐.”
라고 말했지만 이모는 아무것도 검색해보지 않았고, 엄마는 자꾸 지금은 갈 수 없는 해외에 있는 숙소 사진이나 보고 있었다.
이런 데 좋다면서. 와 여기는 옆에 공연장도 있어서 어쩌구.
어쩌라는 거지.
그럼 거기를 갔으면 좋겠다. 나 빼고.
“근데 이모도 함께 가고 싶은 거 맞아? 딱히 그래 보이지 않는데, 그럼 억지로 따라갈 필요 없고 이번엔 나랑 엄마랑 둘이 다녀올 테니까 다음에 셋이 가자.”
라고 말했지만 이모는 너희가 좋으면 자긴 좋단다.
아니면서….
그 이후로도 숙소를 몇 개 더 검색해 보냈지만 이모는 또 답이 없었고 엄마는 자꾸 내껀 안 보고 어디 먼 데 숙소나 보고 있다.
난 안 가고 싶다.
✒ 이달의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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